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서해 맞은편서 또 원전 사고..中 공포의 '원자로 49기'

신경진 입력 2021. 6. 17. 05:01 수정 2021. 6. 1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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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톈완 원전 터빈 가동 정지 사고
시진핑-푸틴 화상 참관 직전 고장
2·4월 타이산 원자로 멈추고 가스 유출
중국 원자력 발전소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타이산 핵발전소. [사진=신화망]

지난 2월 21일 홍콩에서 서쪽으로 130여㎞ 떨어진 타이산(台山) 원자력 발전소. 이날 정오께 근무자가 정상 출력으로 가동 중이던 1호기의 10kV(킬로볼트) 배전판 바늘이 정상보다 낮은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곧 전압 측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직원은 금속으로 된 접속 부위를 잘못 조작해 측정장치의 퓨즈가 끊어졌다.

원자로 냉각 시스템의 1호 메인 모터가 차단된 시간은 오후 1시 30분 20초. 이어 원자로 냉각 시스템을 순환하는 유량의 감소 신호가 들어오면서 원자로가 자동 정지했다.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현장 직원들은 긴급 규정에 따라 시스템을 안정화에 나섰다. 긴급 상황이 종료되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 온 건 다음 날인 22일 오전 3시 42분이었다.

지난 3월 2일 중국 원자력 감독기구인 중국 국가핵안전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알린 타이산 1호기 원자로 자동 정지 사건의 전말이다.

핵안전국은 당시 사고를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 INES) 기준에 따라 정상 운전의 일부로 간주하는 경미한 고장인 0등급으로 분류했다. INES는 원전 사고를 0부터 7까지 분류하며 1~3등급을 고장, 4등급 이상을 사고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다. 1979년 미국 쓰리마일 원전사고가 5급, 1986년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두 건만 최고 단계인 7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4월 5일 오전 11시 45분 타이산 원전 1호기에서 다시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배기가스 처리 시스템의 조작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굴뚝 배출가스에 방사성 기체 배출량의 비율이 높아져 1호 경보가 발령됐다. 오후 1시 58분 14초에 굴뚝 가스의 방사성 기체 비율이 기준 아래로 낮아지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조사결과 당시 배출된 비활성 가스(inert gas)는 연 배출 제한 총량의 0.00044%에 불과했다고 당국은 4월 9일 알렸다. 이번 역시 INES 기준 0등급에 속하는 경미한 고장으로 분류했다.

CNN이 보도한 타이산 핵발전소 주위에 방사능 물질 유출은 없다고 주장한 중국 관찰자망 기사 페이지. [관찰자망 캡처]

그러나 중국 핵안전국이 미미한 사고라고 알린 타이산 원전 일시 장애는 프랑스의 원전장비업체 프라마톰이 미국 에너지부에 보낸 문건을 미국 CNN 방송이 입수해 14일 보도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CNN은 이를 토대로 원자로에서 핵분열 시 방출되는 방사능 기체인 ‘핵분열생성 가스(fission gases)’가 유출됐으며 이를 정상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 당국이 원전 폐기를 막기 위해 방사선 수치 허용량을 늘리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프랑스 르 몽드는 프랑스 전력공사(EDF) 대변인을 인용해 “유출 가스는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과 크립톤”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인터넷 매체인 관찰자망은 14일 “타이산 원전의 중국 운영사인 중국광허그룹(廣核集團, CGN)은 2019년 8월 미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다”면서 “CNN이 폭로한 문건은 타이산 원전 운영사인 프랑스 프라마톰이 미국에 기술 공유에 대한 제재 면제를 요청한 문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중국 당국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중국 원전은 양호한 가동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타이산 원전은 기술 규격 요구를 충족시키며 주변 방사능 환경 수치에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광허그룹은 CNN 보도 전인 13일 웹페이지에 공지를 내고 타이산 원전은 EPR(유럽 선진 가압형 원자로) 원전으로 주변 환경 지표는 모두 정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이산 원전 2호기는 대규모 수리를 마치고 6월 10일 송전망 연결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규모 수리'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홍콩 명보는 15일 타이산 원전의 0등급 고장이 총 7차례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지난 5월 발생한 톈완 원전의 터빈 가동 중단 사고 통지. [중국 국가핵안전국 캡처]

문제는 ‘0등급’에 불과하다 해도 중국 내 원전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0등급 고장은 지난 5월 서해와 바로 마주한 원전에서도 발생했다. 중국 핵안전국이 지난 3일 발표한 공고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장쑤(江蘇)성 롄윈강(連雲港)시 톈완(田灣) 핵발전소 6호기 터빈에서 이상이 발생, 터빈 가동이 멈추면서 원자로가 정지됐다. 단 안전장치가 가동돼 방사선 누출과 직원 피폭 사고는 없었으며 0등급 고장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톈완 원전은 사고 1주일 뒤인 5월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연결을 통해 참관한 중·러 원전 협력 프로젝트 착공식이 열린 곳이다.

홍콩 명보는 핵안전국 공식 자료를 기반으로 홍콩에서 220㎞ 떨어진 양장(陽江) 핵발전소는 2018년부터 21년 4월까지 0등급 9차례, 1등급 1차례의 고장 사고가, 60㎞ 떨어진 링아오(嶺澳) 원전은 2018년부터 21년 4월까지 0등급 고장 사고가 2차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원전은 2060년까지 탄소 배출량 0을 실현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의 기후 변화 대책 공약의 핵심 수단이다.

문제는 중국 원전이 한반도와 가까운 해안가에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핵안전국에 따르면 한국과 서해를 마주하는 바닷가 해안선을 시작으로 남쪽으로 내려가 남중국해 해안선에 이르기까지 총 19곳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가 총 49기다. 여기에 원자로 13기를 현재 추가 건설 중이다.

원전은 냉각수 취수를 쉽게 하기 위해 대부분 해안가에 자리한다. 중국이 원전을 한국과 서해를 비롯한 바닷가에 줄지어 세우는 이유다.

중국 당국은 대부분의 사고를 가장 경미한 ‘0등급’으로 자체 판정해 왔다. 하지만 민간의 감시가 미약하고, 행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주의 통제 체제에서 이같은 판정이 얼마나 객관적일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NN은 핵폭탄을 최초로 개발한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가 실험실의 전직 원자력 전문가 셰릴 로퍼를 인용해 “프랑스 프라마톰사가 밝힌 ‘핵분열생성 가스’의 유출은 저장 용기가 파열되며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원자로 가동 중단 등 심각한 문제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현재 원전 발전 능력은 5100만㎾로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 원전 대국이다. 여기에 중국은 2030년까지 현재의 2.4배인 1억 2000만㎾까지 원전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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