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면책기준' 논의..암호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물꼬 틀까

김인경 2021. 6.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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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암호화폐 TF참여 거래소 관리방안 논의 시작
"고의·중과실 없으면 거래소 사고에서 면책"
면책제 도입시 거래소 실명계좌 거부 분위기 전환될 듯
당국, 암호화폐 금융거래 모니터링 행정지도 연장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실명계좌를 제공한 시중은행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기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검증에 대한 ‘무한 책임’을 피할 수 있게 돼 실명계좌 제공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명계좌 발급 은행에 ‘면책’…은행권 부담 덜 듯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은 금융위원회와 유관기관들이 꾸린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전담반(TF)에 참여하거나 참여를 준비중이다. TF는 5개 작업반으로 나눠 운영되는데, 은행과 은행연합회는 주로 컨설팅반, 신고수리반 등에서 당국, 유관기관들과 함께 거래소 관리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특히 은행권은 TF를 통해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여러 법적 문제나 애로사항 등을 당국과 논의할 계획이다. 이미 은행권은 실명계좌 발급 후 은행의 책임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면책기준’이 필요하다는 뜻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등은 거래소와 거리를 두고 있다. 향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들이 은행의 검증을 믿고 투자를 했으니 은행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론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요청을 해 온 적도 있고, 암호화폐가 미래 투자시장이란 관점에서 진지하게 살펴본 적도 있다”면서도 “만약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론이 나올텐데, 은행이 거래소를 직접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고 한계가 있는 것이 실명계좌 제휴를 꺼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미 실명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케이뱅크,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도 금융당국에 ‘면책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60여 중소형 거래소, 은행 실명계좌 발급 ‘비상’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이상, 거래소 사고에서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이 명확해지면 은행은 실명계좌 발급에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지는 셈이다. 현재 4대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외한 60여 중소형 거래소들은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중대형 거래소로 분류되는 고팍스, 한빗코 등도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지방은행과 논의를 했지만 아직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이 움츠러들자 난처해진 곳은 거래소다.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은행의 실명계좌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받아야 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다면 줄폐업을 해야 할 최악의 상황에 부닥칠 있다. 현재 ISMS 인증을 받았지만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특금법 신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16곳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면책이나 권한 등이 명확해지면 암호화폐 거래소와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는 일부 은행에서 실명계좌 발급 작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금법 신고 앞두고 ‘기획파산’ 주의보…벌집계좌 감시 강화

당국은 9월 24일까지 신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 중 일부가 ‘기획파산’을 하면서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먹튀’ 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도 이어가기로 했다. 은행 등 금융사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금융거래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는 행정지도를 올해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현재 은행권의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대다수 거래소는 거래소 명의 법인계좌 하나만 발급받고, 그 계좌를 통해 다수 투자자의 입금 등을 처리하는 이른바 ‘집금(벌집) 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부 거래소는 금융당국이 집금 계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자 비교적 감독이 소홀한 상호금융 등 소규모 금융사로 숨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집금 계좌를 쓰면 특정 고객의 자산이 얼마인지 등을 알 수 없고, 자금 세탁 등의 위험도 방지할 수 없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 사업자 집금계좌에서 타인 계좌나 개인 계좌로 예치금 등 거액이 이체되는 등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으면 금융사가 FIU에 보고하고 자금 출처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FIU 관계자는 “위장 계좌나 타인 계좌를 활용하는 것은 금융실명법 위반”이라며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매월 금융 업권별로 위장·타인 명의 집금계좌를 전수조사하고 금융거래를 거절·종료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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