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참사' 불법 하도급 정황 포착..경찰 수사 속도

박순엽 2021. 6. 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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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불법 하도급 정황을 포착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3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붕괴한 건물이 포함된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과 관련해 석면 등 해체 공사와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각각 수주한 업체들이 모두 광주지역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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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광주 철거 건물 붕괴' 불법 재하도급 정황 파악
재하도급은 원칙적 금지..노동계 "재하도급 만연해"
붕괴 경위 등 함께 조사..철거업체 관계자 7명 입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불법 하도급 정황을 포착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안전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감리자 등을 입건해 해당 건물 붕괴가 일어난 경위 등도 조사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철거 작업 중이던 한 건물이 붕괴한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재하도급 정황’ 파악…재하도급, 원칙적 금지

13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붕괴한 건물이 포함된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과 관련해 석면 등 해체 공사와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각각 수주한 업체들이 모두 광주지역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을 확인했다. 전문공사업체가 다른 전문공사업체에 다시 공사를 넘기는 재하도급은 현행법 위반이다.

경찰에 따르면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석면 해체 등 공사를 수주한 다원이앤씨는 석면 공사 일부를 지역 업체인 백솔에 다시 하도급을 줬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수주한 한솔기업도 백솔과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두 공사 모두 백솔이 재하도급을 맡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공사를 위해 전문건설업체에 재하도급하는 상황 외엔 건설업체는 원칙적으로 도급받은 공사를 다른 건설업체에 하도급할 수 없다. 전문공사업체가 공사 품질이나 시공상의 능률을 높이고자 전문공사를 재하도급할 땐 수급인의 서면 승낙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철거업계와 노동계는 불법 재하도급 관행이 건설 현장에서 숱하게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지난 10일 “이번 사고는 건설 현장에서 만연된 재하도급 관행과 관리·감독의 부실이 만들어낸 참사”라며 “건설 현장에선 재하도급을 숨기려고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 일하는데, 이 때문에 재하도급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4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건너편 도로에 사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가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 “재하도급으로 예산 줄어”…관계자 7명 입건

불법 재하도급 구조 속에서 도급 단계를 거치면 공사비용이 점차 줄어드는 탓에 철거 업체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해 이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건설업체는 더 싸게 공사를 맡고, 이윤은 남기려 하기 때문에 무리한 작업들이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참여자치21’도 “원래 철거 비용으로 책정된 예산은 3.3㎡당 28만원이었지만, 실제론 예산이 평당 14만원 선으로 줄어든 정황이 있다고 한다”며 “무리한 철거가 진행된 점, 안전 감리 책임자가 없었던 점, 인도 통행 통제 등 안전 조치가 미흡했던 점 등이 발생한 근본엔 이윤만을 고려한 불법적인 하도급 사업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 외에도 △꼭대기 층인 5층부터 아래로 철거를 진행하겠다던 계획서를 작업 당시 따르지 않은 배경 △사고 당시 물을 뿌리는 작업이 과도하게 진행된 경위 △담당 자치구의 감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 단가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의혹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무고한 시민이 안타깝게 희생된 중대 사건인 만큼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현재까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와 감리자 등 총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앞으로의 조사를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 구역에선 지난 9일 오후 철거 공사 중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져 건물 앞 정류장에 들어서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버스가 건물 잔해 아래 깔리면서 버스를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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