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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잃고 5년 소송 매달렸는데.. 날아든건 수천만원 청구서"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주의, 이젠 변해야]

김지환 입력 2021. 06. 16. 17:43 수정 2021. 06. 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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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결 뒤 승소자의 변호사비용을 패소자에게 내도록 하는 패소자부담주의에 대한 개선 논의가 법조계와 환자, 유족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패소한 이에게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패소자부담주의'에 대한 비판이 의료소송까지 확대됐다.

패소 시 상대 소송비용 부담으로 개인의 재판청구권이 과도하게 제약받고, 패소자에게 2차적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패소자부담주의를 취하는 영국은 소송비용 부담에 법원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법률구조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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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소시 상대 소송비용까지 부담
재판청구권 과도하게 억제 지적
"승소율 낮은 공익·의료소송에선
패소자 부담원칙 예외를" 주장도

#. 복통을 호소해 응급실로 후송된 25살 딸 이연화양이 급작스레 사망했다. 아버지 이진기씨는 병원과 5년 간 소송을 벌였으나 결과는 패소였다. 대법원 패소 확정판결 직후 이씨에겐 소송비용 계산서와 최고서가 날아들었다. 병원이 소송비용으로 쓴 7620만원을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확정판결 뒤 승소자의 변호사비용을 패소자에게 내도록 하는 패소자부담주의에 대한 개선 논의가 법조계와 환자, 유족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이는 공익소송과 의료소송이 과도하게 억제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친 기획보도를 통해 의료소송 패소자부담주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패소한 이에게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패소자부담주의'에 대한 비판이 의료소송까지 확대됐다. 공익소송과 더불어 의료소송에서도 소송비용 부담에 예외를 두자는 취지다.

전문영역인 의료소송에서 환자와 유족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전문 지식은 물론 병원 잘못을 입증할 증거 확보에도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완전승소율이 1%에 불과한 의료소송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해볼 만한 싸움' 아닌 의료소송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료소송에서 발생한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자는 논의가 법률 전문가와 환자, 유족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패소 시 상대 소송비용 부담으로 개인의 재판청구권이 과도하게 제약받고, 패소자에게 2차적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패소자부담주의는 1990년 이후 한국사회에 자리 잡았다. 승소자가 지출한 변호사 비용까지 패소자에게 부담케 해 피해회복은 물론 소송남발을 방지하는 목적에서였다.

원칙이 자리 잡은 지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패소자부담주의의 병폐도 분명해졌다. 승소율이 높지 않은 공익소송과 전문영역 소송에선 소 제기 자체를 막고 패소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과한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엔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이 의료기관에 소송을 냈다 패소해도 의료기관이 유족의 상처 등을 고려해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경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본지가 확보한 사례 3건에서 국내 굴지의 상급종합병원이 최근 유족에게 소송비용을 즉각 청구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부 병원은 강제집행을 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소송비용이 확정된 패소자가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을 가까이서 본 환자들 사이에선 '의료소송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란 자조 섞인 발언까지 나온다.

재판청구권, 소송비용보다 중요해

미국과 일본 등은 우리나라와 달리 변호사 비용을 각자 지불하고 있다.

미국은 변호사 비용을 소송비용에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소송의 결과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당사자들이 단순히 소송을 방어하거나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 받아서는 안 된다"며 "그런 처벌이 상대방 변호사 비용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소를 제기하는 것을 억제당하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판시했다. 재판청구권이 소송비용 보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역시 변호사비 각자부담이 원칙이다. 패소자부담주의를 취하는 영국은 소송비용 부담에 법원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법률구조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한국의 민사소송법은 의료사고 피해자의 재판청구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소송비용으로 괴롭히는 이런 후진적인 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료소송에서 대형병원, 국립대병원에서 본인들이 지출한 변호사 보수를 패소한 환자 측에 청구하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제는 개선돼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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