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진'이 뭐길래.. 건축·조선·자동차 업계서 잇단 러브콜

오로라 기자 2021. 6. 17.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D 그래픽으로 가상공간 만들어
캐릭터 움직임 구현에 쓰였지만
최근 자율 주행 시뮬레이션 통한
실시간 오류·기능 변화 파악 등
산업계 스마트화에 폭넓게 활용
유니티의 게임 엔진으로 구현해낸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의 모습. /유니티

지난 5월 12일, 게임 엔진 개발사인 미국 유니티의 한국 지사 개발자들은 서울에서 400㎞ 넘게 떨어진 거제도로 출장을 떠났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의 거제도 조선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유니티와 협력을 맺고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나섰다. 게임 엔진을 이용해 조선소 전체를 디지털 플랫폼에서 3D(3차원)로 현실과 똑같이 구현하고, 직원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실시간으로 오류가 생긴 지점을 파악하거나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효율적인 조선소 운영 방식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유니티 관계자는 “복잡한 가상현실을 구축하는 동안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자주 출장을 나온다”고 밝혔다.

과거 게임 개발에만 쓰였던 ‘게임 엔진’이 산업계 전반에서 활용도가 늘어나고 있다. 게임 엔진은 3D 그래픽으로 가상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쓰이는 개발자용 플랫폼이다. 화면에 입체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광원의 위치에 따른 색상·명암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캐릭터가 거대한 맵(지도)을 오가며 전투하는 게임 속 세상을 구축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 기술이 게임을 넘어 건축·조선·자동차 같은 전통 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터넷·통신 기술 발달로 디지털 전환기에 들어선 이 산업계들의 업무 스마트화에 게임 엔진의 쓰임새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임 엔진 시장 규모는 2019년 21억8000만달러(약 2조4400억원) 수준에서 2027년엔 59억6000만달러(약 6조67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가 게임 엔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대차·포르셰·BMW 등 완성차 기업이 가상현실에서 차량을 조립하고, 자율 주행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BMW는 총 쏘기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엔진 ‘언리얼’을 개발 차량의 테스트에 활용한다. 게임 엔진 속에서 도로 굴곡·날씨와 같은 변수를 자세하게 설정하고, 가상으로 차량을 운행해 도로별·계절별 차량의 주행 기능 변화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다. 유니티 역시 현대자동차·만도와 같은 자동차 기업에 시스템을 제공하며 첨단 운전 시뮬레이션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처럼 급증하는 시장에 게임 강자인 한국 기업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국내 게임사 중에 자체 개발 게임 엔진을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펄어비스뿐이다. 하지만 펄어비스도 게임 엔진을 게임 개발에만 활용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엔진 시장은 미국 기업이 꽉 잡고 있는 데다, 개발에 쓰이는 툴을 바꾸면 개발자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자체 엔진 개발에 나서는 게임사가 드물다”라며 “현재 국내에는 게임 엔진 개발 관련 인력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