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세 자녀 허용 정책에 쏟아진 냉소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1. 6. 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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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인구 급감에 산아 제한 풀었는데
신화통신 설문조사에서 90%가 "전혀 고려 안해"

5월31일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주석 주재로 정치국 회의를 열어 세 자녀 출산 허용을 공식 결정했죠. 출산 장려 정책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1980년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한 지 41년 만에 사실상 산아 제한을 푼 거죠.

그런데 중국 내 여론은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냐는 분위기입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3번째 자녀 출산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몇 시간 만에 설문조사를 내렸어요. 3만1000명가량이 응답을 했는데, 2만8000명(90.3%)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을 한 겁니다. 출산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5% 정도에 그쳤어요. 나머지는 망설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5월31일 웨이보 계정을 이용해 실시한 세 자녀 출산 관련 설문조사. /웨이보 캡처

◇무슨 말을 해도 안 낳는다

중국 현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도시 집값이 너무 비싸고 아이 교육에도 큰 비용이 들어가서 하나 키우기에도 형편이 빠듯하죠.

딩크족인 42세의 한 여성 교수는 외신 인터뷰에서 “대도시에서는 아이 양육과 교육에 너무 큰 비용이 든다”면서 “아이를 낳으면 생활수준이 극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 여자 아이가 6월1일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고 있다. 중국은 전날인 5월31일 세자녀 출산 허용 정책을 발표했다. /EPA 연합뉴스

다자녀 출산에 필요한 사회 환경도 문제이죠. 중국은 국·공립 유아원 등의 시설이 크게 부족해 0~3세 영유아의 탁아시설 이용률이 4.1%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4.2%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죠.

맞벌이 여성들이 아이를 여럿 낳았다는 이유로 직장 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입는 사례도 여전하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구성을 건전하게 하고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한다’고 하니 볼멘소리가 속출합니다. 부동산 문제, 교육비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거죠. 소셜미디어에는 ‘무슨 말을 해도 셋째는 안 낳을 거야(寧躺平也不生三孩)’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신생아 숫자 급속한 감소세

중국 당국이 이런 현실을 잘 아는데도 세 자녀 정책을 내놓은 건 인구 위기가 워낙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작년 중국의 신생아 숫자는 1200만명으로 4년 연속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중국은 2015년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두 자녀까지 낳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죠. 그 효과로 2015년 1655만명이었던 신생아 숫자가 2016년 1786만명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엔 계속 감소세에요. 2017년 1723만명이었던 출생 인구는 2018년 1523만명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1465만명, 2020년에는 1200만명으로 감소했습니다.

◇2050년부터 중국 인구 급감 예상

중국 학자들은 중국 인구가 2030년을 전후해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출생 인구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줄면 그 시기가 2027년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의 한해 사망자수는 1000만명 정도이죠. 출생 인구가 이보다 적어지면 인구가 줄어드는 겁니다. 작년 11월 인구조사 결과 중국 인구는 14억1177만명으로 집계됐죠.

당장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우려하는 건 누적 효과입니다. 가임기 여성 인구가 줄어들면서 10~20년 뒤에는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중국이 2050년쯤부터 인구 급감의 시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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