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연료 쓰는 SMR, '온실가스 감축' 대안 못 된다

한겨레 2021. 6. 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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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업계가 소형모듈원자로(SMR) 띄우기에 열심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자 핵발전을 다시 확대하는 돌파구로 삼으려는 듯하다.

미국의 빌 게이츠 등이 투자해 만드는 소형원자로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써서, 지금은 핵폐기물에 불과한 우라늄238을 핵연료인 플루토늄239로 만드는 고속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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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구단계, '꿈의 원전' 근거 없어
핵폐기물 배출 똑같고 경제성도 불투명
업계 지원하되 '점진적 탈핵' 확고해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소형원자로는 입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며 북핵 해결 뒤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원전 업계가 소형모듈원자로(SMR) 띄우기에 열심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자 핵발전을 다시 확대하는 돌파구로 삼으려는 듯하다. ‘미래형 원자력’, ‘원자력 르네상스’, 심지어 ‘꿈의 원전’까지 화려한 수사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근거가 빈약한 이야기들이다.

핵발전이 오랫동안 값싼 전력 공급원이 돼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핵폐기물은 인류가 아직껏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참사는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다. 안전 강화, 폐로의 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성에도 물음표가 커졌다. 선진국들이 핵발전을 동결하고 ‘탈핵’의 길로 들어선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현재 지구상의 핵발전소는 443기다. 10년 전에 견줘 2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석탄화력발전의 대기오염을 줄이는 게 급한 중국이 37기, 후발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핵발전소 수출에 적극적인 러시아가 6기를 늘렸으나, 일본(21기), 미국(10기), 독일(9기) 등은 대거 줄였다.

안전성과 경제성의 한계에 직면한 원전 업계가 대안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소형원자로다. 업체마다 설계가 다른데, 한국형은 원자로 압력용기 안에 증기발생기, 가압기, 펌프를 함께 넣는다. 위험 시 통째로 수조에 넣어 냉각시켜 ‘핵 폭주’를 막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고 위험이 사라진다고는 장담 못 한다. 핵폐기물도 똑같이 나오고, 설비용량이 작아 경제성도 불투명하다.

미국의 빌 게이츠 등이 투자해 만드는 소형원자로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써서, 지금은 핵폐기물에 불과한 우라늄238을 핵연료인 플루토늄239로 만드는 고속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본이 건설과 시험운전에 10조원 넘게 썼지만 끊임없이 사고를 내 2018년 폐기하기로 한 ‘몬주’와 개념설계가 같다. ‘꿈의 원자로’는 아직 구상일 뿐 기술 검증을 거친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하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핵연료로 대체하는 것은 결코 대안이 못 된다. 핵분열 생성물질은 인류의 삶과 지구 환경에 온실가스만큼이나 큰 위험과 부담을 지운다. 소형원자로를 쓰면 달라진다고 볼 근거가 거의 없다.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60년에 걸친 ‘점진적 탈핵’ 방침이다.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다만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이 그렇게 탄탄하지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원전 업계의 몰락, 전기요금 급등 우려를 불식해야 정책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원전 업계가 생존 차원에서 추진하는 기술 수출은 지원할 수도 있다. 핵발전 정책은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두루 고려해 각 공동체가 방향과 속도를 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도입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연구·개발에도 열린 태도가 필요하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진의가 의심스럽다. 송 대표는 16일 국회 연설에서 소형원자로는 입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며 북핵 해결 뒤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형원자로 개발 지원 이유를 설명한 것인데, 이러다 정부 정책까지 뒤집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송 대표가 몇차례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를 주장한 바 있어 더욱 그렇다. 정부와 여당은 국내 핵발전소의 점진적 폐쇄 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거듭 분명히 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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