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 "이준석의 20대 남성 공정 담론은 무책임한 정치세력화"[플랫]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2021. 6. 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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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90년생으로 경기 안산에서 자랐고, 경희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2013년 알바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가만히 있으라’ 운동을 주창하며 사회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원외 정당인 노동당에서 활동하며 2019년 당대표를 맡았고, 이듬해 기본소득당을 창당해 초대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그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의 위성 연합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된 후 기본소득당으로 복당했다.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로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산과 함께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와 의정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출산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31)의 일상은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딱 맞다. 하루 다섯 시간 쪽잠을 자면서 재택근무로 육아와 의정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역대 국회의원 중 임기 중 출산한 사례는 용 의원이 세 번째.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느낀 것을 토대로 용 의원은 지난달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24개월 이하의 영아인 자녀와 함께 국회 회의장을 출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용 의원은 “7월에 당장 국회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데 육아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여의도를 멀리서 좀 더 객관적으로 조망한 결과일까.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두고 연거푸 ‘위험한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용 의원은 “20대 남성 담론이라는 아주 위험한 내용을 가지고 처음으로 성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이 대표가 위험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이 대표 선출이 정치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피력했다.

지난 14일 경기 안산 집 근처의 한 카페에서 용 의원을 인터뷰했다. 용 의원은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것 외에 첫 외출”이라며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4일 안산 경기도미술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 의원은 최근 출산 후 육아 속에서 바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육아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남편과 둘이 번갈아 가며 아기를 봅니다. 지금 집에서 남편이 아기를 보고 있어요. 남편이 육아휴직을 냈어요. 아기가 잠자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해야 합니다. 너무 바쁘고 하루가 정신없이 가죠. 하루 다섯 시간 쪽잠을 잡니다. 오늘 첫 외출이에요. 설레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 의원에게는 출산휴가 제도가 없는데, 아이를 낳기 전에 어떻게 활동했나요.

“평상시처럼 활동했어요. 임신 기간 초반은 국정감사 시즌이었는데 응급실에도 몇 번 갔어요. 하마터면 유산할 뻔했죠. 유산 방지 주사도 맞았는데 그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산달이 다가올 때에는 재·보궐 선거가 있었어요. 기본소득당에서 출마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 의료비 지출 부담은 없었나요.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 부담이 컸어요. 병원에 갈 때마다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절반 이상은 의료보험 비급여로 자기가 부담해야 하죠. 유산을 방지하기 위해 주사를 맞는데, 이 역시 비급여였습니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산휴가제도 없는 국회의원이라
임신 중에도 정상적인 의정 활동
국회도 일·육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 다시 국회로 출근하게 되면 더 힘들어질 텐데요.

“보좌진이 국회의 수유실을 한 번 점검했다고 해요.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설도 많이 부족하고. 국회도 아이를 양육하고 육아를 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국회는 상징적인 공간이죠. 이곳에서 제도와 법을 만듭니다. 국회라는 공간에서조차 육아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전혀 없고, 그에 대한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데 어떻게 전 사회적으로 (출산을) 장려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에 저뿐만 아니라 여성·남성 직원까지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의 영아인 자녀와 함께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습니다.

“20대 국회 때 신보라 전 의원이 발의했는데 통과되지 못했어요. 이번에 60여명의 의원이 발의에 참여해주어서 논의가 잘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7월 정도에 국회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고민이 많아요. 일단 이 법안이 통과되어야 아이를 데리고 국회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다면 보기에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이것이 참정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가진 여성이 육아를 하면서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 국회의원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는데,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최근 이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사실 그 법안도 발의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 의원이 먼저 발의해줬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2018년 7월 서울 서대문구의 아파트단지에서 한 엄마가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직접 아이를 낳으면서 저출생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봤을 것 같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인구가 국력이니까 많이 낳아야 한다는 말은 턱도 없는 소리예요. 가임기 여성이나 남성은 현실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경력단절의 문제가 있고, 남성은 아내의 경력단절이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무엇이 더 잘 살 수 있는 방안인지를 고민하면 대부분의 경우 아이를 갖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더 낫다고 할 것입니다. 이 조건을 이해하지 않고 일회성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아이 낳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직접 경험해보니까, 육아 여성의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 이런 부분을 잘 살려서 의정활동을 한다면 구체적 변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잘 낳았다고 생각해요.”



이준석 대표 ‘반페미니즘 정치’ 시도
20대 남성만 보는 정치세력화
그의 공정 담론엔 허상이 있어



-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습니다. 나이로 보면 용 의원이 더 젊다. 이 대표의 선출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보수정당이 대선을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대표 특유의 정치 감각으로 잘 돌파하고, 재·보궐 선거 이후 20대 남성 담론들을 잘 프레이밍하면서 포지션을 잘 잡았어요. 물론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1야당의 30대 당대표 선출이 정치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다른 정당에도 변화를 촉발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젊은 정치’를 위한 입법 활동이 눈에 띕니다. 최고 득표자가 동수일 때 연장자를 당선자로 하는 부분을 고치자든지,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자는 법안들을 발의했는데요.

“작년 국회에 들어와서 낸 1호 법안이죠. 같은 득표를 하면 연장자가 당선되는 것이 놀랍게도 국회법에 남아 있더라고요. 나이가 많으면 공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 거죠. 이를 다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법안도 발의했어요. 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아무 이유도 없이 만 25세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하죠. 선거권 연령은 낮아지는데, 최소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연동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 대통령 선거에서도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개헌안이어서 발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향후 개헌을 하게 되면 이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고 그때 주장했어요.”

- 청년 정치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청년이 과소대표되어 있기 때문에 인구비례만큼 확보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정치에 많이 진출해야 하는 것은 이들이 지금 사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야말로 4차 산업에 가장 잘 체화돼 있죠. 청년들이 많이 진출해야 제대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당은 ‘일부의 파이를 청년들에게 나눠주세요’가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는 불편한 방식이겠지만 우리가 권력을 쥐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성 정당의 청년 정책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죠. 기성 정당에는 청년들을 위한 조직이 있지만, 우리 당은 청년 조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20∼30대가 바로 당의 주축입니다.”

2021년 3월 8일 오후 셰계여성의 날을 맞아 3시 스탑 공동행동 회원들이 ‘성별임금격차 33프로 여성노동자의 가난과 불안을 멈춰라’기자회견을 하고있다.우철훈 선임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페미니즘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20대 남성 담론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치에서 20대 남성 담론은 시도한 적도 없고 성공한 적도 없었어요. 이 대표는 아주 위험한 내용을 가지고 처음으로 성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이 지난 재·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20대 남성의 공정 담론 문제를 꺼내면서 크게 동조했고요. 이 대표는 위험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마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한국에서도 20∼30대의 남성을 대상으로 반페미니즘을 기치로 한 정치인이 심지어 제1야당의 대표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위험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공정 담론이 가진 허상이 있죠. 이 대표가 여성들이 실력으로 경쟁하면 70%도 차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어요. 예를 들면 모병제·여성징병제 논의를 할 때에도 많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년을 허비한다고 분노합니다. 20대 초·중반만 보면 여성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2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 결혼·출산을 해야 하고, 30대에서는 임금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 경력단절을 경험해야 합니다. 20대 초반만 보면 남성들의 분노가 정당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그 반대의 불공정함이 나타납니다. 이런 것을 외면 혹은 무시하고 20대 초반만 보고 정치세력화를 한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해요. 이 대표가 위험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을 때 이런 것을 잘 논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토론에서 이 대표와 정면으로 맞붙을 자신이 있나요.

“언제든지 맞붙을 수 있습니다.”

- 젊은 세대가 공정과 내로남불의 문제에 대해 민감하죠.

“살기 어려워진 사회가 만들어낸 담론입니다. 지금은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각이 안 선다’라는 거죠. 끊임없이 불안함 속에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나보다 덜 고생하는 사람을 두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불안이라는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공정의 문제에 천착하게 되면 사회가 변화할 수 없어요. 극한 경쟁에만 내몰립니다. 공정의 외피를 뒤집어쓴 각박한 문화만 남죠.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청년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정함의 강박에서 오는 다양한 사회 갈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이 대표적이죠. 내로남불 문제는 청년의 불안과 예전부터 이어져 온 불공정이 결합해 폭발한 것입니다. 관행적인 불공정도 바로잡아야 하지만 청년의 불안도 동시에 해소해야 합니다.”



‘조국사태’ 청년들의 분노 공감
정쟁 등 길어지며 옳고 그름 혼돈
진흙탕이 돼 버린 건 정치권 탓
정치가 청년들 불안 해소시켜야



- ‘조국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청년들이 분노하는 지점에 대해 공감합니다. 진보적인 메시지를 내고 사회적 신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컸어요.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의혹과 정쟁, 법적 시비가 너무 길게 끌어서 뭐가 문제고 뭐가 문제가 아닌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정치권이 이를 진흙탕으로 끌고 간 책임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민주당에서 86세대 정치인이 지도부로 등장했습니다. 86세대의 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86세대는 실제로 군부정권을 무너뜨린 그룹입니다. 민주화에 진전을 가져왔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적응하는 것에 실패했다고 봅니다. 기본소득도 그렇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다양한 담론에서도 그렇고요. 유연한 변화가 어려운 분들입니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했지만 소임은 다했어요. 86세대가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고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민주당 내에) 다음 세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론을 놓고 논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지사와 기본소득당의 입장은 큰 틀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있어요. 다른 대선 주자들이 복지재정 규모를 늘리는 것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재정 규모 안에서 파이를 나누자는 고정관념에 빠진 듯합니다. 대선 과정에서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안이 있지만 각각의 안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모 아니면 도 방식으로는 안 되죠.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 재원 마련이나 금액, 그리고 청년기본소득 같은 범주화 방식을 하나하나 결정해 나가야 합니다. 일단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이 됩니다. 작은 규모라도 기본소득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두 선거를 어떻게 치를 계획인가요.

“현재 피선거권 연령 기준으로는 30대 정치인이 대부분인 기본소득당에서 대선에 출마할 후보가 없습니다. 대선 전에 개헌되어야 출마가 가능해집니다. 지방선거에서는 기본소득이라는 어젠다를 중심으로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선거에 모두 출마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 재선에 도전할 계획은 있나요.

“당연히 목표는 재선하는 것입니다. 지역인지 비례인지는 아직 논의하지 않고 있고 기본소득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 대선에 출마할 생각은 있습니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출마를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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