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튀김 '1개' 다음 날 환불 요구..쓰러진 분식집 사장님

김세진 2021. 6. 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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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코로나19로 배달 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배달 앱 회사, 그리고 이른바 진상 고객들의 갑질과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여러번 전해 드렸는데요.

이제 이런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음식 점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새우튀김 한개를 놓고 벌어진 한 음식 점주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 먼저 보시고 나서, 배달앱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세진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달, 동작구의 한 김밥 가게.

주인인 A 씨가 계산대 앞에서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갑자기 머리를 잡고 쓰러집니다.

[김밥가게 직원] "왜 전화를 안 받아. 119, 119. 어우, 이거 어떻게…"

함께 있던 남편과 밥 먹던 손님까지 급히 응급 처치에 나섰고, A 씨는 결국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급작스런 '뇌출혈'이었습니다.

[A 씨 남편] "건강한 사람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이렇게 돼버리니까…이번에 작은 애 결혼시켜서 외손주 태어난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쓰러지기 1시간 30분 전, A 씨는 가게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전날 밤, 김밥과 만두 등을 배달시킨 고객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은 뒤였습니다.

[김밥가게 직원] "(A 씨가) 첫 번째 전화 받고 너무 속상하니까 화장실에 가서 울었어요."

이 고객은, 주문 다음날 받은 새우튀김 3개 중에 1개가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1개에 2천 원하는 새우튀김에서 비롯된 불만이 말다툼으로 번졌습니다.

50대인 A 씨는 고객의 막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A 씨 - 쿠팡이츠 통화] "'세상 그따위로 살지 마,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어?' 계속 말하는 거예요. 부모까지 거기서 나오냐고…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아무리 장사를 하고 있어도 그건 아니잖아요."

해당 고객은 업주가 먼저 반말을 했다며 항의했고, 결국 A 씨는 사과와 함께 새우튀김 값을 환불해줬습니다.

[김밥가게 직원] "하루 지났는데. 아니 상점가서도 음식 사도 하루 지났는데 환불해 주는 사람이 있나? (배달)가게니까 할 수 없이 환불해 주는 거지."

이걸로 끝난 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 고객은 다시 배달앱 업체를 통해 시킨 음식 전부를 환불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개념없는 사장'이라는 댓글과 함께 별점 1점으로 혹평을 남겼습니다.

이때부터 배달앱 업체의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쿠팡이츠 센터 (오후 3시)] "쿠팡이츠인데요. 고객님께서 다시 한번 통화를 하셔야 되겠다고 하거든요."

[쿠팡이츠 센터 (오후 5시)] "쿠팡이츠인데요. (고객이) 기분이 안 좋으셔가지고 주문건을 전체 다 취소해달라고 하시는데…"

A 씨가 쓰러진 순간, 통화하던 상대는 바로 이 배달앱 업체였습니다.

[A 씨 - 쿠팡이츠 통화]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어?' 그런 말 하면서… 그건 아니잖아요. <네, 사장님 좀 진정시켜주세요…여보세요?>"

A 씨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도 배달업체의 요구는 집요했습니다.

[해당 음식점 직원 - 쿠팡이츠측 대화] 직원: 쿠팡에서도 계속 전화 오니까 전화 받고 바로 쓰러졌어요. 쿠팡: 동일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저희 사장님께 좀 전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원: (A 씨는) 전화를 못받아요 지금. 쿠팡: 전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원: 지금 (A 씨는) 정신도 없어요, 깨어나지 않아서… 쿠팡: 알겠습니다. 추후에 조금 조심해주시고요.

의식불명인 채로 입원해 있던 A 씨는 3주 뒤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족들은 평소 A 씨에겐 별다른 질환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다만, 음식 하나로 겪어야 했던 상상 이상의 모멸감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다는 겁니다.

[숨진 A 씨 남편] "소비자가 해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우린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거죠. 그렇게 참으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 했다는 게 더 마음이 아프죠."

(영상편집:김정은/취재: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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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기자 (blues32@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80498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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