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모든 예술 형태 중 가장 위대한 예술 형태" [이슈속으로]
국립극장 해오름 9월 정식 개관
LG아트센터 마곡 2022년 개관
부천아트센터 2023년 완공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장이자 파란만장한 현대사 중심 공간이었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해오름)이 다시 문을 열었다. 1973년 개관 후 44년 만인 2017년 시작된 개·보수 작업을 최근 끝마친 덕분이다. 정식 재개관은 9월이지만 최근 시범 공연작으로 창극 ‘귀토’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공연장의 핵심인 음향은 ‘확성’과 ‘자연음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시도했다. 공사비를 늘려 국악, 판소리 등 마이크를 쓰지 않는 전통 공연을 위해 마이크나 스피커 없이 자연음향만으로도 객석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극장 내부 곳곳에 총 132대 스피커를 설치하는 ‘몰입형 입체음향 시스템’을 국내 공연장 최초로 도입했다. 어떤 좌석에 앉아도 선명하고 생생한 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극장 음향의 핵심은 음의 선명함과 풍성함을 좌우하는 ‘잔향’이다. 소리 울림이 너무 짧아도, 길어도 안 된다. 해오름극장 잔향시간은 너무 건조했던 1.35초에서 최장 1.65초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됐다.
‘귀토’로 새 해오름 첫 무대를 만든 고선웅 연출은 “아주 좋다”고 합격점을 줬다. 고 연출은 “소리전달력이 좋고 객석 2,3층에서도 무대가 잘 보인다”며 “극장마다 기운을 느끼는데 해오름은 관객과 무대가 하나로 일체화되는 느낌이다. (개보수가) 아주 잘 됐다. 옛날 펑퍼짐한 무대의 일본 가부키 극장 같은 면이 사라지고 무용극이나 뮤지컬, 음악공연 모두 가능한 극장이 됐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무대·음향·조명 등 극장 기능은 당대 최신으로서 구색을 갖췄으나 디자인 구현 등을 통해 국가를 대표하는 극장으로서 정체성까지 확보했는지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여러 법규와 조달규정에 얽매인 공공건축물로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주 뮤지엄 산, 제주 유민미술관 등이 유명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작품이 내년에 하나 더 늘어난다. LG아트센터 마곡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문 연 서울식물원과 함께 호수공원, 습지 생태원 등이 어우러진 마곡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개관 이래 수준 높은 공연 예술 작품을 선보여 우리나라 공연 예술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LG아트센터는 현재 역삼에서 마곡으로 이전을 2016년 결정하고 공사를 벌여왔다. 디자인은 ‘노출 콘크리트’ 기법, 빛과 그림자의 극적 효과를 살린 디자인으로 유명한 거장 안도 다다오가 맡았다. 철골조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써 로비구간의 아크월, 통로구간의 타원형 튜브 및 계단형 아트리움 구조물이 안도 다다오 특유의 개성을 과시하는 건물이 될 전망이다. 역삼 시대에는 1000여석 규모 하나였던 공연장도 두 개로 늘어난다. 1335석 주 공연장과 365석 가변형 공연장인데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연면적 1만2565평이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물론 연극, 무용, 뮤지컬, 오페라까지 공연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무대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음향설계가 특징이다. 이를 위해 오케스트라 연주 시에는 무대 상단을 막아 음이 퍼지는 것을 방지한다. 또 공연장 내부에는 가변 음향 시스템을 도입해서 1.2초에서 1.85초 대역으로 잔향을 조정할 수 있다.
극장 내부에 흡음 커튼을 치거나 흡음 시트를 부착하는 다른 공연장과 달리 객석 벽체 안쪽에서 잔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오케스트라석은 승·하강이 가능하며 프로시엄 역시 폭은 12m에서 20m, 높이는 7m에서 12m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LG아트센터 설계디자인 총괄을 맡은 간삼건축 홍석기 전무는 “함께 지어지는 LG사이언스홀과 80m 길이로 연결되는 튜브 공간에 안도 디자인 특유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1,2,3층 공연장 전체를 연결하는 계단형 아트리움 구조물도 안도만의 독특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도 다다오 설계 공연장이 전 세계에 두 개입니다. 하나는 중국 상하이에 있고 다른 하나가 LG아트센터 마곡입니다. 아직 조감도로는 건물 안에서 어떻게 공간이 연결되는지, 동선 구조 등 안도 건축의 참모습을 체감할 수 없는데 나름 최고의 노력이 담긴 공연장이 될 겁니다.”
전용 콘서트홀은 명문 교향악단의 필수조건이다. 꾸준히 같은 공간에서 연습해야 자신만의 음색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베를린필 사운드가 만들어지고, 빈필하모닉이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빈필사운드를 이어가는 이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가장 여건이 좋은 서울시립교향악단조차 전용 콘서트홀 건립이 숙원사업인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2023년 전용 콘서트홀을 갖게 된다. 국내 50여 교향악단 중 최초다.
2019년 1103억원 예산 규모로 시청사 민원실 앞 부지에서 시작된 부천아트센터 공사는 현재 약 38% 진행됐다.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 시어터와 함께 1444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지어진다. 콘서트홀은 보통 음향이 좋은 직사각형 구조의 ‘슈박스’ 형태와 객석이 포도밭처럼 무대를 에워싸 시야가 좋은 ‘빈야드’ 형태로 나뉘는데 부천아트센터는 두 형태를 혼합했다. 건축음향으로는 슈박스 형태를 추구하면서 객석은 관객과 예술가가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도록 무대 주변에 좌석을 빈야드 형태로 배치한다. 여기에 가변음향 반사판과 음향배너를 활용해 다양한 규모의 연주 음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잔향시간 설곗값은 만석 시 2.11초로 가변잔향시간 0.83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음향컨설팅을 맡은 곳은 건축 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국 에이럽(Arup).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에이럽 작품이다.
파이프오르간은 부천아트센터의 새로운 명물이 될 전망이다. 4576개 파이프와 63개 스탑, 4단 건반, 2대의 연주 콘솔(고정형, 이동형)로 이루어진다. 케네디센터,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홀, 캐나다 몬트리올 오케스트라 등에 설치된 캐나다 카사방 프레르 제품이다.
부천아트센터 건립은 아직 협소한 국내 클래식 문화를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관 페스티벌 개최 후 공연장 시즌제를 도입해서 공연장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기획·제작할 방침이다. 신진 아티스트 발굴 및 클래식 페스티벌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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