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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주호영, 선거도 지고 정치도 졌다

심진용 기자 입력 2021. 06. 11. 16:48 수정 2021. 06. 1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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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부족·계파 논쟁 부각 등 실책
나, 1년간 세 번의 패배로 큰 타격

[경향신문]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모두 합쳐 ‘18선’의 중진 의원 4명이 ‘이준석 돌풍’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당대표 경선 초반 ‘양강’으로 꼽혔던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이번 패배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 사람은 ‘이준석 바람’에 네거티브로 일관하면서 내용면에서도 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경험 부족’을 집중 공격했지만 실익은 없었다. 주 의원이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며 ‘동네 뒷산’으로 공격했던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팔공산 등산”이라고 반격하면서 대구에서만 5차례 당선된 주 의원의 이력을 부각했다. 나 전 의원도 이 대표를 ‘스포츠카’에 비유하며 “당대표는 화물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공격했지만, “전기차 주문했다”는 이 대표의 응수에 밀렸다.

4·5선 경력에 원내대표 출신인 두 사람은 메시지 내용에서도 ‘0선’인 이 대표를 앞서지 못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보수의 중심지인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반면 나 전 의원은 ‘박정희 마케팅’, 주 의원은 ‘TK 소외론’을 부각하며 기존 정치문법을 따랐을 뿐이다.

계파 공격도 중진들의 실책으로 꼽힌다. 나 전 의원은 이 대표를 ‘유승민계’로 공격하는 데 치중했다. 주 의원도 “이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과 너무 친하다”고 공격했다. 네거티브 공세로 두 사람의 이미지만 손상됐다는 평가가 많다.

당내에서도 “선거에서는 지더라도 정치에서는 지면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두 사람은 정치에서 좀 많이 실점했다”(하태경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신랄하게 이야기하자면 중진들의 바닥이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며 “선거전에서 실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네거티브 등 대응 자체도 세련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까지 고심했던 나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과 서울시장 경선에 이어 이번 패배까지 최근 1년간 세 번의 패배로 정치적 행보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직전 원내대표이자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TK 표심을 기대했던 주 의원은 14% 득표율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다만 당원투표 1위(40.93% 득표)를 기록한 나 전 의원은 당심에서는 저력을 확인한 만큼 내년 대선에서 다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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