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안 하면 죽어버리겠다" 문자가 사과라고?

군사경찰 '이해 불가' 성추행 수사
국방부 조사, 부실수사 확인하고도
'군경찰 고의성 확인되지 않아' 이유
입건조차 안해..제식구 감싸기 논란

서욱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사경찰이 ‘용서 안 해주면 죽어버리겠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협박성 메시지를 ‘사과’로 인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런 부실 수사 의혹을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했는데도, 관련자들 입건 여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는 미온적 반응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 조사본부 당국자는 23일 이번 사건을 처음 수사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가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를 불구속 입건한 것과 관련해 “수사관은 두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사과로 인식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2차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고,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불구속 판단을 할 때 군검사 의견을 들어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제20비행단 군사경찰은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지 보름 만인 3월17일 장 중사를 처음 불러 조사한 뒤 다시 20여일 지난 4월7일에야 ‘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했다. 장 중사가 구속된 것은 5월22일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뒤 열흘여가 지난 2일이었다.

국방부 조사본부 당국자는 이런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무를 소홀히 한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면서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이 부분을 가지고 입건해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25일 열리는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 얘기를 들어보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조사본부가 20비행단 군사경찰 관계자를 아직 한명도 입건하지 않은 것은 국방부 검찰단이 같은 혐의를 받는 20비행단 군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공군 군사경찰이 지난달 24일 이 사건을 국방부에 보고할 때 성추행 피해로 인한 사망임을 누락하고 보고한 부분에 대해선 국방부 검찰단에 강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군인권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네차례에 걸쳐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뺄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방부는 성추행 피해자 이아무개 중사를 1년 전 별도의 자리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 상관을 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또 이 중사가 옮겨간 제15특수비행단에서 신상 유포 등 2차 가해를 한 혐의를 받는 상급자 두명에 대해선 보강 수사를 한 뒤 최종 처리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으로 장 중사와 20비행단 군검사를 비롯해 모두 13명이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