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 확대 "가뜩이나 사람 없는데..우린 그림의 떡"

윤다정 기자,조현기 기자 2021. 6. 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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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확대 겹쳐 "납기일 어떻게 맞추나" 호소
中企 근로자 '상대적 박탈감' 해소 섬세한 정책도 필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인쇄소에서 관계자가 새로운 2021년 신축년(辛丑年) 달력을 인쇄하고 있다. 2020.10.2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조현기 기자 = 여당이 '빨간 날을 돌려주겠다'며 대체공휴일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 현장의 볼멘소리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50인 미만 기업에 적용하는 주 52시간제와 대체휴일 확대가 맞물리면 납기일조차 맞추기 힘들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중소기업 근로자들 역시 이같은 환경에서 유급휴일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을 때 느낄 상태적 박탈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 열어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을 부여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공휴일 중 추석과 설, 어린이날에만 대체공휴일이 적용된다.

시행 시기는 오는 2022년 1월1일부터지만 부칙을 통해 올해 광복절부터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도 대체공휴일을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쟁점이었던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근로의욕 고취? 대기업에서나 가능…생산·납기 맞추기 어려워"

2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대체공휴일 확대와 관련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납품기일을 제대로 맞출 수 없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을 더 구하기도 어렵고 설사 채용하더라도 인거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제조업체 이사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쉬거나 공휴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라며 "특히 생산 라인이 문제인데 근무 시간도 조정해야 하고, 쉬는 날 일을 시키면 수당까지도 챙겨 줘야 한다. 우리는 제조기업이라 생산라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도입 여부의)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법 제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인 기업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월급은 기업이 수익을 내야 줄 수 있는데 정작 기업인들에게 의견을 물은 적이 있는가"라며 "한 번 제도가 만들어지면 고치기도 힘든데 (국회가) 일방적으로 입법 권한을 사용한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대기업처럼 인력에 여유가 있으면 대체근무가 가능하니 괜찮겠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인력난을 겪고 있어 대체할 인력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추 본부장은 또 "다음달 1일부터 50인 미만 기업에도 주 52시간 제도가 계도기간 없이 시행되면서 경기 회복과 함께 인력이 더 부족한 상황이 되는데 (대체휴일 도입으로) 인력난이 더 심화되는 문제가 있다"며 "최근이 원자재 가격 인상까지 기업들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0개 중소기업 단체가 대체공휴일 확대법을 "신중히 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체휴일 확대에 따른 생산 차질과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시스템이 갖춰지고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는 대체공휴일을 통해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소상공인이나 소기업은 납기를 맞춰야 하는데 근로자가 일을 쉬어 버리면 운용 자체가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업일수가 줄어드니까 원활히 (업무가) 돌아가지 않고, 원청에서 받은 계약마저 제대로 이행을 못하니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과 조선업, 뿌리산업 등 일부 제조업 업종에서는 대체공휴일 도입과 주 52시간제 시행이 맞물려 이중고를 안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견기업계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의 피로감도 해소하고 무너져 가는 자영업에 활력을 더해 줄 필요는 있다"면서도 "중소·중견기업을 대부분 구성하며,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제조업계의 활력을 꺼뜨리지 않으려면 절충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企 근로자에겐 꿈일 뿐"…'상대적 박탈감'도 근로자 몫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체공휴일이 도입될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중소 건설사에 재직 중인 A씨는 "건설업체 현장에서는 주5일제도 지키기가 힘든 상황인데, 대체공휴일 제도는 그저 꿈일 뿐"이라며 "수당이라도 제대로 챙겨 주면 좋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도체 협력업체 직원 B씨 역시 "우리 회사가 (대체공휴일 적용에) 해당이 되는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좀더 명확하게 알려주면 좋겠다"며 "(대체공휴일이) 적용되는 직장과 되지 않는 직장이 있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크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공휴일의 전체적인 방향은 맞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쉬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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