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성매매 유인 강도 기사에 조국 딸 이미지 사용

박은하 기자 2021. 6. 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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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국 전 장관의 항의를 받고 수정 되기 전 기사(위)와 이미지가 원래 사용된 서민 교수의 칼럼(아래)에 조 전 장관 부녀를 연상케 하는 동일한 삽화가 실려 있다.


조선일보가 성매매 유인 강도 사건 판결 기사에 기사 내용과 상관 없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 삽화를 사용했다가 교체하고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1일 출고한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라는 제목의 기사에 모자를 눌러 쓰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여성이 묘사된 삽화를 첨부했다. 삽화에는 가방을 메고 뒤돌아 선 남성의 모습도 그려져 있다. 채팅앱으로 성매매를 할 것처럼 속여 모텔로 유인한 뒤 남성이 샤워하거나 편의점으로 물건을 사러 간 사이 금품만 훔쳐 나오는 수법으로 상습 강도행각을 한 3명에게 대구지법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기사였다.

문제는 조 전 장관과 관련없는 기사에 조 전 장관 부녀를 그린 그림을 사용한 것이다. 제목에 성매매가 언급되고 기사 도입부가 모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듯한 장면으로 시작해 사진 속 여성이 ‘성매매 여성’으로 인식될 여지도 있다. 조 전 장관은 23일 페이스북에서 이 사실을 전하며 “이 그림을 올린 자는 인간입니까?”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경향신문에 “그림은 교체됐으나 이 그림이 사용된 경위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림을 올린 사람이 취재기자, 해당 팀 부서장, 편집 책임자 중 누구인지 등 사실관계 설명을 조선일보에 요구했다.

해당 삽화는 앞서 조선일보 2월27일자에 실린 서민 단국대 교수의 칼럼 ‘조민 추적은 스토킹이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에 실렸던 것이다. 1심에서 입시부정이 인정된 조 전 장관 딸에게 의사면허 박탈을 요구하는 것은 연좌제가 아니라는 내용의 칼럼이다. 칼럼 내용에 맞춰 조 전 장관 부녀를 연상하는 삽화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림 속 조 전 장관의 모습은 수사를 받던 2019년 딸의 생일케이크를 사 들고 오는 길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조 전 장관 딸은 더팩트에 찍힌 사진을 흡사하게 옮겼다.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는 ‘사진, 몽타주,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디지털로 보정했거나 변경했을 경우 보정 및 변경 내용을 명시한다’, ‘재현 이미지나 연출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등의 규정이 담겨 있다.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 글로 논란이 확산되자 조선일보는 공식 사과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조선닷컴의 담당자는 해당 그림이 서 교수의 칼럼에 실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용했다가 “일러스트가 조국씨와 조민씨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2시간30분 만에 그림을 교체했다. 조선일보는 “담당기자는 일러스트 목록에서 여성 1명, 남성 3명이 등장하는 이미지만 보고 기고문 내용은 모른 채 이를 싣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소홀했다”며 “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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