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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막내아들뻘' 야당 대표, 파격 영수회담 예고

허진.김기정.채혜선 입력 2021. 06. 12. 00:03 수정 2021. 06. 12.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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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 메고 청와대 회동 가능성
청년 정치 활성화 계기 기대감
계파색 탓 경선 공정성 의심받아
범야권 통합에 걸림돌 될 우려도

[36세 제1야당 대표 시대] 정치권 파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청량리역에서 백팩을 메고 춘천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36세 제1야당 대표의 등장은 정치권에도 적잖은 충격이 될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여야 영수회담의 풍경부터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85년생인 이 대표는 68세인 문 대통령의 장남 준용(39)씨보다도 세 살 어리다. 나이로만 보면 ‘아버지와 막내아들뻘’인 셈이다. 그런 만큼 중년 정치인들의 회동이었던 역대 영수회담과 비교해 파격적인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특히 평소 백팩을 주로 메고 다니는 이 대표가 청와대에서 한쪽 어깨에 가방을 두르고 문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장면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다.

여의도 정가의 모습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 대표 회담부터가 관심사다. 1963년생으로 만 58세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36세 제1야당 대표가 마주 앉게 될 것이란 점에서다. 정치권에선 특히 송 대표가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주류 세력을 형성했던 86세대의 좌장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두 당대표의 만남이 정치권 세대교체의 흐름과 청년 세대의 부상을 상징하는 한 장면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당내 2030세대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다. 그동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청년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 대표가 지난 10여 년간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다른 청년 정치인이 관심을 모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청년 몫’ 할당제에 따라 할당량만큼의 목소리만 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상당수 청년 정치인들이 이 대표를 사실상 ‘대놓고’ 밀었다. 당내에선 이 대표 당선을 계기로 젊은 층의 입당이 늘어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청년의 기준’으로 삼았던 ‘만 45세 미만’이 계속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한 후보들의 평균 연령은 37세였다. 이 대표보다도 한 살 많았다. 실제로 당내에선 청년의 기준을 너무 폭넓게 잡다 보니 오히려 청년으로 보호받아야 할 2030세대가 ‘무늬만 청년’인 40대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제정된 청년기본법도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여의도의 시간’은 전혀 달랐던 셈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30대 야당 대표의 등장이 정치권의 청년 기준을 낮추고 청년 정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현재 ‘만 45세 이하’를 청년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여야가 세대교체 흐름에 적극 호응해 청년 연령 조정 등 일련의 개혁 조치에 합의할 경우 여의도에서도 ‘청년에 의한 청년의 정치’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준석 당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내부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를 “모 아니면 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세대교체의 선봉에 나선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을 잘 이끌 수 있다면 차차기 대선의 주인공은 이준석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 대표가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를 향한 가장 큰 우려는 계파색이 뚜렷한 그가 과연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 대표가 당내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데서 비롯된 걱정이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던 2011년 말 비대위원으로 전격 발탁됐다. 하지만 이후엔 대표적인 ‘유승민계’로 분류됐다. 실제로 그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바른정당으로 적을 옮긴 뒤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하기까지 유 전 의원과 한배를 탔다.

이에 대해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당대표의 첫 인사가 될 사무총장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에 따라 대선 경선의 공정 관리가 가능할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사무총장은 대선 과정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배분하는 등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핵심적인 자리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사람을 앉힐 경우 다른 대선주자들이 모두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철수 대표와 매끄럽지 못한 관계를 들어 이 대표가 범야권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논쟁을 즐기는 이 대표의 직설적인 화법 등으로 인한 설화 가능성도 당 안팎에서 꼽는 ‘이준석 리스크’ 중 하나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지금 시점에서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하면 그게 곧바로 국민의힘 당론으로 비칠 것”이라며 “이 대표가 논란을 계속 빚을 경우 일회용 불쏘시개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2030세대의 반응도 엇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 당선을 반기는 쪽은 그가 보수 정당에서 다선 의원들을 물리친 점에 주목했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도 “꼰대 정치, 낡은 정치는 끝났다” “이준석의 당선은 보수의 세대교체 신호”라는 글이 올라왔다. 30대 남성 직장인 정모씨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게 오히려 득이 됐다고 본다. 그는 구태 정치와는 멀어 보인다”고 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이 대표의 당대표 수락 연설문은 조회 수가 5000회를 넘어섰다.

반면 ‘20대 남자(이대남)’ 정서를 대변해온 이 대표의 당선이 불편하다는 시각도 만만찮았다. “이준석 당선은 한남(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의 줄임말) 프리미엄”이라거나 “반페미 코인이 무섭긴 하네” 등의 반응도 적잖았다. 직장인 김모(28·여)씨는 “이준석의 여성 혐오적 발언을 다른 정치인들도 따라갈 게 분명하다”며 “안티페미니즘이 어디까지 정치적으로 이용될지, 그 여파가 여성들에게 얼마만큼 미칠지 두렵다”고 우려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6)씨도 “기존 정치인들이 20대 남성의 목소리를 여태 안 들은 것도 문제지만 20대 남성의 목소리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반영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허진·김기정·채혜선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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