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지붕위 CNG탱크, 가로수가 완충작용… 앞쪽 승객 8명 구사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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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뒷자리에 앉았던 60대 여성, 하차 버튼 누르고 이동해 생존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지구 앞 버스 정류장. 54번 시내버스가 이 정류장에서 정차할 무렵 버스 맨 뒷자리에 앉은 김모(여·66)씨가 하차 버튼을 눌렀다. 그가 버스 중간 지점 출구 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버스 천장이 폭삭 주저앉았다. 도로 쪽으로 무너진 5층 건물이 쏟아낸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근 등 잔해가 덮치면서 3.3m 높이 버스가 거의 납작하게 찌그러졌다.
김씨는 머리 여러 군데가 찢어지고 다리 관절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건졌다. 주변에 몸을 운신할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남편 박모(60)씨는 10일 본지 통화에서 “아내가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탑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54번 버스 참사’에서 탑승객 생사를 가른 건 좌석 위치였다. 사고를 당한 시내버스는 2015년식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로, 좌석 정원은 24명이다. 사고 당시 운전기사를 포함해 앞뒤 좌석에 17명에 흩어져 탑승하고 있었다.
이 버스는 지면과 바닥이 가까운 저상버스라 CNG 연료통 7개를 차량 지붕 위쪽에 부착하고 있었다. 노란 덮개로 덮인 연료통 공간은 길이 11m 버스 앞부분의 5m쯤을 차지한다. 가스통 1개당 무게가 200㎏이라 1.4t의 하중을 견디도록 버스 앞 천장은 강화 재질로 제작됐다. 건물이 버스 전체를 덮쳤지만 생존자 8명이 모두 버스 앞과 중간 사이에서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사망자 9명은 모두 뒷자리에서 발견됐다. 또 가로수가 버스 앞과 중간 지점에 걸쳐 쓰러지면서 건물 잔해물의 엄청난 무게를 어느 정도 버텨준 것도 앞쪽 승객의 생존률이 높았던 이유가 됐다.
17명 사상자 중 유일한 경상자로 퇴원한 김모(여·63)씨는 버스 입구 쪽에 앉아 있었다. 김씨는 골절 등 외상 없이 입 주변에 찰과상만 입었다. 김씨는 사고 당시 119에 신고 전화를 했고, 남편 이모(64)씨에게도 사고 소식을 알렸다. 이씨는 “아내가 ‘운전석 주변 앞부분이 덜 구겨져 중상을 면했다’고 했다”며 “버스 앞 창문으로 들어온 구조대의 손을 가장 먼저 잡은 것도 아내였다”고 했다. 운전기사 이모(58)씨는 손가락, 가슴 등에 골절상을 입었고, 뇌출혈 증상도 보이고 있다. 아내 최모씨는 “15년째 버스를 몰고 있는 남편이 그런 사고에서 살아난 게 천행(天幸)”이라고 했다.
사고 직후 버스 앞 유리를 깨고 입구를 확보한 뒤 구조 작업을 벌인 김관호 광주소방본부 구조팀장은 “버스에 진입했을 당시 뒷자리 승객들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며 “중간 지점까지만 있었던 생존자 8명은 20여분 만에 모두 구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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