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때문에 이혼하고 가정파괴, 이번엔 이겨서 좋다"

윤성효 2021. 6. 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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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전무 '위증죄' 유죄 판결.. 삼성SDI 해고자 이만신씨 "이미 재심 청구"

[윤성효 기자]

 삼성SDI 해고자 이만신씨가 9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임봉석 삼성중공업 전무의 위증죄 관련 재판을 지켜본 뒤, 관련 자료를 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너무 억울하다. 삼성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도 했고, 가정이 파괴되었다. 하루 빨리 정상적인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이번에 이겨서 좋다. 변호사도 삼성과 재판에서 처음으로 이겼다며 밥을 사주더라."

삼성SDI 해고자 이만신(57)씨가 11일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7년째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임봉석 전무(전 삼성SDI 상무)의 위증죄 판결문을 받아 본 그는 모처럼 웃음을 보였다.

지난 9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1단독 김창용 판사는 임 전무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검찰 구형(징역 6개월)보다 높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0월과 4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이만신씨는 2012년 6월 27일 삼성SDI에서 해고되었다. 임 전무는 이만신씨의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에서 법정 증언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그 결과 이씨는 무효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2016년 12월 24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이후 이씨는 임 전무가 항소심 법정에서 위증했다며 고소했다.

2012년 6월 해고... 7년째 삼성 본관 앞 노숙투쟁

이씨는 오랜 싸움으로 생계가 막막하다. 그는 "힘들다. 지금은 차상위계층으로 생활비를 조금씩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 이후 거리투쟁을 해온 그는 "겨울 차량 안에서 잠을 자면 모든 게 다 얼어버린다. 심지어 마실 물도 얼어버린다. 그렇게 7년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며 "제가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이러는 거 아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자 그랬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이기고 나니까 회사에서 합의가 들어왔다"며 "또 당시 항소심 재판부가 강제조정까지 제시했다. 재판부는 저에게 5억 원을 받고 '비밀 유지'와 '각서'를 요구했는데 저는 명예회복이 우선이고, 원직복직을 해야 했기에 회사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1심에서 이기고 나서 생활이 워낙 어려워서 회사에 밀린 임금을 요청해서 1억 800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회사가 이기고 나니 지급했던 임금을 돌려달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이자까지 요구했다. 당시 법정이자가 26% 정도였다. 그 전에 제가 회사에서 받을 때는 이자 부분이 없었기에, 이자 없이 원금만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씨 집이 가압류됐다. 그는 "월급쟁이 하면서 하나 있던 집에 회사가 가압류를 걸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집을 담보로 해서 삼성이 달라는 대로 맞춰 주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부인과 이혼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집사람과 이혼을 했다. 삼성 때문에 아내와 헤어진 것이다. 삼성이 가정을 파괴했다. 우리 부부는 삼성이 원수가 되었다"고 했다.

지난 5월 이씨는 해고무효소송 항소심 재판부였던 부산고등법원에 '재심 신청'했다. 재심 개시 여부는 아직 결정 나지 않았다. 이씨는 "임 전무가 항소심에서 위증을 해서 제가 해고무효소송에서 졌기에, 재심해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하다"

임봉석 전무는 2015년 6월 24일 부산고법에서 열린 이만신씨 소송에 증인으로 나왔다. 당시 이씨측 변호사가 "문제사원, MJ사원이라는 것은 어떤 사원인가"라고 묻자, 임 전무는 "저희들 공식적으로 쓰는 단어 아니다"고 증언했고, "비공식적으로 쓰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또 변호사가 "MJ, 문제인력이라고 하는 이 사원들은 노동조합 활동에 주감시 대상자들이냐"라는 물음에, 임 전무는 "MJ 용어가 없는데 그렇게 자꾸 연결 짓지 말라"거나 "MJ라는 용어를 사용 안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번에 창원지법 통영지원 재판부는 당시 삼성SDI가 여러 문건에 'MJ'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력개발팀이 2001년 12월경 작성한 '임금노사 추진 전략'이라는 대외비 문건에 'MJ 인력 제로화 전략 수립'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문건에는 "기 퇴직한 MJ 인력들과 연계한 내부 불만자의 노조 설립 움직임 가능성 많음", "MJ 인력 이만신 사원도 병원에 입원중", "MJ 인력 제로화 추진" 등의 내용이 나온다고 판결문에 열거되어 있다.

재판부는 "회사 인사팀 등 관련 부서에서는 문제 인력을 의미하는 'MJ 인력'이라는 용어를 내부적으로 사용하였고, 피고인은 관련 사건의 증언 당시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증언 당시 '사용하지 않았다'거나 '모른다'고 답변하였고, 이는 자신의 경험과 다른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이라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회사 인사팀에서 근무했던 2명 역시 'MJ'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피고인 또한 그 단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며 "2명은 피고인과 같은 부서에서 그의 부하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자들임을 고려해 보면, 이들의 진술을 단순히 추측에 근거한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 내부에서 'MJ인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사실에 관한 문제라고 보아야 하고, 그것이 주관적 평가나 법률적 효력에 관한 이견의 진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창용 판사는 "위증죄는 법원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심리를 방해하여 국가의 사법 기능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를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의 위증 범행이 충분히 인정됨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강하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여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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