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변화 열망, 36세 제1야당 대표 택했다

권호 2021. 6. 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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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9개월 전, 국민의힘 새 대표 이준석
43.8%로 1위, 나경원 6.7%P차 제쳐
여론조사 과반 득표, 당심은 2위
"더 파격적으로 바뀌라는 민심 반영"
이 대표 "지상 과제는 대선 승리"
한국정치 세대교체 전환점 될 수도

36세 제1야당 대표 시대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김기현 원내대표로부터 전달받은 당기를 흔들고 있다. 4일간 진행된 경선에서 9만3392표(43.8%)를 얻어 새 당대표로 선출된 그는 “다양한 대선주자와 지지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정치권의 세대 지체 현상을 뒤엎은 보수 유권자들의 반란. 정권 교체를 원하는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

‘2030세대’ 국회의원마저 드문(21대 총선 기준 300명 중 13명, 4.3%) 한국 정치 현실에서 85년생 정치인 이준석이 11일 제1야당의 대표가 됐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271일 남은 내년 3월 대선을 지휘할 선장 역할을 ‘36세 0선 당대표’에게 맡겼다. ‘확고한 뜻을 세운다’(而立·이립)는 30세는 지났지만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不惑·불혹)는 40세는 아직 안 된 청년 정치인을 대표로 세우는 파격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를 합해 9만3392표(43.8%)를 얻어 7만9151표(37.1%)를 득표한 나경원 후보를 6.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 대표는 반영률 70%인 당원 투표에서 37.4% 지지로 나 후보(40.9%)에 3.5%포인트 뒤졌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 과반(58.7%) 득표로 28.2%에 머문 나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섰다. 비등비등했던 당심에 비해 여론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결국 당대표 경선 중반 이후 불기 시작한 ‘이준석 바람’이 승패를 가른 셈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의 지상 과제는 대선 승리”라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어 “다양한 대선주자와 지지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며 “상대가 낮게 가면 더 높게 갈 것을 지향해야 하고, 상대가 높게 가면 그보다 높아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우리의 경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저급할 때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라고 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2020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고위원에는 조수진·배현진·김재원·정미경 후보(득표 순)가 당선됐다. 면면에서 보듯 여풍이 거셌다. 별도 트랙으로 뽑은 청년 최고위원에는 31세 김용태 후보가 당선됐다. 제1야당 지도부가 그동안 정치권, 특히 보수당 내에서 비주류로 꼽혀 왔던 청년과 여성 중심으로 채워진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이란 반응이 적잖다. 이 대표 당선의 밑바탕에 흐르는 ‘이준석 현상’을 짚어봐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이 이긴 게 아니라 ‘이준석 현상’이 이겼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일종 의원은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안정을 논할 때가 아니다. 더 파격적으로, 더 확실하게 바뀌라는 야당 지지층의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4·7 재·보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될 때부터 흐름이 있었다. 당시 오 후보가 나경원·안철수 후보를 이길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느냐”며 “대선을 앞두고 지역 확장과 세대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이 대표를 통해 세대 확장의 주춧돌을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2030으로의 세대 확장이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에 ‘이준석 현상’이 올라탔다는 뜻이다.

2030 공략의 중요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2030의 무당층 비율이 여야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게 나오고 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그동안 보수에 대한 지지를 유보해 왔던 2030 여론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현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대선을 앞두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2030 민심이란 전쟁터에서 여야 격돌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란 진단이다.

이 대표의 역할에 따라 ‘청년 정치’의 큰 물줄기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012년 대선 때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여성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가 무너진 경험이 있지 않느냐”며 “이 대표가 얼마나 괄목할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청년 정치도 더 빛을 발할지, 망가질지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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