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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Futures] 두산 베어스 안재석

입력 2021. 06. 11. 18:18 수정 2021. 06. 1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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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있는 자신감

“김재호 선배님을 완벽 대체했다고 생각해요.” 이 당찬 신인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이다. 요즘 애들이 당돌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프로에 첫발을 내딛고부터 안재석이 보여주는 행보는 마냥 패기로만 뱉은 말이 아님을 증명한다. 타석에 섰을 땐 하나라도 해내 보이겠다는 욕심 가득한 얼굴을 하면서도, 무조건 치지 않고 볼을 골라내는 신인답지 않은 여유도 갖췄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빠른 타구를 캐치해 위기를 틀어막는 호수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러 특급 투수를 제치고 뽑은 17년 만의 1차 지명 내야수. 그런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이제 ‘과감한’, ‘뜻밖의’ 등의 수식어를 벗어던지고, 보란 듯이 최강 10번 타자 앞에 커다란 선물이 됐다. 프로가 더 재밌다며 해맑게 웃어 보이는 그는 현재 화수분 야구의 중심에 서 있다.

Photographer 황미노 Photo 두산 베어스 Editor 황유빈 Location 잠실 야구장


#새로운 천재 유격수

프로에 오고 나서 인터뷰로 만났습니다. 인사 부탁해요. (5월 6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두산 베어스 내야수 안재석입니다.

지난 ‘루키백과’ 촬영에서 <더그아웃 매거진>이 인터뷰를 안 한 것에 대해 삐친 듯한 모습을 보였어요.
작년 일이니까 마음에 담아둔 건 없고요. (웃음) 그래도 작년에 루키백과 촬영을 하게 돼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두린이잖아요. 응원하던 팀에 오게 됐는데 팀의 일원이 돼보니 어떤 게 다르던가요?
아직도 팬의 마음으로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고 있어요. 그러다가 응원가가 들리면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어제가 어린이날이었는데 두린이 시절의 추억 하나를 얘기해볼까요?
옛날에 누나랑 아빠랑 다 같이 직관을 하러 갔거든요. 그때 고영민 코치님께서 9회 말에 끝내기를 친 게 아직도 선명하고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안재석’ 하면 ‘17년 만에 1차 지명을 받은 내야수’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스스로 느끼는 이 타이틀의 무게는 어떤가요?
그 타이틀만큼의 주목을 받고 왔기 때문에 확실히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도 부담을 느낀다기보다는 제 플레이를 최대한 다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퍼포먼스에 점수를 매겨본다면요?
제가 느끼기엔 아직 많이 못 보여 드린 것 같은데 주변에서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계속 욕심만 부리면 안 되겠다고 느꼈죠. 어느 정도는 저 자신을 좀 칭찬해주고 싶어서 10점 만점에 6, 7점 정도로 주고 싶어요. 아직은 다 못 보여 드렸어요.

보완해야겠다고 느낀 점도 있나요?
수비 면에서는 가끔가다 송구가 빗나가는 경우가 있어서 송구에서의 정확도를 좀 더 보완해야겠다고 느꼈어요. 타석에서는 지금처럼 자신 있게 스윙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기대합니다.

입단 동기들을 처음 보고 다 덩치도 커서 무섭다고 했어요. 이천에서 지내면서 친해진 선수는 누구예요?
워낙 친화력이 좋은 편이라 누구 한 명 특정지어서 친해졌다고 볼 수는 없고요. 두루두루 친해졌는데 그래도 덩치가 제일 큰 (이)상연이 형과 (양)현진이 형, 이 두 명과 친해졌고 얘기도 자주 했습니다.


1군에 와서 보니 평소 예상했던 이미지와 다른 선배도 있을 것 같아요.
정수빈 선배님이 좀 다르더라고요. (어떤 점이 달랐나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귀엽게 잡혀있기도 하고 잠실 아이돌이라는 별명도 있잖아요. 그런데 같이 생활해보니까 귀여운 것과는 다른 반전 매력이 있었습니다.

정수빈에 이어 두산 팬들이 마음으로 낳아 기르는 아들이라는 말도 많아요.
많이들 좋아해 주시는 걸 느껴요. 팬분들도 절 아들처럼 여겨주시고요. 그렇게 사랑받고 자라는 만큼 나중에는 더 확실히 보답하려고 해요.

서울고 선배 박건우가 본인을 가리켜 딱 ‘서울고 상’이라고 했어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는 좀 얍삽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런 얼굴을 가리켜 말씀하시더라고요. (얍삽한 게 서울고 상이에요?) 다들 좀 그렇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지만 전 예의 바르고 정직한 상이에요.

최근 모교에 2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했죠. 어떻게 보면 쉽지 않고 대담한 선택인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동기가 궁금해요.
고등학교 시절에 후배들한테 흔히 말해 빚진 적도 많고, 도움받은 것도 많은데 일단 저만 잘됐으니까요. 나중에 후배들도 잘됐으면 하는 의미도 있고, 약속한 것도 있어서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당돌한 루키

2021 신인 중에는 유일하게 스프링 트레이닝 명단에 이름을 올렸어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대선배님들과 운동할 수 있다는 게 되게 좋더라고요. 노하우도 배우게 됐고 제가 몰랐던 부분이나 체력 관리하는 부분, 섬세한 것까지 다 알려주셔서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김재호와 함께 한 조를 이뤄 수비 훈련을 하기도 했어요. 수비뿐만 아니라 많은 걸 배웠을 텐데 가장 큰 도움이 된 조언은요?
천천히 하라는 게 아직도 강조해서 말씀하시는 부분이에요. 제가 빨리빨리 서두르려는 성격이다 보니까 너무 보여주려고, 과시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천천히, 정확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재호가 출산 휴가로 자리를 비우면서 선발 출전 경험을 얻게 됐어요.
제가 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연습할 때 송구 실수도 자주 하니까 선배님들이 농담으로 계속 긴장감을 풀어주셨어요. 경기 나가기 직전에도 말 걸어주시면서 농담으로 편하게 만들어주셔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선배들이 심장을 체크하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어요.) 전 괜찮은 줄 알았는데 (허)경민 선배님이 만져보시더니 터지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콩닥콩닥했습니다.


그날 투수 교체가 되자마자 3구째에 첫 안타를 쳤어요.
배트가 부러지면서 안타를 쳤어요. 시원한 안타는 아니더라도 첫 안타가 나왔다는 사실에 되게 기분이 좋았죠. 치자마자 벤치에서 공 달라고 소리 지르는 것도 들렸고, 김주찬 코치님도 1루에서 공 달라고 하셨고요. 섬세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첫 안타 공에 글씨를 써준 건 누구인가요?) 매니저님이 써주셨어요. 지금은 라커룸에 보관 중입니다.

4월 17일 LG 트윈스전에서는 3회 말 이닝을 끝내는 호수비를 보여줬는데, 타구 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반응한 건가요?
네. 어떻게 잡았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수비 위치도 좀 앞쪽이었고 타구도 빨랐기 때문에 몸이 반응해서 잡은 공이었어요. (역시 김재호를 뒤잇는 천재 유격수네요.) 아닙니다. (웃음)

4월 30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첫 3루타이자 첫 결승타를 쳤어요.
쳤을 땐 ‘잡혔나?’라고 생각했는데 타구가 힘 있게 나가는 걸 보고 ‘아, 이건 3루까지 무조건 뛰어야겠다’ 하고 전력 질주를 했어요. 결국, 세이프돼서 굉장히 기뻤고 리드하는 타점을 쳐서 더 뜻깊었습니다.


이처럼 프로에서의 첫 기록을 하나씩 달성하고 있어요. 지금 시점에서 바로 다음으로 이루고 싶은 프로 첫 기록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홈런을 가장 빨리 치고 싶어요. 또, 저 스스로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서 빨리 좀 나와줬으면 좋겠다 싶은 것도 있죠. 그래도 1년 차에 한 번은 쳐보고 싶어요.

타격에서 한 방을 보여줬을 때의 뿌듯함과 호수비를 보여줬을 때의 짜릿함 중 어떤 게 더 큰가요?
수비가 더 짜릿해요. 유격수라는 포지션이 수비에서 독보적인, 중요한 자리니까 수비에서 뭔가를 보여줬을 때의 뿌듯함이 커요.

프로에 와보니 아마야구와는 어떤 게 다른가요?
게임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달라요.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마음가짐도 다르고, 수준 자체도 아주 다르죠. 저는 프로가 더 재밌더라고요.


좌완 투수를 상대하면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어요. 지금까지 만났던 좌완 투수 중 유독 쉽지 않았던 선수가 궁금하네요.
오늘 선발로 예정돼있는 앤드류 수아레즈 선수도 굉장히 치기 어려웠고요. 저번에 SSG와 할 때 만났던 김택형 선수, 이렇게 두 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5월 1일 SSG전에서 유격수 실책 당시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선배들이 어떤 말을 해줬나요?
실책을 범하고 들어온 직후에는 별다른 말을 안 하셨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그러신 것 같은데, 제가 또 중요할 때 실수를 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곱씹게 되더라고요. 다들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해주셨어요.

이의리와 함께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요. 스스로도 욕심내고 있나요?
일단 목표로는 하지만, 크게 욕심내고 있지 않아요. 그래도 어느 정도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에요. 왜냐하면, 흔히 말하는 특급 투수가 제 또래에 많은데 지금 제가 보여주고 있는 활약도 그 친구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못지않아서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작년 협회장기에서 이의리를 상대로 홈런을 쳤는데, 프로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물론 그 친구도 그때보다는 훨씬 좋아졌을 텐데, 저 또한 더 좋아졌고 발전했으니까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도전장 한번 내볼까요?) 도전장이요? 제가 그 정도까지는…. 도전장을 내밀 것까지는 아니라서요. (웃음)


#꿈 많은 청년

이번 호는 2000년대생 특집이에요. 2000년대생 중 ‘내가 제일 짱이다’ 하는 건 무엇인가요?
2000년대생이면 그래도 수비는 제가 제일 잘하지 않을까, 짱이지 않을까 해요.

롤도 잘하잖아요. 야구선수 롤 티어가 플래티넘인 건 처음 보는데, 야구와 롤 둘 다 잘했던 비결이 있다면요?
고등학교 때는 철이 없었어요. 그때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요. 그래도 롤을 잘하고 나면 경기도 잘 풀린다고 봐요. 제가 항상 하는 말이기도 한데, ‘롤을 이기면 기분이 좋아서 다음날 야구도 잘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 롤을 열심히 했죠.

아무래도 작년보다는 게임을 자주 하지 못할 텐데요. 요즘엔 스트레스를 어떤 식으로 푸나요?
요즘엔 거의 안 풀고 있어요. 갖고만 있죠. 근데 스트레스도 크게 없어요.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다음 한 경기 잘하면 그걸로 풀리기도 하고, 제가 안타 하나 치면 팬분들이 박수 치고 환호해주는 모습에 스트레스가 풀려요.

코로나19 때문에 확실치 않지만, 곰들의 모임을 하게 된다면 어떤 걸 보여주고 싶어요?곰들의 모임이요? 하…. 야구 외에 재능이 별로 없어서요. 보여 드릴 게 딱히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지. (메뚜기 춤은요?) 아, 그건 괜히 했어요.


이번 호 공통 질문입니다. 다시 어린 시절로 갈 수 있다면 몇 살로 돌아가고 싶나요? 돌아가면 하고 싶은 것도 말해주세요.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야구 말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고요. 하고 싶었던 게 좀 많아서 그때로 돌아가서 다른 걸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종종 해봤어요. (다른 거라고 하면 어떤 거요?) 운동 쪽으로요. 운동 분야에는 재능이 있어서 농구나 축구 같은 것도 해보고 싶었고,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게임 쪽도 떠올려봤어요. (웃음) 프로게이머도 해봤으면 어떨까. 하고 싶은 게 다양해서요.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인터뷰인 만큼 공식 질문도 빼놓지 않을게요. 본인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죠. 아직 스무 살밖에 안 됐지만, 그래도 거의 인생의 반 이상을 야구와 함께했기 때문에 야구와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죠.

프로 첫 시즌은 아무래도 많은 경기 출장을 목표로 할 텐데, 그래도 올 시즌 목표가 듣고 싶어요!
일단 신인왕까지도 노려볼 거고, 재호 선배님만큼은 못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출전하면서 두산이 또다시 가을야구에 올라갈 수 있도록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재석의 성장기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하고 마칠게요.
아직 부족한 모습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앞으로 조금씩 보완해서 나중에는 더 잘할 수 있는 안재석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2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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