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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 네이버 사옥 때문에 일상생활 불가능..피해 호소한 주민들

입력 2021. 06. 1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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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반사광, 시각 장애 일으키는 기준치 440배 이상
네이버와 10년간 법정 다툼 벌여

[법알못 판례 읽기] 

네이버 분당 사옥 전경 /한국경제신문



고층 건물을 지을 때 흔히 주변 아파트에서 ‘일조권’ 분쟁이 불거진다. 하루에 일정량의 햇빛이 들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햇빛은 많아도 문제다. ‘통유리 외벽’ 건물에서 반사되는 햇빛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눈부심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봤다면 이 역시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건은 네이버가 판교에 건물을 세우면서부터 시작됐다. 네이버는 2010년 성남시 부지에 지하 7층, 지상 28층 높이의 사옥을 세웠다. 해당 건물은 통유리 외벽을 가진 ‘글라스 타워’였다. 원고들은 네이버 신사옥 근처 A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A 아파트와 네이버 사옥은 5m 정도 되는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원고들은 입주 당시 아무것도 없던 땅에 네이버 건물이 들어서면서 그 외벽에 반사된 햇빛이 집 안 전체에 들어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2011년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태양광이 유입되는 시간대에는 눈부심으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맹안 효과가 나타날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반면 피고 네이버는 “태양 반사광에 관해 공법상 규제를 위반한 적이 없고 중심상업지역에서 이 사건 건물을 신축·준공하는 것은 국토이용법상 정당한 행위”라며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일상생활 불가능할 정도라면 손해 배상해야”

1심은 네이버가 태양 반사광 차단 시설을 설치하고 피해가 인정되는 가구에 500만~1000만원의 위자료 지급과 함께 129만~653만원의 재산상 손해 배상 등을 해야 한다며 원고(아파트 주민들)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반사되는 햇빛이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침해하는 범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고들은 반사광으로 인해 실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반사광을 측정한 감정인은 “맹안 효과(빛으로 눈앞이 보이지 않는 현상)가 일어나는 휘도의 기준치보다 약 440~2만9200배 정도의 높은 휘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원고들은 “빛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가구도 있고 반사광 때문에 안방을 쓰지 못하고 창고방으로 활용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통유리 외벽 건물은 시공 비용이 많이 들며 열효율이 좋지 않아 건축업계에서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라며 “단순히 건물을 이용한다는 통상적인 용법의 범주에서 벗어나 심미감 확대라는 목적을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인 한도를 초과하는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면 브랜드 가치와 심미감의 확대라고 하는 피고 회사의 사업상 목적과 조치가 법률상 이익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심상업지역에 해당한다는 네이버의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네이버 사옥 근처는 유흥가나 사무실 밀집 지역으로부터 700m 정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근처 건물 중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시공한 건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지급과 손해 배상뿐만 아니라 반사광 차단 시설을 설치해 반사광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뒤집힌 2심, “법 지켜 배상 이유 없다”

반면 항소심은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네이버는 공법상 규제를 모두 지켰고 신축 시 태양 반사광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에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반사광 피해가 크다고 판결된 부분도 뒤집혔다. 재판부는 “반사광 감정 결과는 아파트 창문 앞에 네이버 건물을 직접 쳐다봤을 때의 수치”라며 “다른 장소에서는 문서를 읽는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심상업지역이 맞고 이 지역에는 고층 건물의 신축이 항상 예상되는 지역”이라며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 이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을 종합하면 지역적 특성에 상응하는 건물 신축을 참아야 할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차단 시설 역시 반사광 차단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들며 기술적으로 어렵고 공사 기간 및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지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 대신 아파트에 커튼이나 블라인드와 같은 차단 시설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네이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 “빛 반사 피해 정도, 종합적으로 파악하라”

대법원은 다시 한 번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심은 빛 반사에 따른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않았다. 네이버 본사에 빛 반사를 줄일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지도 다시 심리하라”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3심 재판부는 “원심이 반사에 따른 피해를 판단할 때 일조 방해 기준을 적용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사된 태양광이 유입되는 시간뿐만 아니라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구체적인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 아파트에 유입되는 빛은 시각 장애를 일으키는 기준치의 440배 이상에 달했다”면서 “인근 다른 아파트엔 빛이 얼마나 유입되는지 등을 비교해 피해 정도를 파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올해 3월에도 부산 해운대아이파크 아파트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인근 주민들에게 시공사가 가구당 132만∼67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빛 공해’ 피해를 입힌 측에 주민 배상은 물론이고 빛 반사 예방 시설 설치를 검토하라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돋보기]

 

 “일조권 피해 확대, 기존 건물주 책임 없어”

복합적으로 일조권을 침해당한다면 누구의 책임이 될까. 건물을 늦게 올린 사람의 책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화곡동 고 모 씨의 집에 볕이 드는 일조 시간은 4시간 33분이었다. 그러다 옆에 5층 건물이 들어섰다. 이에 일조 시간이 36분으로 줄어들어 일조권이 상당 부분 침해됐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근처 건물을 가지고 있던 조 모 씨가 2층 건물까지 4층으로 증축했다. 2층짜리 건물은 지어진 지 40년이 지난 건물이었다.

건물 증축에 따라 고 씨 집의 일조 시간은 아예 24분으로 줄었다. 조 씨 건물이 올라가면서 두 건물에 의해 일조권을 심각하게 침해받은 고 씨는 “일조권과 전망권을 침해 받았다”며 조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조 씨에게 보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씨 건물이 2층일 때 고 씨의 일조권 피해는 참을 수 있는 정도였는데 5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수인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조 씨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두 건물이 합쳐지면서 일조 피해가 생겼다고 해도 40년 전에 지어진 기존 2층이 가리던 만큼은 예상이 가능한 것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일조를 확 가린 5층 건물 주인에게 손해 배상 책임이 있는지는 소송이 들어오지 않아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생긴 건물이라면 공동 손해 배상의 가능성이 높다. 부산 사하구의 한 빌라는 겨울을 기준으로 일조 시간이 최소 270분에서 최대 480분에 이르는 등 일조 환경이 양호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근처 A 아파트와 B 아파트의 건축으로 일조 침해를 받게 됐다.

대법원은 “동시에 또는 거의 같은 시기에 건축된 가해 건물들이 피해 건물에 대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일조 침해의 결과를 야기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 건물의 소유자 등이 입은 손해 전부에 대해 공동 불법 행위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오현아 한국경제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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