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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작아서 안전하다? 크기 줄면서 안전도 축소될 수도

김정수 입력 2021. 06. 15. 05:06 수정 2021. 06.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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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방사성물질 방출량 대형보다 적지만
다수 원자로 곳곳서 가동해 사고위험 높아
업계도 "원전 규제요건 바뀌어야 성공 가능"
소형화·경제성 확보 과정서 안전약화 우려
지난해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표준설계 인증을 받은 뉴스케일파워의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조감도. 뉴스케일파워 제공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소형 모듈원전이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원자로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피해만 고려하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소형 원전은 대형 원전에 비해 사고 때 최대한 방출할 방사성 물질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고발생 위험 자체로부터의 안전을 따져보면 정반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원자로 크기와 무관하게 사고 발생 확률이 같다고 보면, 1400MW 대형 원자로 1기를 돌리는 것보다 여기저기서 100MW 원자로 14개를 돌려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 때 위험성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소형모듈원전은 출력 크기와 시공 방식에 따른 분류일 뿐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집계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이 시도되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는 한국 원자력연구원의 ‘스마트’와 울산과학기술원의 ‘마이크로우라누스’를 포함해 72종에 이른다. 제각기 다르게 설계되고 있는 이 원자로들의 안전성을 일반화해 규정하기는 어렵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 계획을 밝혀 주목을 끈 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자로는 일반 대기압력 수준에서 작동하도록 해 압력에 의한 불안정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설계 개념을 담고 있다. 하지만 소듐냉각고속로 방식을 취해 근본적으로 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장을 지낸 강정민 핵컨설턴트는 “액체 소듐은 공기와 닿으면 화재가 발생하고 물이나 콘크리트와 닿으면 폭발한다. 액체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속로에서 이 안전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와 중국이 비경제적이고 안전하지도 않은 고속로를 건설하려는 것은 노심 바깥 부분에서 많이 생성되는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며 핵확산에 대한 취약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 인증까지 받아내 소형모듈원전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자로도 ‘안전 강화’를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지분 투자자와 설비 제작사로 참여하기로 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 원자로 설계에는 자연순환방식 피동형 냉각시스템이 채택됐다. 냉각펌프가 아예 없어 일본 후쿠시마에서와 같이 외부 전원 공급 중단이 중대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없앴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뉴스케일은 증기 발생기를 원자로와 일체형으로 만들려고 코일 형태로 설계해 안전을 확인하기 어렵게 돼 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내준 설계 인증은 정비요건 충족 문제 등의 미해결된 부분들을 추후 해결하는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인증”이라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연구원은 공동 개발하려는 170MW급 한국형 혁신 소형모듈원자로(i-SMR) 설계에 10의 마의너스9승분의 1(10억년에 1회 발생)의 노심손상빈도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노심이 손상될 확률 기준을 10의 마이너스5승분의 1(10만년에 1회 발생)로 잡은 기존 대형원전(APR1400)보다 1만배 높여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설계 개념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느냐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노심손상빈도 설계 기준이 낮아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가 났던 것이 아니다. 노심손상확률이 10의 마이너스 9승이라는 것은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로 검증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원전 크기가 계속 커져 온 것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정교하고 복잡한 안전시설을 덧붙이면서 덩치가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과 반대로 원전을 작고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 안전과 타협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대형 원전 설비의 절반 이상은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과 관련된 설비로 볼 수 있다. 원전이 작아지면서 이런 설비들이 압축되면 검사와 관리에 들어가는 기술 비용이 더 증가하고 안전성은 더 위협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개발 프로젝트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이 충돌하는 상황이 원전 개발에도 예외는 아니라는 얘기다.

소형모듈원전이 대형 원전은 물론 갈수록 경제성이 높아지는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경쟁해야 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괜한 우려일 수만은 없다. 실제 원자력업계 내부에서도 이런 상황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다.

한수원 중앙연구원 김한곤 원장은 지난 4월 한국원자력학회의 원자력이슈포럼에 나와 “현행 규제요건을 다 지키고서 개발해, 극도로 단순하게 하고 작게 하면서도 경제성을 다 만족하는 원자로는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규제요건도 많이 바뀌어야 된다. 개발 초기부터 규제와 관련된 분들하고 같이 가야지 산업계와 연구계만 나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강조한 규제요건 변화가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은 낮다.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소형모듈원전이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산업시설 인근에서 극오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설치돼, 전기는 물론 열과 수소 생산 등에도 활용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런 광범위한 확산은 시설 파괴나 핵물질을 노리는 테러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집계한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가별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 현황. 출처:‘소형모듈원자로 기술 개발에서의 진보’ 보고서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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