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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5500억 쏟아붓고 포기..할리우드도 매료시켰던 '레일건'의 꿈 저무나

안두원 입력 2021. 06. 12. 18:03 수정 2021. 06. 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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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AtoZ 시즌2-55] 강한 전자기력으로 마하 7의 속도로 발사하는 꿈의 무기.

할리우드도 이 '쿨한' 무기에 매료돼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년 개봉)에서 미군 구축함에서 발사된 탄체가 피라미드를 기어 올라가던 디셉티콘 로봇을 격파하는 장면을 스크린에 담았다.

이 미래형 장거리 타격체계는 궤도(rail)에 전기를 통하게 해서 추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레일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확하게 쓰면 전자기(Electro Magnetic)라는 표현이 들어간다.

일반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던 레일건이 실전에 배치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앞서가던 미국에서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다.

미 해군은 16년간 5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이제 그만둘 때라고 판단한 듯하다.

지난 5월 28일 공개된 미 해군 2022년 예산안에는 레일건 개발 예산이 쏙 빠졌다.

미 해군은 레일건 프로젝트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아쉬움 속에 점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예산안 설명에 보면 "레일건 기술과 지식은 문서화돼서 저장될 것"이라면서 "레일건 개발을 위해 제작했던 장치는 미래의 잠재적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최대한 유지될 것"이라고 써 있다.

단정적인 표현이 없을 뿐 이 프로젝트가 무기한 보류될 처지에 놓여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다.

16년 전인 2005년에 미 해군연구청(ONR)은 공식적으로 레일건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산이 현재까지 약 5억달러 투입됐다.

미 해군이 레일건 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 해군 홈페이지
레일건은 순간적으로 높은 전류를 발생시켜야 하기 때문에 전원 공급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1000분의 1초 동안 필요한 전력이 최대 1000㎿로 추정됐다.

기동성 있는 플랫폼 중 이 정도의 전기를 공급하려면 전차나 군용기는 일단 크기에서 부적합했다.

그래서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구축함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됐다.

지상 시험은 성공을 거뒀고 구축함의 '끝판왕'인 줌월트급에 레일건을 탑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러한 조합은 그야말로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의 결정판으로 받아들여졌다.

줌월트급 구축함은 탑재된 가스터빈 엔진이 엄청난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어 레일건을 위한 플랫폼으로 딱 적격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레일건 개발이 시간과 돈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 미 국방부 등에서 점점 커지고 있었다.

레일건 개발이 추진력을 유지한 것은 중국 덕분이었다.

BAE 시스템스가 제작한 연구용 레일건, /사진=BAE 시스템스 홈페이지
2018년 2월에 중국의 상륙함 하이양샨(Haiyangshan)호에 레일건으로 추정되는 장치가 탑재된 것이 공개됐다.

한 달 후인 3월 미 하원 예산 소위원회는 즉시 해군 넘버원을 불러 대책을 따져 물었다. 존 리처드슨 당시 미 해군참모총장은 의회에 출석해 "레일건 개발에 모든 걸 투자하고 있다(full invested)"고 말했다.

하지만 "수많은 기술이 포함돼 있다"며 개발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인했다.

개발이 답보상태였지만 돈을 쏟아부은 이면에는 중국도 레일건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19년 미 해군은 레일건을 함정에서 시험발사까지 했지만 결국 전력화는 달성하지 못했다.

미 해군연구소(USNI) 소식지는 올해 3월에 "레일건을 함정에서 사용할 수 있게 생산될지 불확실하다"고 인정했고 결국 예산안에 연구개발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아무리 '천조국'이라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무한정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레일건이 미국이 손댔던 수많은 무기개발 실패 목록에 포함될지 아니면 새롭게 시작될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미 해군이 레일건 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뗄지 아니면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해 재개할지 다양한 변수와 상황 속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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