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日 정부와 담합해 '외국인 투자자 제한'

권재희 2021. 6. 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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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가 이사회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일본 정부 고위 관리들과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020년 7월 31일 당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였던 쿠루마타니 노부아키가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기 위해 경제산업성 관리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외국인 주주들의 권한을 제한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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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도시바가 이사회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일본 정부 고위 관리들과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020년 7월 31일 당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였던 쿠루마타니 노부아키가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기 위해 경제산업성 관리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외국인 주주들의 권한을 제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일본 로펌 3곳이 전날 공개한 147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그동안 도시바 경영진은 이 보고서의 공개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왔지만 지난 3월 주주들이 표결에 부친 결과 밝혀지게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피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외국인 주주들은 쿠루마타니 CEO의 리더십에 불만을 표하며 지분 매수 또는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자 쿠루마타니 CEO는 정부 관리들과 협력해 이피시모 캐피털 등 외국계 주주들에 의한 이사선임안이 부결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쿠루마타니 CEO는 사모펀드 CVC 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인수제안을 받은 뒤 지난 4월 사임했고, 인수는 무산된 바 있다.

보고서는 "조사결과 위법 의심행위들이 다수 발견됐고, 부당하게 주주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주주들에게 부당한 영향을 미쳐 주주 의결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년 새 미국계 헤지펀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일본 기업 내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민감한 문제로 보고 외국 자본의 진출을 저지해왔다.

특히 그동안 도시바는 회계부정, 반도체사업 매각, 원자력발전 사업에서의 거액 손실로 인한 자본잠식 등 각종 문제들이 불거진 바 있다. 그럼에도 경영진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데 대해 투자자들은 도시바가 일본 정부로부터 비호를 받고 있다고 의심을 해왔다.

도시바 주주라고 밝힌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그동안 주주들이 우려해왔던 최악의 시나리오인 대기업과 일본 정부간 유착관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스캔들의 배후에 당시 관방장관이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는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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