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입학해도..내신 경쟁에 또다시 사교육

고민서,문광민 2021. 6.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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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에선 외부수상보다
내신·수능공부가 더 중요
맞춤수업 학원비 천정부지

◆ 영재교육의 민낯 ◆

2년여 전 수도권의 한 영재학교에서 '서울대 떨어지고 MIT 간 졸업생' 일화가 크게 회자된 적이 있다. 당시 이 학생은 초등학교 때 영재학급, 중학교 때는 영재교육원(대학교), 고등학교 때는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며 정보기술(IT) 영재로 손꼽히던 수재였다. 그런 학생이 정작 입시를 볼 때는 지망하던 서울대에서 낙방해 영재교육에 회의감을 갖는 학생·학부모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수재들의 사례가 이어지자 영재학교 안팎에서는 상위 1% 영재도 대입 '스펙' 쌓기에 예외일 수 없다는 말이 정설처럼 나돌고 있다.

영재학교에 들어간 수재들은 '영재교육'과 '대학 입시'라는 평행선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재교육의 표본인 국제올림피아드를 준비하더라도 대회 실적이 대입에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스스로 영재이길 포기하고 대입 성공을 위해 내신 준비와 수능 대비에 치중하는 영재학교 학생이 부쩍 늘고 있는 모양새다.

일례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영재학교 특성상 주말이나 방학 때면 이들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사교육이 성황을 이루는 게 대표적이다.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주말 특강은 100만원 안팎이지만 이마저도 여건이 안 되는 영재학교 학생들은 방학 때 몰아서 하루에 8~10시간씩 집중 특강을 듣는데, 비용이 한 달 기준 5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

국제올림피아드에 출전할 대표를 선발하는 국내 올림피아드위원회 관계자들은 상위 영재마저 입시 불안을 느끼며 대입에 매몰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다. 한 위원회 관계자는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다른 나라 학생들은 대입에서 자기소개서 첫 장부터 이 내용을 쓴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아무 말도 못한다"며 "국제대회에서 순위권에 들고도 대입을 고민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전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 유수 대학은 국제올림피아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학생들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입학문'을 열어 우수 인재를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최수영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장(아주대 수학과 교수)은 "영재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자기 특기를 잘 살리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는 학생까지 내신관리와 수능 점수에 매달리게 하는 건 교육 방향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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