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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손정민씨 사망 두달 한강공원 가보니.."참견말라" 술판

최희석,김형주 입력 2021. 06. 23. 17:42 수정 2021. 06. 2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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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손정민씨 사망 두달
'그 장소' 한강공원에 가보니
벤치·계단 점령한 취객들
"유럽도 아니고..막지 말라"
가족단위 산책 나온 시민은
"휴식 위한 공공장소 뺏겼다"
관리 책임진 서울시 공무원
"밤10시 이후 음주 금지해야"

◆ 야외 금주령 전국 확산 ◆

23일 낮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식물을 먹고 있다. 사망사건 이후에도 반포한강공원에는 야간에 음주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승환 기자]
의대생 손정민 씨가 사망한 지 57일째 되는 21일 늦은 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는 여전히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손씨의 사체가 발견된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는 20대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거나 벤치, 계단, 잔디밭 등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텐트용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한 무리도 있었다. 과자, 치킨, 떡볶이 등 곁들여 먹는 안주도 다양했다. 잠수교 인근 바비큐, 다코야키 등을 파는 푸드트럭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음주를 즐기는 무리는 2~4명이 대다수였지만 5명 이상 모여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띄었다.

손씨의 사망사건 이후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한강공원에서 야심한 시간에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심야 시간 야외 음주가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했고,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에도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대학생 A씨(25)는 "유럽 여행을 갔을 때는 조금만 시간이 늦어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국은 괜찮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술 마실 곳도 없는데 밖에서 술 먹는 즐거움을 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강공원 음주는 손씨의 사건 전후로 크게 변화가 없다고 주변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세빛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40)는 "코로나19 사태 전후라면 모를까 손정민 씨 사건 이후 술 매출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강공원 음주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특히 반포한강공원은 가족 단위로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 정도로 과음하는 사람은 원래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 야외 음주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직장인 C씨(32)는 "법은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야외 음주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호주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D씨(27)는 "야외 음주는 치안이 좋은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며 "외국처럼 야외 음주를 아예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생각은 공원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들도 비슷하다. 야외 음주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많았다. 법률 개정으로 이달 말일부터 지자체가 금주구역을 지정하고, 이 구역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이를 시행해야 할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도 금주구역 지정과 단속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매일경제신문이 서울시 공무원 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야외에서의 음주 단속에 대해 '충분히 가능한 규제'라는 응답은 12명(17.4%)에 불과했다. '인력과 예산이 많이 들 것'이라는 응답과 '완전한 단속이 어렵기 때문에 걸리면 운이 나쁜 사람이 될 뿐'이라는 응답이 각각 28명(40.6%)으로 가장 많았다. 설문에 응답한 서울시 공무원의 80%는 규제가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에도 야외에서 음주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서울시 공무원도 14명(20.3%)이나 됐다. 또 근거 법률 개정으로 지자체가 금주구역을 지정하고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아는 공무원은 응답자의 30%(21명)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서울시 공무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야외에서의 음주를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응답한 비율은 7.2%(5명)에 불과했고,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는 응답은 23명으로 33.3%에 달했다.

한강에서 만난 시민들 가운데 한강공원 음주의 위험성을 인정하는 시민들은 시간 제한, CCTV 설치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야외는 물론이고 음주 그 자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손애리 삼육대 교수가 2018년 연구한 바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주로 인한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음주자로 인해 공공장소의 안전에 위협을 느꼈다'는 응답이 84.8%나 됐다. 또 알코올성 간질환 등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가 2019년 한 해에만 4694명이나 됐다. 하루 평균 13명꼴로 술 때문에 죽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이미 10조원을 넘어 흡연이나 비만으로 인한 피해액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계 기관은 추산하고 있다.

[최희석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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