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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의 느닷없는 윤석열 수사, 석연치 않다

입력 2021. 06. 11. 00:13 수정 2021. 06. 1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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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계기, 내용 등 배경에 의구심
정치권에서 독립해 공정 처리해야
김진욱 공수처장이 10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가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 수사중인 사실이 이날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정식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어제 드러났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전담 기구다. 대통령도, 잠재적 대권 주자도 언제든 수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는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우선 시기적으로 미묘하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윤 전 총장이 공개 행보에 나선 게 9일이다. 10일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35.1%로 1위를 기록했다. 바로 그날 수사 착수 사실이 공개되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더욱이 차기 당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하루 전이다. 앞서 지난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시민단체 집회에 참석해 “윤 전 총장 관련 사건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며 이른바 ‘윤석열 파일’을 언급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윤 전 총장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공수처의 수사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수사 대상 사건의 내용도 편향적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줄기차게 윤 전 총장의 책임이라고 지적해 온 이른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임은정 검사를 시켜 관련자 처벌을 추진했던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조사, 수사 방해 관련 사건이기 때문이다. 각각 공수처의 7호 사건, 8호 사건이라고 한다. 당초 여권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때부터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사건 순번만 달라졌을 뿐 예언이 현실화된 것 아닌가. 두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으로서의 수사지휘 적정성과 결부돼 있다. 범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와도 당사자가 승복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의 다른 사건도 추가로 입건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사 착수의 계기도 석연치 않다. 특정 시민단체 한 곳이 지난 2월, 3월 차례로 고발한 사건들이라서다. 이 단체는 7일에도 판사 사찰 문건을 불법 작성하고 관련 수사를 막았다며 윤 전 총장 등 전·현직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범여권 강성 의원들 모임인 처럼회는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수처는 판사 사찰 문건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판사 사찰 문건은 서울고검이 한 차례 무혐의로 종결한 사안이다. 공수처가 반(反)윤석열 단체의 고발만을 근거로 수사에 나선 것이 아니길 바란다. 논란과 지켜보는 눈이 많은 만큼 공수처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게 처리해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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