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한글 마케팅 선봉에 섰던 伊 전통과자 '누네띠네'

김무연 2021. 6.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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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과자를 국내에 들여와 상품화한 예는 적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과자를 '누네띠네'로만 기억하고 있다.

누네띠네는 SPC삼립이 1992년 8월 출시한 과자다.

누네띠네가 인기를 끌자 동네 빵집에서도 비슷한 류의 과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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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전통과자 '스폴리아띠네 글라사떼' 모티브
'눈에 띄는' 과자란 의미.. 1992년 8월 출시
한글 소리는대로 적는 마케팅의 효시격.. 언어파괴한단 비판도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유럽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과자를 국내에 들여와 상품화한 예는 적지 않다. 놀이동산, 유원지에서 주로 취급했단 추로스는 스페인 요리의 전통요리다. 밀가루 반죽을 막대 모양으로 길쭉하게 튀긴 빵으로 우리나라 꽈배기와는 친척관계라 볼 수 있다. 프랑스 고급 디저트 마카롱도 국내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사례다.

누네띠네(사진=SPC삼립)
이에 앞서 국내 간식업계에 획을 그은 이탈리아 과자가 있다. 바삭한 식감에 달달한 잼맛이 곁들어져 동네 빵집은 물론 제과업체에서 상품화돼 인기리에 판매된 제품이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과자가 이탈리아 과자라는 걸 알지 못한다. 뿐더러 그 과자의 진짜 이름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과자를 ‘누네띠네’로만 기억하고 있다.

누네띠네는 SPC삼립이 1992년 8월 출시한 과자다. 이탈리아 전통과자인 ‘스폴리아띠네 글라사떼’를 모델로 만들었다. 스폴라이디네 글라사떼는 파이 반죽을 층층으로 쌓아올린 패스트리에 머랭을 덮고 격자무늬에 시럽을 얹은 고급 스낵이다.

당시 이 이탈리아 과자를 국내에 출시하려고 준비했던 SPC삼립은 고민에 빠졌다. ‘스폴리아띠네 글라사떼’란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려워 대중적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새 이름을 고려했지만 좀처럼 맘에 드는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누군가 중역회의에서 “왜 이렇게 눈에 띄는 이름이 없냐”라고 중얼거렸고 그것을 반영해 지금의 ‘누네띠네’란 이름이 됐다고 한다.

누네띠네는 특유의 바삭함과 달콤함으로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SPC삼립도 누네띠네 판매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TV 드라마계의 인기스타였던 베우 최수종을 모델로 발탁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따라 누네띠네 매출액은 1993년 150억원1994년 140억원을 기록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한때 하루에 8000상자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누네띠네가 인기를 끌자 동네 빵집에서도 비슷한 류의 과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동네 빵집에서도 ‘스폴리아띠네 글라사떼’란 이름 대신 누네띠네란 명칭을 사용했단 점이다. 브랜드 명인 ‘호치키스’가 스테이플러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누네띠네도 이 과자를 대표하게 된 셈이다.

누네띠네는 단순히 SPC삼립의 실적 향상에 기여한 것 뿐아니라 우리나라 대중 문화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누네띠네의 성공으로 한글을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한 것. 지금까지 한글 작명은 촌스럽다는 편견이 강했지만, 누네띠네의 등장으로 우리말 이름도 영어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단 점이 알려지면서 한글 마케팅이 가속화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지나친 한글 파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09년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라는 자료집에서 누네띠네를 언급하며 “변형된 우리말을 자주 접하게 되면 언어의 굴절이 자유롭게 허용된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자리잡는다”라며 “상표명과 상호명을 변형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며 다듬기의 대상이 된다”라고 했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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