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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서 튀어나온 또 다른 입.. 물밖서도 문제 없는 에일리언 물고기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06. 13. 08:33 수정 2021. 06. 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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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산호 사이에 몸을 숨기고 사냥하는 눈송이 곰치. 몸에 눈송이 같은 점들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위키미디어

영화 ‘에일리언’을 보면 외계 괴물의 입에서 갑자기 또 다른 입이 튀어나와 사람의 몸을 꿰뚫는 장면이 나온다. 지구에서도 입 안에 또 다른 입을 숨기고 있는 에일리언 생물이 살고 있다. 바로 곰치다. 과학자들이 곰치가 물속은 물론, 물 밖에서도 두 개의 입으로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산타크루즈)의 리타 메타 교수 연구진은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실험 생물학 저널’에 “눈송이 곰치가 물 밖에서 두 개의 턱으로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뭍에서 물 없이 먹이 삼키는 모습 첫 확인

메타 교수는 곰치가 물 밖에서 사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구를 시작했다. 물고기는 먹이를 물과 함께 삼킨다. 물이 빠진 갯벌에서 사냥하는 망둥어도 사실 입속에 물을 간직하고 있어 역시 먹이를 물과 같이 삼킨다. 하지만 곰치는 물이 없어도 제2의 턱 덕분에 먹이를 쉽게 목안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다.

연구진은 5년 넘게 수조에 있는 곰치에게 물 밖에서 먹이를 주는 훈련을 시켰다. 핀셋으로 생선회를 집어 들고 있으면 물에 있는 곰치가 경사로를 기어 올라와 물 밖에서 무는 방식이었다.

영상을 보면 곰치가 생선회를 문 다음 목안에서 제2의 작은 턱이 나와 먹이를 목구멍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메타 교수는 “물고기 대부분은 물이 있어야 먹이를 먹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물고기가 뭍에서 물 없이 먹이를 먹은 첫 사례”라고 밝혔다.

곰치는 산호초에 난 구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지나가는 먹이를 잡아챈다. 먹이 대부분은 덩치가 크고 몸부림이 심한 큰 물고기나 문어, 오징어. 메타 교수는 앞서 지난 2007년 네이처에 곰치가 아무리 센 먹이라도 놓치지 않는 비결을 밝혀냈다. 바로 이중(二重) 턱이었다.

◇먹이 끌고 가는 입안의 또 다른 턱

곰치가 먹이를 삼키는 과정은 두 단계다. 먼저 입 쪽에 있는 턱으로 먹이를 강하게 문다. 턱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나있어 먹이 깊숙이 박힌다. 특히 이빨은 목구멍 쪽으로 휘어져 있어 한번 물린 먹이가 입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렵게 한다.

다음은 영화의 외계생명체처럼 숨겨진 괴물이 등장할 차례이다. 목 안쪽에서 두 번째 턱이 튀어나와 먹이를 잡아채 목구멍으로 끌고 간다. 메타 교수는 곰치가 먹이를 잡아채는 장면을 초 단위의 영상을 잡아내는 비디오카메라로 포착했다. 또 곰치의 두개골을 X선으로 촬영해 두 가지 턱 구조를 알아냈다.

곰치의 이중턱 구조(왼쪽)와 사냥 모습. 1차로 입쪽 턱이 먹이를 물고 2차로 목안에서 작은 턱(화살표)이 나와 먹이를 목구멍 안으로 끌어당긴다./UC데이비스

자연에는 곰치 외에도 약 3만 종의 어류가 목구멍 쪽에 제2의 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먹이를 갈거나 부수는 역할만 하지 곰치처럼 먹이를 끌고 가는 적극적인 기능은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흡인력으로 먹이를 목구멍 안으로 빨아들인다. 메타 교수는 “좁은 산호초에서는 입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먹이를 빨아들이기 어려워 곰치가 제2의 턱뼈를 사용하는 식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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