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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얀센 받고 20배 기부보따리 내놨다..바이든의 '남는 장사'

박현영 입력 2021. 06. 14. 05:01 수정 2021. 06. 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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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G7 정상회의서 백신 기부 발표
美 지원 얀센 백신 100만 회분 가격의 20배
'큰 손' 기부 뒤엔 美 '백신 리더십' 동참 권유
동맹 강화, 남는 백신 처리, '일석삼조' 바이든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AP=연합뉴스]


한국에 얀센 백신 100만 회분을 지원한 미국이 결과적으로는 백신 외교에서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12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개발도상국 백신 지원에 2억 달러(약 2230억원) 상당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미국의 백신 리더십을 세워준 것이 첫째 이유다.

다음으로 미국의 백신 지원으로 한·미동맹 강화를 도모하고, 마지막으로 유효기간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 백신을 폐기하지 않고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까지 고려하면 바이든 정부의 일석삼조 백신 외교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알린 장면은 저개발국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5억 회분을 기부한다는 지난 10일 발표였다.

팬데믹 종식을 위해 미국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다. 바이든 대통령 말대로 "단일 국가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기부"였다.

하지만 미국 혼자로는 부족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인구의 70%가 접종을 마치기 위해 필요한 백신량을 110억 회분으로 추산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기부 발표 연설에서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백신 공유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한 이유다.

G7 정상회의에 특별 초대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열린 보건 세션에서 백신 기부를 발표해 백악관의 요구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개도국 백신 지원에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기부하고, 내년에 1억 달러어치 현금이나 현물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부는 국제 백신 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 선구매공약매커니즘(Covax AMC)'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이 지난해 코백스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금액 1000만 달러(약 110억원)의 20배다.

한국의 '통 큰' 백신 기부는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지원받기 위해 협상하면서 의제로 떠올랐다.

당시 미국은 코백스에 20억 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추가로 20억 달러를 더 내놓겠다면서 다른 나라도 기부하라고 독려하던 때였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 즈음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지원받는 게 시급했던 한국이 미국의 백신 기부 리더십에 적극 동참하는 방안을 논의하게 됐다고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밀접 접촉하는 한국군 55만 명을 위해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 다음 주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기대했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아닌 얀센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통보했고, 101만 회분이 군 수송기를 타고 5일 국내에 도착했다.

앞서 지난 2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화상으로 열린 코백스 AMC 정상회의 연설에서 "한국은 코백스에 획기적인 기여 확대를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얀센 백신 1억 회분을 10억 달러에 계약했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백신 1회분당 가격은 10달러꼴이다. 산술적으로 한국이 기부받은 얀센 백신 100만 회분은 약 1000만 달러어치가 된다. 한국은 그 20배를 개도국 백신 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한 셈이다.

대규모 기부는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한국을 미국 주도의 개도국 지원 백신 외교 현장으로 이끌어내는 '남는 장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순서로만 따지면 한국에 얀센 백신 100만 회분을 제공한 뒤 한국 정부가 대규모의 백신 기부에 나선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2억 달러를 기부한 데 이어 이달 초 8억 달러 추가 기부를 발표했다. 한국이 지난해 코백스에 기부했던 액수는 1000만 달러다. 한국의 코백스 기부 약정액을 일본과 비교하면 지난해 일본의 20분의 1에서 올해는 4분의 1로 대폭 뛰었다.

미국이 세계 외교 무대에서 잃어버린 리더십을 되찾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팔로어십이다. 문 대통령 뿐만 아니라 G7 정상들도 정상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코뮈니케)에서 개도국에 코로나19 백신 10억회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은 미국이 전 세계 코로나19 접종을 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두에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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