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사장 뽑듯 대통령 뽑자..국가 경영능력 봐야"[인터뷰]
당대표 취임 일주일 차를 맞은 이준석 대표는 지난 17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CEO 대통령론'을 피력했다. 대선을 9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30대 제1야당 대표가 본 대통령의 자격이 '국가를 경영할 줄 아는 CEO형 대통령'인 것이라서 주목된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사람'이나 '인격'에 대한 평가가 주가 돼 대통령이 된 분들"이라면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능력치에 대한 평가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해왔던 '능력주의'가 차기 대선 후보 선출 및 본선 투표에서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정치를 결심한 순간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할 때까지, 전 과정에서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소명의식을 가진 분들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이 같은 대통령관이 정치권에 한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이른바 '디스'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그래서 윤 전 총장이 빨리 결심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면서 "아직 치열함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이젠 CEO대통령 나올때
앞으로 대통령은 소명의식과
국정운영 능력 보고 뽑아야
대선주자로 윤석열은
정치열정 보여줄 시간 충분
빨리 등판해 국민평가 받아야
30대 야당대표 포부는
당개혁해 새정치 문화 만들것
좋은기회 온 것 놓치지 않겠다
■ 대담 = 채수환 정치부장
―당대표가 된 이후 달라진 것은.
▷4호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예전엔 시민들이 아는 척을 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환호를 해준다. 지역구인 상계동 주민들은 의아해한다. "우리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3번 떨어뜨렸는데 어떻게 당대표가 돼서 나타났지"라고 하면서(웃음).
―'대통령의 자격'은 무엇인가.
▷대통령으로서 소명의식이 명확해야 한다. 정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국정 운영에 대해 고심한 분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를 결심한 계기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라고 했다. 이 말은 사실 조금 섬뜩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오셨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에겐 참 감동적인 말이겠지만 정치를 시작하는 동기로서는 사실 물음표가 들지 않나. 한마디로 박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모두 사람이나 인격에 대한 평가가 주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능력치에 대한 평가가 우세해져야 할 때다.
―능력을 먼저 봐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대선이 지금까지는 도덕적인 인물이나 국가적인 '어른'을 뽑는 선거였다면 이제는 '사장'을 뽑는 선거가 돼야 한다. 국가 경영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를 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적합한가.
▷정치에 대한 치열함, 국정 운영에 대한 치열함을 보여줄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빨리 결심해서 그 치열함을 하루빨리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요즘 무슨 말만 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배척하고 견제하는 발언이라고 해서 참 답답한데…. 저는 대선 국면에서 분명히 경제와 일자리 문제가 화두에 오를 거라 생각한다. 어떤 대선주자든 이 문제를 간과하면 나중에 평가가 박해질 것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빠르게 등판하는 게 좋다.
―윤 전 총장과 따로 만날 계획이 있나.
▷저는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아니면 만나기 부자연스러운 위치에 있다. 당 밖에 있는 분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기 위해 '대외협력위원장'을 모시려고 한다. 대선주자 영입이란 사명을 띠고 더 자유롭게 움직일 거다.
―원내 경험이 없는 후보들이 대선주자 지지율 1~2위를 달린다.
▷여의도 정치가 답답하다는 의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말을 시원하게 한다. 윤 전 총장도 정권과 강단 있게 맞선 것 아닌가. 여의도 특유의 불분명한 화법은 이제 국민의 기대를 받기 어렵다.
―국민의당과 합당 과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추구한 새 정치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겠다. 국민의힘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정강정책을 개정할 의사도 있다. 중도나 청년 정치에 대한 확대 요구는 충분히 이해한다. 사실 전당대회 이후 우리 당으로 분위기가 쏠리니 당 밖의 대권주자들 셈법이 복잡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것까지 다 포용하고 이해하려 한다. 제가 대인배니까(웃음).
―지난 10년간 정당 생활을 하며 가장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정치는 투자 대비 효용이 굉장히 안 나오는 영역이다. 수십 년간 정당에서 열심히 활동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가 스물일곱 살에 비상대책위원이 됐을 때 청년 행사에 가면 항상 "형들이 20년 동안 당을 위해 봉사한 거 알지? 앞질러 가면 안 돼"란 말을 들었다. 참 충격이었다. 연공서열로 칸막이 세우는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그래서 경쟁 인사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거다.
―대변인을 '토론 배틀'로 뽑는 것도 그런 이유에선가.
▷그렇다. 만 18세 이상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미 현직 당협위원장, 전직 비대위원, 일간지 논설위원 등이 '나도 가능하냐'고 물어왔다. 그간 영입 말고는 정치에 진입할 통로가 막연했다는 방증이다.
―실력만능주의 우려도 많은데.
▷대변인 토론 배틀을 통해 실력주의가 얼마나 공정한지 보여주겠다. 바른정당 시절 토론 배틀을 했을 때 최종 우승한 친구는 숭실대 3학년 학생이었다.
―앞으로 당대표 이준석이 해야 할 일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당을 개혁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보겠다. 지금까지 당대표를 했던 분들을 만나 장점을 잘 흡수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겠다. 좋은 기회가 온 것을 놓치지 않겠다.
◆ "다시 성장의 시대로 돌아가야…규제 풀어야 신산업 나와"
이준석 대표는 사회문제로 떠오른 극심한 젠더·연령·직업 간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현 정부의 '성장 포기'를 들었다. 성장은 하지 못하면서 분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갈등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결국 성장을 목표로 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을 육성해야 하며, 정당은 이를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주렁주렁'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사회에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생겼는데, 이것은 문재인정부가 성장을 포기해서 생겼다고 본다. 과거에는 성장함으로써 남의 삶이 개선될 때 내 삶도 개선되니 별로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성장이 정체되고 정치가 분배에만 관심을 가지니 칸막이만 쳐지고, 계급 갈등만 생겼다. 문재인정부는 남녀를 할당제로 가르고, 의사와 간호사를 나누고, 집을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를 나눠 갈라치기만 하고 있다.
―이준석표 성장정책의 핵심은.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주렁주렁 내야 한다.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지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첫 번째다.
데이터센터 산업 같은 게 가장 대표적이다. 과잉 규제도 풀어야 한다. 정치하기 전 운전면허시험 문제은행 앱을 만들려고 했는데, 시험문제 저작권이 딱 한 회사에 있어서 쓸 수가 없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다. 유튜브나 개인 방송의 시대인데 우리나라는 기존 저작물을 돈을 내고라도 재활용하는 게 너무나 힘들다고 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규제와 칸막이가 있어서 쓸 엄두를 못 낸다. 이런 규제들이 성장을 막고 새로운 산업의 탄생을 막는다.
―부동산 문제도 심각하다.
▷공공주택부터 '혁신'을 하며 집값을 낮추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민간주택은 민간 수요에 따라서 이미 엄청난 서비스가 생기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공공주택은 어떤가. '혁신'을 줘야 하는데 그렇게 가지 못하고 있다. 만약 주방 공간을 없애고, 다용도실 공간을 없앤 후 이를 공유주방 형태로 둔다면 집값을 1억~2억원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시도는 공공주택에서 먼저 해볼 수 있다고 본다. 집값을 낮추는 또 다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 He is…
△1985년 서울 출생 △서울과학고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컴퓨터과학 학사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교사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국민의힘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후보 캠프 뉴미디어본부장
[정리 =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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