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무시하던 윤석열, '공작설' 제기..민주 "뜬금없는 주장, 검증 받으라"

김미나 입력 2021. 6. 22. 16:36 수정 2021. 6. 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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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윤, 3일만에 대변인 통해 전언
"집권당에서 했다면 불법사찰"
이준석 "당 차원 대응 어려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자신과 가족 관련 의혹이 정리된 이른바 ‘윤석열 엑스(X)파일’에 대해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지난 19일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의 페이스북 글로 촉발된 ‘엑스파일’ 문제에 대해 3일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서 “저는 국민 앞에 나서는 데 거리낄 것이 없고, 그랬다면 지난 8년간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을 하지 말라.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처럼도 말하던데 그렇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문건의 진위, 출처가 판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기관과 더불어민주당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공식 대응하지 않겠다’는 게 윤석열 캠프의 기조였지만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의구심만 증폭되는 상황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윤 전 총장이 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전하면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장모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나 동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고 가족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검찰 재직 시에도 가족 관련 사건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출처 불명의 괴문서에 연이어 검찰발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공작의 연장선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거듭 공작설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영입한 데 이어, 이날엔 최지현 변호사를 임시 부대변인으로 선임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윤 전 총장 쪽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거리 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 현안간담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제 판단으로는 (윤석열 엑스파일)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당에서 확장해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누가 만들었는지, 내용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자가 되는 것 자체가 흑색선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기관이나 집권당에서 생산한 문건이라면 불법사찰’이라는 윤 전 총장의 반격은 장 소장 ‘엇갈린 발언’의 허점을 파고든 측면도 크다. 장 소장은 전날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선 “국가기관인 국정원, 경찰, 검찰 이런 데가 동원돼서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대선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모든 후보와 당에서 그런 것들을 만든다. 어떻게 공격을 해야겠다고 포인트를 잡는 것인데 그런 검증자료라고 보인다”고 밝혔다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어떠한 기관의 힘이 개입되지 않았겠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을 바꿨다.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졌다”며 당황하던 야권이 ‘여당발 문건’이라는 주장으로 반격에 나서자 민주당은 “대변인에게만 의존하는 전언 정치 그만 하고 공정한 검증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소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내용도 보지 못한 야당 성향 인사발 ‘엑스-파일’ 논란에 대해서 뜬금없는 ‘불법 사찰’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무자비할 정도로 엄정한 신상털이식 수사를 해온 윤 전 총장이, 자신에 대한 의혹과 의심에 대해서는 극도의 과민반응을 보이며 정당한 의혹 제기까지도 ‘정치공작’과 ‘불법사찰’로 몰아 검증의 예봉을 꺾어 보려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공기관과 집권당이 개입했다면 명백한 불법 사찰’이라는 가정법적 수사로 의혹의 쟁점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이 공정하고 투명한 검증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에게 “정치인은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이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지사는 이어 “유사경험을 많이 한 사람 입장에서 조언한다면 어떤 의구심도 어떤 의혹도 피할 수 없다. 있는 사실을 다 인정하고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지적해서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장나래 서영지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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