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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여기 있어.." 광주 합동분향소 눈물바다(종합)

허단비 기자 입력 2021. 06. 11. 17:35 수정 2021. 06.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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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있는 남편한테 반찬 주러 가다가" 통곡
조의금 건넨 시민부터 고등학생 참배객까지..1000여명 발길
11일 오전 광주 붕괴 사고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광주 동구청 앞 분향소에서 희생자 친구들이 영정사진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2021.6.11/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내 친구가 사망자에 포함됐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11일 오전 광주 붕괴 사고 희생자 9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광주 동구청을 찾은 유점순씨(71·여)는 친구의 영정사진을 보고 통곡했다.

"네가 왜 여기 있어…왜 여기 있는 거야. 아이고 너 나한테 왜 이래 정말…."

유씨는 밀려오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연신 발을 동동 굴렀다. 영정사진을 한참 어루만지며 오열했고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전날 단체채팅방에 올라 온 영정사진 한 장을 보고 말문이 턱 막혔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를 보고도 자신의 친구가 참변을 당했을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사진 속 환하게 웃는 사람은 자신의 60년지기 고향친구 고모씨(70·여)였다.

"난 내 친구가 사망자에 포함된 줄도 모르고 뉴스 보면서 '젊은 사람들이 죽어 안타깝다'고 기도만 했다. 그런데 어제 사진을 받고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전남 담양에서 자란 유씨는 고씨와 7살 때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 사이다. 광주에 살면서도 친한 친구들과 꾸준히 모임을 가져왔고 함께 여행도 다닐 정도로 각별했다.

유씨는 "너무 건강하고 밝은 친구였는데…, 요리를 좋아하고 반찬을 정말 잘해서 'OO야, 네가 만든 반찬 먹고 싶다'고 조만간 같이 밥도 먹기로 했다"며 "아마 이날도 요양병원에 있는 남편한테 반찬을 가져다주러 가다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울먹였다.

유씨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다른 친구는 고씨의 영정 앞에서 "남편은 어떡하고 먼저 가냐", "우리 70년 우정 평생 간직할게. 넌 정말 좋은 친구였어"라고 흐느꼈다.

전날은 고씨의 조카도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모를 연신 목놓아 불렀다.

10일 오후 광주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광주 동구청 앞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자 영정사진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2021.6.10/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이모 왜 여깄어…아 제발 이러지 마…이모가 왜 가는 거야. 아니잖아!"

갑자기 날아든 비보에 곧바로 전남대병원에 마련된 안치실로 달려갔지만, 직계 가족이 아닌 친척들은 입장이 어렵다고 해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A씨는 "안치실에서 이모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 이모 사진이 있다고 해서 얼굴을 보러 왔다"며 "정말 어디 한 곳 아픈 데 없고, 착하게도 살았는데 왜 우리 이모가 먼저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이틀째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조의금을 쥐여줘 실랑이를 벌인 남성부터 합동분향소를 처음 찾은 앳된 고등학생 참배객도 있었다.

전날 저녁에는 자원봉사자들과 한 남성이 "안 된다"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남성이 "제발 내 마음이니 어떻게라도 좋은 곳에 써달라"며 꼬깃꼬깃한 오만원권 몇 장을 건넸다. 자원봉사자들은 극구 "마음만 받겠다. 돈은 절대 받을 수 없다"며 사양했다.

남성은 "내가 정말 너무 안타까워서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이 밤에 달려왔다. 봐라, 눈물이 아직도 멈추질 않는다. 제발 받아달라. 유족에게 전해주든 봉사자분들 식사를 하시든 어떻게든 써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결국 십여분 실랑이를 벌이다 봉사자가 남성을 쫓아가 돈을 돌려주고서야 상황이 일단락됐다.

합동분향소 참배가 처음인 듯한 젊은 학생은 최연소 희생자인 김모군(17)과 동갑인 고등학교 2학년생 양모군(17)이었다.

자원봉사자가 향을 건네며 분향하는 법을 알려주자 양군은 다소 어색해하며 향을 피웠다. 이후 다시 봉사자를 바라보자 봉사자가 헌화와 묵념 순서를 일러주었고 순서대로 참배를 마쳤다.

양군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다는 기사를 보고 대면 수업을 마치고 왔다. 희생된 학생과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내 또래의 친구가 참변을 당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학교에서도 고등학생 희생자 이야기를 하며 친구들이 많이 슬퍼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내 가족 같은' 마음으로 함께 슬퍼했다.

10일 오후 광주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광주 동구청 앞에서 한 고등학생이 참배를 하고 있다. 최연소 희생자와 동갑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같은 또래라 마음이 더 아팠고, 직접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참배를 오게됐다'고 말했다.2021.6.10/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동구청 인근에 사는 유모씨(55)는 출근길에 아침 일찍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다. 희생자 중에 고등학생도 있던데 내 아들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학생의 영정사진을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는 "우리 아들도 충장로에서 검정고시학원에 다니면서 그 정류장을 이용하는데 그날은 학원을 빼먹어 화를 면했다. 어쩌면 정말 우리 가족의 일이 됐을 수도 있었겠다 싶으니 가슴이 먹먹하고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동구에 거주하는 정해만씨(75)는 "나도 시내버스를 타고 그 길을 자주 지나는데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광주에 사는 사람끼리 몇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 아니겠나. 친구의 친구고 또 그 친구의 가족이란 생각을 하니 더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분향소에 들어선 이준한씨(44)는 "말도 못 하고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슬펐다. 정상적으로 철거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청 앞에 차려진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오는 14일까지 24시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첫날인 11일 350여명의 추모객이 분향소를 찾았고 이날은 오후 5시 기준 613명의 시민이 찾았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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