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실물카드 시대.. 카드사, 생체인식 결제 속속 도입

유진우 기자 2021. 6. 1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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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실물카드를 결제 기반으로 삼던 카드사들이 얼굴·정맥·지문 같은 생체 정보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실물카드가 필요없는 비(非)대면 거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가, 네이버·카카오 같은 빅테크(대형IT기업)들이 생체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카드사 텃밭이었던 후불결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달 초 부터 마스크를 낀 얼굴까지 인식하는 고도화된 생체인증 서비스 ‘신한 페이스페이’ 기술을 임직원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 중구 신한카드 사옥 로비에 설치한 무인 등록기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얼굴로 한 번만 결제 등록을 하면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사내 까페에서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블라인드를 포함한 사내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된 가운데 마스크를 벗지 않고 얼굴 윗부분만 인식해 결제할 수 있어 ‘상당히 편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신한카드는 현재 출입 통제에 쓰이는 임직원 사원증도 일부 안면 인식으로 대신했다. 결제와 마찬가지로 무인 등록기에서 사번과 안면 정보를 등록하면 카드 형태 사원증이 없어도 출입이 가능하다.

신한카드 직원이 중구 본사 출입구에 설치된 신한 페이스페이 인증 단말기에서 안면 인식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모습. /신한카드

금융기관에 안면인식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이트하운드의 김인우 디렉터는 “스마트폰에 적용했던 초기 안면인식 기술은 일란성 쌍둥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투박했지만,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최근 솔루션은 얼굴 전면에 최소 3만개 이상의 적외선 포인트를 쏴 차이점을 분간하기 때문에 주요 주름이나, 미세한 근육에 따른 얼굴 형태 변화까지 잡아낼 수 있다”며 “사전에 등록한 표정 변화에 따라 위급 상황을 인지하고 범죄 상황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2항과 전자금융감독규정 제34조 3호에 따라 카드를 발급하거나 사용할 경우, 실명확인 방법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안면 인식 결제를 선정하면서, 얼굴 정보를 등록하면 실명을 확인하지 않아도 앱(애플리케이션) 인증이나 통신사 본인 확인 방식으로 갈음하는 특례를 줬다. 현재 한양대학교 생활관 CU 편의점에서 얼굴 인식만으로 출입과 결제가 가능하다. 올해는 대형 할인마트인 홈플러스 월드컵점이 신한 페이스페이를 적용한 안면 인식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전히 상당수 금융 소비자들은 얼굴이나 계좌를 포함한 개인 정보가 부지불식간에 수집되는 것에 대해 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체인증 기술을 활용한 카드는 편리성이 높다”며 “실물카드를 안 갖고 다녀도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만 편한 만큼 뒤따라오는 문제가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얼굴이나 지문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다른 업체와 정보를 공유하면 절대 안되고, 고도의 보안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카드사는 이런 점을 감안해 손바닥 정맥이나, 지문처럼 기존에 이용했던 생체 인증 방식을 고도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1월 생체정보 본인인증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금융당국에 등록했다. 롯데카드는 손바닥 정맥으로 결제할 수 있는 ‘핸드페이(Hand Pay)’ 서비스를 신한 페이스페이보다 빠른 2017년 5월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핸드페이는 손바닥 정맥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고 전용 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으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현재 롯데계열사인 세븐일레븐, 오크밸리 같은 여가시설을 포함한 160곳에 단말기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삼성카드는 삼성전자·마스터카드와 ‘지문인증카드’를 개발해 올해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지문인증 카드는 카드를 집는 부분에 사용자 지문 정보를 저장하고 인증할 수 있는 IC칩을 내장했다. 지문 센서 부분에 손가락을 올린 상태에서 카드를 단말기에 삽입하거나 터치하면 결제가 진행된다. 해외에서 결제할 경우 비밀번호나 핀(PIN)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밀번호가 노출될 우려가 없다.

삼성카드가 마스터카드와 공동 개발 중인 '지문인증 카드'. /마스터카드

삼성카드 관계자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지문인증카드는 일반 IC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국내·외 가맹점에서 이전처럼 사용하면 된다”며 “별도 단말기 설치가 필요없고, IC칩 전원도 결제단말기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다른 생체인증 결제 방식보다 관리도 쉽고 상용화에 유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신금융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디지털 시대, 차세대 인증시장의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정부당국·금융기관 같은 금융 관계자들이 앞장 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 인증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돈이 오가는 금융 거래, 혹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안에 있어 생체 인증과 기존 인증 수단을 합친 복수의 인증절차를 만들면 보안성이 월등히 높아지고, 안정성 대비 편의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인도는 현재 전자신분증 관련 정책 ‘이아이디(eID·Electronic Identification)’ 와 ‘아다르(Aadhaar)’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지문 외에도 모바일 기기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신원확인 서비스(digital identity verification service)를 시범운영 중에 있다. 생체 인증 기술이 카드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민정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에 생체 인증은 금융 분야를 넘어 교육이나 헬스케어·숙박 같은 일상 속 여러 분야에서 본인 확인을 위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그 사업범위도 지금보다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생체 인증 서비스가 보편화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년 신한카드를 포함한 주요 카드사가 힘을 합쳐 시작한 정맥 인증 결제 시스템 ‘핑페이’는 LG히다찌, 나이스정보통신까지 파트너로 끌어들였지만, 가맹점 확보에 실패해 결국 좌초했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지문 인식이나 안면 인식 솔루션이 탑재됐지만, 여전히 안면 인식 기능이 ‘디지털 빅브라더' 같은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포함한 QR(Quick Response)코드 결제 서비스도 도입 초반에는 가맹점 확보가 과제였던만큼, 생체 인증이 자리를 잡으려면 단말기 비용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북미권 공항에서 신체 검사를 할 때처럼 스캔한 안면 정보를 원본 파일 형태로 저장하지 않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금융 소비자 인식도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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