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수도에 '중국 대학' 건립 계획 무산

최현준 2021. 6. 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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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빅토로 오르반 총리가 자국 수도에 중국 대학 분교를 설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SCMP) 등 외신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시민 1만여명이 모여 '노(No) 푸단', '중국 대학 분교 설치는 반역' 등이라고 쓴 팻말과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상하이의 국립대학인 푸단대학의 분교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설립하려는 것에 대한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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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빚내 2024년 개교 예정이었으나
헝가리 시민 대규모 항의시위로 무산
지난 5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민들이 중국 푸단대 분교 건립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헝가리 빅토로 오르반 총리가 자국 수도에 중국 대학 분교를 설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헝가리 시민 1만여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이 계획에 대한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데 따른 조처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내년 총선을 앞둔 헝가리에서 야권의 반대 시위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푸단대 분교를 설립하려던 계획이 철회됐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시민 1만여명이 모여 ‘노(No) 푸단’, ‘중국 대학 분교 설치는 반역’ 등이라고 쓴 팻말과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상하이의 국립대학인 푸단대학의 분교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설립하려는 것에 대한 반대다.

부다페스트 시장인 게르겔리 카라소니도 이날 중국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사태의 이른바 ‘탱크맨’ 사진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1989년 6월4일 톈안먼 사태 당시 광장 한복판에서 시위대 청년 한 명이 탱크의 진입에 맞서 홀로 서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다.

헝가리 정부와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부다페스트에 푸단-헝가리 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중국의 고등교육기관이 해외에 분교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언론인 <다이렉트36>이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2024년 개교 예정인 푸단대 분교는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르는 다뉴브 강 동편 신시가지 쪽에 연면적 52만㎡로 조성되며 인문, 사회, 과학, 의학 등 4개 학부가 개설된다. 총 18억 달러(2조원)가 투자되고, 이 가운데 15억달러(1조6700억원)를 중국이 헝가리에 차관으로 제공한다. 상대국에 거대한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외교 방식이 재연됐다. 게다가 학교 건설은 입찰 없이, 중국 국유기업인 중젠이 맡고, 중국 건설자재와 중국인 노동자를 쓰게 되는 것도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시민들은 굳이 2조원 가까운 빚을 내 중국 국립대학의 분교를 설립하는 것에 의아해하며, 이 빚이 향후 시민들에게 막대한 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학 조성 비용은 헝가리의 한 해 고등교육 예산을 웃도는 수준으로, 최근 수십 년 동안 헝가리 교육 분야에서 이뤄진 투자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또 헝가리 분교가 중국의 인권탄압과 폭력 등을 정당화하는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카라소니 시장은 “우리는 지금 우리 독재자들과 싸우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도시이다. 우리는 5천억 포린트(약 16억달러)나 되는 시민들의 세금을 중국의 엘리트 대학 캠퍼스에 퍼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실시한 헝가리 퍼블릭 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찬성하는 비율이 20%에 불과했다.

푸단대 분교 건립 계획은 헝가리를 통해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려는 중국 당국의 요구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확대하려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유럽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협정 비준 등 유럽에 지속적인 화해 손길을 내밀고 있다. 반이민, 권위주의 정책을 앞세운 극우파 포퓰리스트 오르반 총리도 서방 세계와는 선을 그으면서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 헝가리는 세르비아와 함께 유럽에서 드물게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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