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

전영기 기자 2021. 6. 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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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제3지대론엔 관심 없어..이순신 존경"
6·29 뒤 윤석열-최재형 전격 회동 가능성

(시사저널=전영기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선 도전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정치권에 진입할 경우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6월29일 정치 참여 입장을 밝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후 적절한 시점에 최재형 감사원장과 만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형의 등판과 윤석열의 공식적인 정치 일정이 구체적으로 가시화하면서 대선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선거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최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윤 전 총장이 입당에 거리를 두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되면 야권은 윤석열-최재형-국민의힘 사이에 협력과 경쟁이 혼재하는 삼국지형 대권구도가 전개될 전망이다. 야권의 대선 예비 주자들을 상대로 한 최근 여론조사들은 윤석열 1위에 이어 2위권에 최재형·홍준표·안철수 등 인사들을 올려놓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최재형 스승 Q씨 "대법원장 하는 게 좋을 것" 만류

6월24일 현재 최재형 원장의 주변은 그의 감사원장직 사퇴 및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인사와 출마를 만류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설가 김진명씨, 그리고 최 원장의 고교 및 서울대 법대 친구이자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생인 강명훈 변호사를 비롯한 경기고 동창생 등이 전자 그룹이다. 반면에 최 원장의 대학 은사 Q씨와 그의 부친인 최영섭(94) 예비역 해군 대령은 후자에 속한다. 서울대 법대 스승이었던 Q씨도 최재형 원장이 자신의 사퇴 및 출마에 대해 의견을 구하자 "내년 1월까지 감사원장 임기를 다 채우고 차기 정권 때 대법원장을 한다면 이상적이지 않겠는가"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수적으로 보면 주변의 다수가 출마를 지지하는 반면, 질적으로는 무시하기 어려운 영향력 있는 소수가 최 원장의 출마를 만류하는 셈이다.

출마 지지파든, 반대파든 최 원장의 정치 행로와 관련해 그의 기독교 신앙을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의화 전 의장이 기자에게 "최 원장이 6월18일 국회에서 대선 도전에 전향적인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속내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 하나는 최 원장이 깊이 기도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식이다.

역사소설 《고구려》의 작가로 최 원장을 예민하게 관찰해 온 김진명씨도 "그는 하나님과 대화하는 사람이다. 결심하기 전에 기도한다. 하나님의 지시를 받으면 그 다음엔 99% 아니, 100% 출마한다"(유튜브 이봉규TV)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봉규TV와 기자의 후속 취재에서 김진명 작가가 한 얘기의 일부다.

최재형 원장의 실천적 신앙이 사람들을 감동시킬 정도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대통령직을 덕성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선량하고 사랑 넘치며, 일 잘하고 법 잘 지키는 사람이 한 번쯤 대통령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인의 표준 모델이 필요하다. 국민의식이 높아지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후보의 자질은 나아진다. 후진국 때는 독재자가 나온다. 지금 우리의 의식과 문화는 상당한 선진국 아닌가. 최재형이 대통령이 된다고 이상할 것 없다. 최재형 매직이 통하는 시대라고 본다."

최재형의 정치적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자기 확신이 있고 매사에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말은 점잖으나 강단이 세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소신과 그걸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위원으로 법무부 차관 출신의 친정부적인 김오수씨(현 검찰총장)를 추천했을 때 최재형 감사원장은 거절했다. 아마 대통령이 전화했을 것이다. 최 원장은 '감사위원은 대통령이 임명권자지만 제청권은 감사원장에게 있다. 저의 제청권을 존중해 달라'는 식으로 답했을 것이다. 정부 인사로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무리한 요구를 이런 식으로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잘못된 것을 지혜롭게 바로잡는 힘이 최재형의 정치력 아닐까."

최재형 감사원장이 6얼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성경, 불의한 권력에 침묵하면 돌들이 외칠 것"

취재 과정에서 최재형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지인 R씨를 만났다. 취재망에 잡힌 다른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감사원장에 취임한 2018년 1월 이후 만나지 못했거나 만났다 해도 정치적 얘기를 주고받지 않았다고 했다. R씨는 정치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재형과 터놓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사이다. R씨와의 인터뷰로 최재형 정치 구상의 일부를 엿보았다.

최재형의 등장을 내각제 개헌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이 있더라.

"최 원장한테 개헌 얘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출마와 개헌은 관계가 없다."

감사원장 사퇴는 언제쯤으로 보나.

"국회 발언이 있어서 마냥 늦추기 어려울 것이다. 6월을 넘기지 않을 듯하다."

사퇴하면 국민의힘으로 가나?

"그럴 것으로 본다. 이른바 제3지대니, 신당이니 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 시간도 없고 당의 도움도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품이나 미덕으로 대통령을 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최 원장의 정치적 힘은 올바름과 덕성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는 정교하고 탁월한 조정과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 정부에 친화적인 감사위원들과 청와대 눈치를 보는 직원들이 적지 않은 감사원에서 월성1호 원자로 폐쇄 때 청와대, 산업부, 한수원 등의 위법성을 밝히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원과 직원들을 일일이 혹은 회의에서 실력과 정성으로 대화함으로써 잡음 없이 다수 의견으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 정도 설명으로는 납득이 잘 안 된다. 판사를 지내고 현직 감사원장인 분이 왜 임기 도중에 정치를 하려 하나.

"최재형 원장의 기독교적 신앙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성경엔 '불의한 권력에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돌들이 외칠 것이다'와 같이 정의를 짓밟고 거짓말하는 권세와 싸우는 예언자적 정신이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재직 시 권력의 숱한 부조리와 부정의를 직접 경험하면서 정권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을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일이 많았나.

"최재형 원장이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이순신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은 최 원장이 예수 다음으로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이순신은 모함을 받아 사형선고를 받고 백의종군하며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월성1호기 감사의 경우 최 원장은 국회의 결의에 따라 감사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직권남용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최재형의 정치 참여는 무도한 정권의 불의한 행동이 원인이다. 최재형이 무슨 욕심이 있어 정치에 나서겠나."

인지도·세력·경험 등 어떤 면을 보더라도 경선 통과나 본선 승리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세상이 변했다. 일반론적으로 예단할 수 없다고 본다."

2007년의 '이회창 스페어 후보론'이 나오는 배경

2007년 대선 본선은 야당 후보 이명박 대 여당 후보 정동영의 2파전 양상이었다.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두 번 실패했던 이회창 후보가 갑자기 뛰어들었다. 세 번째 도전이었다. 객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던 이회창의 등판에 대해 그를 도왔고 지금 고인이 된 김용환씨는 당시 기자에게 "이명박 후보가 본선 레이스에서 부정·불법 등이 새로 발견돼 낙마하면 보수 진영에선 넋놓고 정동영의 당선을 지켜봐야 한다. 이회창은 말하자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스페어 후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선 도전을 '스페어 후보론' '페이스메이커 후보론'으로 해석하는 흐름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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