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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 합의됐던 한일 회담 일방 취소..'외교 결례' 논란

길윤형 입력 2021. 06. 14. 15:16 수정 2021. 06. 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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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웰에서 간이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었지만, 일본이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일본 언론들과 만나 "(한국이) 국가와 국가 사이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다. (회담을 열 만한) 환경이 아니다. 한국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문제를 분명히 정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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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당국 G7서 '약식회담' 열기로 합의
양국 정상들도 모두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 스가 총리에게 두차례 접근했으나
스가 "한국이 징용공 해결책 제시하라" 냉담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 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이동하고 있다. 콘웰/연합뉴스

한-일 정상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웰에서 간이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었지만, 일본이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좀처럼 개선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양국 관계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4일 “한-일 정상이 콘웰에서 약식회담을 열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양국 정상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시간은 유동적이었지만 한-프랑스 약식회담과 같은 형식으로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정부 관계자가 말하는 한-일 정상 간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오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던 형식과 같은 ‘약식회담’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마련된 라운지에 마크롱 대통령과 10분 정도 짧은 약식회담을 했다. 즉,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도 사전 예고 없이 만나는 ‘우연한 접촉’이 아니라 이와 비슷한 형식의 약식회담을 갖기로 외교당국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12일 오후 3시 30분 초청국인 영국의 공식 환영식이 열리고, 오후 4시부터 세션 1 회의가 열리기 전의 막간을 이용해 스가 총리에게 접근해 “반갑다”는 인사를 건넸다. 사전 약속대로라면 이후 자연스레 약식회담으로 이어져야 했지만, 스가 총리가 대화를 뒤로 미루자는 뜻을 비쳐 접촉은 1분여 만에 끝나고 말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바비큐 형식으로 진행된 만찬 때 다시 스가 총리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실례가 되지 않도록 인사”를 했을 뿐 회담엔 응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일본과 추가 접촉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스가 총리는 정해진 일정을 마치고 그대로 현장을 떠나고 말았다.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일본 언론들과 만나 “(한국이) 국가와 국가 사이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다. (회담을 열 만한) 환경이 아니다. 한국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문제를 분명히 정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이 회담에 응하지 않으면 내세운 이유는 15일 독도 해상에서 예정됐던 해군의 ‘동해영토 수호훈련’이었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하는 이 훈련에 대해 일본은 12일부터 외교부를 통해 항의 의견을 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쪽에선 “연례적으로 하는 훈련을 이유로 정상회담 일정을 취소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번 약식회담을 통해 7월 말 열리는 도쿄 올림픽 개막식 등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도쿄 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한국만큼 일관된 메시지를 전해온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 역시 13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스가 총리가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한국이 먼저 양보안을 내놔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거듭 확인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기는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상황이 어찌 될지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 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 간 만남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일본 쪽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는 한국 쪽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14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사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발신은 매우 유감으로 즉각 한국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가토 관방장관의 발언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국 쪽 주장대로 사전에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 잡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가토 관방장관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일정 등의 사정으로 인해 한일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회의 장소에서 짧은 시간, 두 정상 사이에서 간단한 인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가토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사전에 한일 정상회담이 약속됐지만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국 쪽은 일본이 회담에 응하지 않은 것이 15일 독도 해상에서 예정된 해군의 ‘동해영토 수호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동해영토 수호훈련’에 대해 항의를 한 것은 인정했다. 가토 관방장관은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국제법상으로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훈련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중단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길윤형 김소연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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