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 센터 노동자에 "임금 준다"더니..노조 "퇴사압박"
'덕평난민'
쿠팡의 대규모 물류센터 중 하나인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큰 불이 난 뒤 다른 센터에서 근무하는 쿠팡 직원들 사이에서 도는 말이다. 덕평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이들이 수도권 내 다른 센터로 전환배치되자, 이들을 난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덕평에서 온 인원들과 일자리 경쟁에 내몰린 이들이 쓰는 난민이라는 조소에는 노-노 갈등의 씨앗이 담겨 있다.
쿠팡 덕평 센터에서 근무하다 다른 센터로 전배조치 된 인원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것이다. 쿠팡이 약속과 달리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퇴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노조 측의 주장이 나왔다. 이들은 쿠팡에 강제 전배 및 퇴사압박을 멈추고 약속대로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쿠팡 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화재가 발생한 뒤 주말 동안 계약직 및 일용직 노동자 측에 고용안정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쿠팡은 계약직 노동자 측에 전체문자로 전배신청을 유도하고, 이를 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센터에 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사정상 다른 센터로 갈 수 없는 인원들에 대해선 퇴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게 쿠팡 노조 측의 주장이다.
쿠팡 노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상에 어느 회사가 사업장에 불이 났는데 노동자에 휴업수당을 주지 않을 수가 있느냐"라며 "회사의 귀책사유에 의한 사고이니, 휴업 선언을 하고 휴업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 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다른 센터에 배치가 어려운 노동자가 퇴사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으로 '출퇴근 3시간 이상'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의 메가급 센터에는 덕평에서 온 인원이 50~80명, 작은 센터는 20~30명 수준이라고 한다"라며 "그러나 퇴사 압박에 덕평에서 퇴사한 인원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쿠팡은 화재가 발생한 직후 '전환배치 기간 임금 정상 지급'을 약속했다. 지난 18일 쿠팡은 입장문을 내고 "화재 발생 직후 직원 안전과 고용 안정을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해 공지했다"며 "고용안정을 위해 최대한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전환 배치되거나 다른 물류센터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환 배치되는 기간에도 임금은 정상적으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쿠팡 노조 측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덕평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닥친 현실은 달랐다"라며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는 22일부터 다른 센터로 출근할 것을 21일 오전 9시까지 응답할 것을 강요했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퇴사처리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것이 쿠팡이 말한 고용 안정 대책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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