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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으로 박스 쌓이자.. 30년만에 택배비 줄인상

조성호 기자 입력 2021. 06. 13. 19:34 수정 2021. 06. 14.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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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몫
택배노조가 파업 결의대회를 연 서울복합물류센터에 지난 9일 배송되지 못한 물건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편의점 CU와 GS25가 15일부터 택배비를 무게·크기에 따라 최소 300원에서 최대 1000원까지 올린다. 이들 편의점의 택배 서비스를 대행해 주는 CJ대한통운이 지난 4월 택배 단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택배비 인상은 CJ대한통운만이 아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3월 개인 고객의 택배비를 1000원, 한진은 지난 4월 1000~2000원씩 올렸다.

올 초부터 시작한 택배비 인상 도미노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택배 노조의 요구에 따라 택배사들이 분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택배 업계가 이처럼 일괄적으로 택배비 인상에 나선 것은 1990년대 초 우리나라에 택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택배비는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꾸준히 하락했다. 택배비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택배 노조가 이번 달 파업을 시작하면서 인력 추가 고용과 근로시간 단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 분류 인력 확충… 비용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CJ와 한진, 롯데는 택배 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지난 2월 6000여명의 분류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다. 코로나 이후 작년부터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택배기사 과로사가 잇따르자, 택배 노조는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주소별로 구분하는 분류 작업이 택배기사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며 지난 1월 한 달 동안 파업을 벌였다. 당초 사업 계약에 분류 작업까지 포함돼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택배사들은 노조의 파업과 정치권의 압박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쓰지 않던 인력을 추가 투입하다 보니, 택배사는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노조 측은 분류 작업에 하루 5시간가량이 소요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최저시급 872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분류 인력 1인당 하루 4만3600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6000명을 고용했으니 택배 3사만 따져도 하루에 2억6160만원의 인건비가 더 들어가게 된 것이다.

주요 택배사 가격인상 현황

하지만 노조는 택배사에 분류 인력 추가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분류 인력을 더 늘리고 택배기사의 주당 근로시간을 축소해달라며 지난 7일부터 단체행동에 나섰다. 택배 회사가 이번에도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택배비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가 택배사들과 노조를 불러모은 긴급회의에서 택배사들은 추가로 필요한 분류 인력 확충을 연내에 완료하고, 주당 근로시간을 60시간까지 줄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노조 “근무 줄이고 수익 보전”… 택배비 더 오를 듯

택배사들의 노조 요구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택배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더 커졌다. 노조 요구를 맞추기 위해 당장 더 필요한 분류 인력은 롯데와 한진에서만 700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택배 노조는 분류 인력 이외 택배기사 근무 단축과 함께 수익 보전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주당 평균 72시간인 택배기사들의 근무시간을 60시간으로 단축하고, 월평균 500만원인 수익도 보장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며 “이를 감안하면 택배비를 100원 이상 추가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택배사 입장에서는 비용 인상 말고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평균 1~2%에 그칠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3%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고작 1.8%에 그쳤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업무가 많은 택배기사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택배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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