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강매' 군부기업 비누·치약 써봤더니..품질 조악·일부 더 비싸

이정호 2021. 6.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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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외화 절약·중소기업 보호 내세워 비누·세제·치약 국경무역 수입금지
거품은 적고 향과 기능 떨어져.."경쟁력없는 제품 생산 군부기업 배만 불려줘"
군부 소속 기업들이 생산한 조악해 보이는 빨랫비누(위쪽) 세숫비누. 2021.6.12.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최근 미얀마 관영 매체에 시민들이 매일 사용하는 비누,세제,치약 등과 관련된 소식이 실렸다.

미얀마 수출입위원회(EICC)가 지난 3일 회의를 열어 국경 무역을 통해 미얀마 수입이 허가되고 있는 이들 제품에 대해 다음날(4일)부터 수입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외화 낭비를 줄이고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내수 시장을 보호한다는 게 명목이었다.

그런데 미얀마 시민들은 생각은 달랐다. 군사 정권의 '꼼수'라는 얘기다.

양곤에서 15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뚜야(가명) 씨는 기자에게 "현재 비누, 세제, 치약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라고는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세운 '국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시장 보호'라는 명목은 군부 기업들의 이익만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도 궁금했다. 사실 일선 마트나 가게에서는 군부 기업들이 생산한다는 그런 생필품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양곤의 치약·칫솔 공장을 방문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 [이라와디 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다.

그러나 미얀마에 온 지 오래된 한인들에게서 "군부 기업들의 제품만 판매하는 마트가 양곤에 여러 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다"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약 10년간 군 복무를 했다는 쏘 르윈(가명) 씨를 통해 양곤시 외곽 경계에 위치한 군부대 입구에 아직도 군부 기업들의 제품을 파는 마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접 찾아가려 했지만, 검문 검색이 진행 중이어서 포기했다.

대신 쏘 르윈 씨에게 부탁해 비누와 치약, 세제 등을 샀다.

양곤시 북쪽 경계에 위치한 '따잉 쉐 공' 마트. 2021.6.11. [현지인 제공]

그게 제품을 사 온 '따잉 쉐 공'이라는 간판의 마트는 우리나라로 치면 군부대 매점(PX) 정도로 볼 수 있다.

'파동마'(연꽃)라는 브랜드의 빨랫비누를 사용해 봤다.

막대형(19*5*2㎝)은 3개짜리 한묶음에 250짯(약 170원)이었다. 그보다 작은 낱개형(8*5*2㎝) 제품은 개당 200짯(약 135원)이었다.

시중에 비교할 제품이 마땅치 않아 가격 비교는 하지 못했다.

제품을 사용해보니 우리나라 빨랫비누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거품이 적었다. 또 크기는 작아서 아주 헤펐다.

세숫비누는 '카볼릭'이라는 브랜드였는데 항균 제품으로 알려졌다.

따로 향을 첨가하지 않아서 그런지 냄새가 조금 역했다.

이 제품 역시 거품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씻고 난 다음에는 얼굴이 금방 건조해져서 얼굴의 유분을 지나치게 제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격은 4개짜리 막대형(19*4.4*2.5㎝)이 600짯(약 405원)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빨간 색으로 유명한 영국산 '라이프 보이' 비누 한 개는 군부 비누 낱개의 2배 정도 크기인데 600짯 가량에 팔리고 있어, 가격이 두 배가량 높은 셈이다.

왼쪽부터 '튤립' 브랜드의 다목적 세제, '덴토멕' 브랜드 치약과 칫솔. 2021.6.12.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튤립'이라는 브랜드의 세제는 다목적 세제라고 되어 있었는데 주방세제로 보였다.

1ℓ들이 제품이 1천200짯(약 813원)이었는데 현재 대형마트에서 파는 주방세제는 대부분 1ℓ에 1천700짯(약 1천150원)쯤 하니 조금은 싼 가격이다.

사용해보니 냄새는 주방세제가 아닌 세탁세제와 같은 냄새가 났고 역시 거품이 별로 없었다.

기름 제거는 잘되는 편이었다.

'덴토멕'이라는 브랜드의 치약만은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제조사가 '스타 하이 주식회사'라고 확실하게 표시돼 있었다.

스웨덴 기술제휴라는 이 제품은 75g짜리가 750짯(약 510원)이었다.

시중 대형마트에서 파는 수입 치약은 같은 용량에 700짯(약 475원) 정도여서 가격은 오히려 조금 더 높았다.

사용해보니 이것도 거품이 잘 생기지 않았다. 치아 표면이 너무 강하게 마모된다는 느낌도 들었다.

포장은 물론 품질이 모두 조악한 빨랫비누와 세숫비누, 세제는 정상적으로 시장에 나와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는 상품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군부대 매장이 아니라 일반 매장에서 팔릴 경우 세금이 더해질 것이고, 유통망 구축에 따른 비용까지 추가된다면 가격 우위마저 보장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치약은 이미 수입품보다 가격이 높은 상태니, 두말할 것 없었다.

군부의 수입 제한 조치가 발효됨에 따라 현재 판매 중인 수입품들의 재고가 떨어지면 군부 기업이 만든 비누와 세제, 치약이 마트의 진열대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외화 절약과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목이 군부 기업 제품에 대한 사실상 강매로 이어지면서, 질 낮은 제품을 높은 가격으로 사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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