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역전골' 벤투호, 최종예선 '진출'했지만 과제도 많다

박순규 2021. 6. 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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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캡틴 손흥민이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H조 레바논과 최종전에서 후반 21분 역전골을 성공시킨 후 특유의 카메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KFA 제공

13일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최종전 2-1 역전승, 5승 1무 조 1위로 2차 예선 통과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슈퍼 소니' 손흥민의 '카메라 세리머니'가 마침내 A매치에서도 펼쳐졌다. 한여름 무더위와 '침대 축구'에 지친 팬들에겐 그나마 막힌 가슴을 뚫어준 '청량제'였다. 벤투호는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최종 예선에 진출했지만 획일적 전술 패턴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3일 오후 3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레바논과 최종전에서 30도에 가까운 무더위와 부딪히기만 하면 넘어지는 '중동 침대 축구'에 고전하다 후반 21분 손흥민의 역전 페널티킥 골을 앞세워 2-1 승리를 거두고 5승 1무 승점 16으로 조 1위를 확정하며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0-1로 답답하게 끌려가던 후반 전세를 뒤집는 2골에 모두 관여하는 플레이로 역전승을 견인했다. 후반 6분에는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송민규의 헤더와 함께 레바논 수비수의 자책골을 끌어냈다. 손흥민의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한 송민규의 슛이 레바논 수비수 마헤르 사브라의 몸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을 갈라 자책골로 기록됐다.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가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고양=남용희 기자

손흥민은 1-1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1분 남태희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성공시켜 2-1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남태희의 드리블 돌파 시 레바논 수비수가 다급하게 손으로 볼을 차단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사실 남태희에게 공간 패스를 열어준 것도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레바논 선수들의 집중 견제와 잘 풀리지 않는 동료 선수들의 플레이를 끝까지 다독이면서 주장다운 활약을 보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 주전으로 활약 중인 손흥민은 올 시즌 에이스 해리 케인과 함께 팀 공격을 주도하며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아시안 최다골을 기록하며 '카메라 세리머니'를 펼쳐보였지만 A매치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는 답답한 벤투호의 활력소였다. 특히 이날 손흥민은 과거 토트넘 시절 동료였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쾌유를 비는 '23 세리머니'와 카메라를 향해 '스테이 스트롱, 아이 러브 유(Stay strong, I love you)’라고 작은 소리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레바논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송민규(왼쪽)와 손흥민. 송민규는 후반 6분 손흥민의 코너킥을 절묘한 헤더로 골문을 열었으나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자책골로 기록되면서 아쉽게 A매치 데뷔골을 놓쳤다./고양=남용희 기자

손흥민과 1992년생 동갑내기인 에릭센은 덴마크 국가대표 에이스로 지난 12일 2020유럽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핀란드전 도중 갑자기 심정지로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러져 전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손흥민과는 2015~2016시즌부터 5시즌 동안 토트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절친'으로 ‘23’은 토트넘 시절 에릭센의 백넘버다. 손흥민은 레바논전에 앞서 자신의 SNS 계정에 에릭센과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시절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나의 모든 사랑을 에릭센과 그의 가족에게 보냅니다. 힘내요 형제여"라는 글을 남겼다. 손흥민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데는 이런 이유도 작용했다.
과거 토트넘 동료이자 '절친' 에릭센의 쾌유를 비는 손흥민의 '23 세리머니'. 덴마크 국가대표 에릭센은 지난 12일 핀란드와 2020유로 조별리그 경기 도중 쓰러져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23번은 과거 토트넘 시절 에릭센의 백넘버./고양=남용희 기자

손흥민의 돋보인 활약과 달리 이날 벤투호는 최종예선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레바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이한 마음과 획일적 빌드업 패턴으로 경기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상 조 1위를 확보한 가운데 나선 벤투호는 저돌적으로 압박을 펼치는 레바논 선수들의 대시에 번번이 패스가 끊겼으며 전반 단 한 차례의 레바논 슈팅에 실점을 허용하는 수비력에 문제를 노출했다.

패스는 속도와 방향, 타이밍이 중요한데 한국은 시종일관 같은 템포로 패스를 시도하다 레바논 선수들의 몸에 막혀 공격 흐름이 끊기면서 어려움을 자초했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와 손흥민을 투톱으로 내세운 4-1-3-2 전형으로 레바논전에 나섰다. 송민규와 이재성, 권창훈이 공격 2선에,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 홍철~김영권~박지수~김문환이 포백진, 김승규가 골키퍼로 포진됐다.

지난 월드컵 2차예선 4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과 비교해 11명의 선발 가운데 2명이 바뀌었다. 경고 누적으로 레바논전 출전이 불가능해 조기 소집해제된 김민재와 남태희 대신 박지수, 송민규가 출전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지난 9일 플랜B로 스리랑카를 5-0으로 꺾고 4승1무(승점 13점·골득실 +20)를 기록, 2위 레바논(승점 10점·골득실 +4)에 승점 3점 앞선 조 1위를 지키며 골득실에서 크게 앞서 사실상 조1위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했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레바논전 선발 명단./KFA 제공

하지만 활발한 침투 능력을 보여준 왼쪽의 홍철-송민규 라인에 비해 오른쪽의 김문환-권창훈 라인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투박한 움직임으로 한국 플레이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 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13분에는 라이트백 김문환이 공격으로 전환하다 볼을 빼앗기면서 선제 실점으로 이어지는 빌미가 됐다. 레바논의 하산 알리 사드는 단 한 차례의 슈팅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 수비수들 사이로 슛을 날려 한국의 오른쪽 골문을 뚫었다.

레바논은 조 2위로 최종 예선에 진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기대 이상으로 선제 득점까지 성공한 레바논은 기회만 되면 그라운드에 누워 시간을 끌었으며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 압박으로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레바논은 2차 예선 조 1위 8개팀과 조 2위 4개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최소 무승부, 최소 실점을 위해 침대 축구를 마다하지 않는 총력전을 펼쳤다.

벤투호에는 어려운 가운데 경기를 풀어가는 '캡틴'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레바논의 밀집 수비진을 뚫고 동료들에게 볼을 연결했으며 결국 후반 21분 페널티킥으로 2-1 역전골을 기록했다. 드리블하다가 골에어리어 오른쪽의 남태희에게 볼을 연결, 남태희가 볼을 잡고 골문으로 향하는 순간 레바논 수비수가 손으로 볼을 터치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침착하게 레바논 오른쪽 골문으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A매치 통산 91경기에서 27호골을 기록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무더위로 선수 보호를 위해 전, 후반 30분에 '워터 브레이크'가 실시됐다. '워터 브레이크'는 기온이 높을 때 경기감독관과 심판진이 상의해서 결정할 수 있으며 전,후반 한 번씩 가능하다. 주심이 휘슬을 불면, 약 1분간 휴식을 취하며 물을 마실 수 있다. 낮 경기가 펼쳐진 고양 종합운동장의 이날 기온은 섭씨 영상 29도, 습도는 60%로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를 보였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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