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에 주춤하는 삼성.. TSMC, 독주 굳히기 들어가나

남혜정 2021. 6. 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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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대형 투자 연이어 발표
13조원대 美 공장 건설 계획 이어
日에도 파운드리 시설 건립 검토
자국엔 2나노 시범 라인 구축키로
역대급 호실적으로 자금력 탄탄
삼성전자 대규모 투자계획 불구
총수 부재 로 공장 건설 확정 못해
업계 "격차 더 벌어질 수도" 우려
사진=EPA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대만과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반도체 공장 건립을 검토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경쟁 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고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총수 부재로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TSMC가 파운드리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어, 삼성전자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신설되는 공장에는 16㎚(나노미터·10억분의 1)와 28㎚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세공정으로 알려진 5㎚급은 아니지만,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최근 부족 사태가 벌어진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위한 것이다.

앞서 일본 현지 언론은 TSMC가 지난 2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R&D(연구개발) 거점을 건설하기로 했고, 일본 정부가 TSMC에 약 190억엔(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생산라인을 검토 중인 구마모토현에는 TSMC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소니의 주요 공장이 있다. TSMC와 일본이 협업을 강화하면서 TSMC의 일본 반도체 시장 장악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최근 잇달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하는 것을 비롯해 애리조나에만 파운드리 공장을 총 6개 라인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쏟아붓겠다는 장기 투자계획을 밝혔다. 올해 안에는 대만에 2㎚ 시범 생산라인도 구축할 예정이다.

TSMC의 대규모 투자는 역대급 호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TSMC는 매출 129억달러(약 14조5000억원), 영업이익 53억6000만달러(약 6조원)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TSMC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5432만9300만달러(약 605조7717억원)로 1년 전에 비해 96.3%나 급등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시총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위인 삼성전자와 TSMC와의 시총 격차는 지난해 100억9100만달러에서 올해 1179억8300만달러로 벌어졌다.

TSMC가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투자금액을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평균 투자금액은 15조∼16조원 선으로, 연평균 35조∼40조원을 쏟아붓는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총수의 부재도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옥중에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나 아직 투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공사에 들어간 평택캠퍼스 3라인(P3)에는 파운드리 설비를 얼마나 들여올지 미정이다. 현재 5나노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수율 문제로 좀처럼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두 회사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투자를 통해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라며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신속한 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D램, 낸드 등 메모리 분야의 신기술 개발 경쟁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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