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갑질에 신음하는 젊은 창작자]①앱수수료 강제, 창작자 생태계 위축

이기범 기자 2021. 6. 2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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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적용 앞두고 웹툰·웹소설 업계 반발 커져
30% 수수료, 창작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비용 전가 우려

[편집자주]"앞으로 구글플레이 인앤결제만 사용하고 30% 수수료를 내라." 지난해 9월 구글의 일방적 '통보'가 오는 10월부터 현실이 된다.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춰 갓 꽃피우기 시작한 웹툰, 웹소설 등 신생 콘텐츠 업계가 '구글의 갑질'로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이른바 MZ 세대가 대부분인 젊은 창작자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구글 인앱결제 강제 논란이 콘텐츠 업계를 달구고 있다.

창작스토리작가협회를 시작으로 웹소설산업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만화가협회 등 웹툰·웹소설 단체가 연달아 구글 인앱결제에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한 달 새 반대 성명을 내놓은 곳만 8곳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인앱결제 강제가 창작자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거라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수수료 폭탄'…1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인앱결제 논란

인앱결제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시작됐다. 구글이 지난해 9월28일 그동안 게임 앱에만 적용해왔던 인앱결제·30% 수수료 정책을 콘텐츠 앱 전반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앱 안에서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결제를 강제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30% 떼어 가겠다는 내용이다. 즉각 전세계 곳곳에서 독점 논란이 불거졌고, 국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초 신규 앱은 올해 1월, 기존 앱은 올해 10월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올해 9월30일로 적용 시점이 미뤄졌다. 지난 3월에는 연 매출 100만달러 이하 구간에 대해선 15%만 수수료를 받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커지고, 정치권에서도 구글을 겨냥한 '구글 갑질 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되자 구글이 '후속 대응'에 나선 것.

하지만 웹툰, 웹소설 등 모바일 환경에서 새롭게 급성장한 스토리 중심의 콘텐츠 업계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구글은 24일 영상, 오디오, 도서 콘텐츠에 대해서는 15%로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할인해주겠다는 발표까지 내놓았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웹툰, 웹소설앱도 포함된다. 조건도 붙는다. 안드로이드TV, 안드로이드 오토, 웨어OS 등 기존 스마트폰 이외에 여타 OS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한시적으로 15%로 수수료를 반값으로 낮춰주는 대신, TV, 자동차, 각종 웨어러블 기기로까지 구글 OS 생태계를 확대,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콘텐츠 업계, 골든타임 놓칠까 전전긍긍

지난해 구글이 OS 독점적 지위를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수수료 강제하겠다고 나서자 국회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여·야가 합심해 '구글 갑질 방지법'을 마련한 것.

하지만 법을 발의한 야당의 변심으로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공회전을 거듭했다. 결국 지난 24일 국회 과방위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식으로 관련 논의에 다시 나섰다.

콘텐츠 업계는 전전긍긍이다. 지난 3일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를 시작으로, 웹소설산업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웹소설협회, 한국웹소설작가협회, 한국전자출판협회 등 8곳의 웹툰·웹소설 관련 협회에서 구글 인앱결제 반대 성명 내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한국전자출판협회는 성명문을 내고 이병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콘텐츠산업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 지지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7월과 8월에는 법안소위가 잘 열리지 않고 9월에는 국정감사, 예산안 처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입법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다가오는 대선으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면서 구글 인앱결제 문제는 갈수록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가 시작되면 최종적으로는 파급 영향이 창작자에게 미칠 건 뻔하다"며 "시기적으로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해서 동시다발적으로 성명을 낸 거 같다. 10월부터 시작이 되는데 그 전에 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회장은 "30% 수수료는 소비자 이용 가격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될 거고, 창작자분들에게 가는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라며 "30%라는 숫자도 숫자지만, 구글이 인앱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강제하고 있는 게 중요한 문제다. 독점적 지위를 갖고 시장에 영향력 행사하는 분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협단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웹소설작가협회, 한국웹소설협회가 공동 발의한 구글 인앱결제 반대 서명 운동 © 뉴스1

◇창작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비용 전가

30% 수수료에 대한 비용은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의 인앱결제 가격 차이다. 오픈플랫폼을 지향하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애플 iOS의 경우 이미 30% 수수료가 붙는 인앱결제를 강제해왔다. 이 때문에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iOS용 앱의 인앱결제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의 경우 유료 웹툰을 보기 위한 쿠키 구매에 안드로이드는 100개 구매당 1만원, iOS에서는 1만2000원이 든다. 애플 앱스토어의 수수료율을 반영한 차등적인 요금 책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봤을 때 구글 인앱결제 강제 이후 콘텐츠 서비스 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글 인앱결제 정책에 대해 공식 입장은 없지만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 시행 시 올해 비게임 분야 수수료는 최대 1568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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