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는 왜 러시아·중국 원전을 배제했나

세종=민동훈 기자 2021. 6. 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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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썰록]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7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신규원전 건설 예정지역 사회복지시설 및 학교 등에 지원할 물품을 전달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 수주전이 한국·미국·프랑스 3파전으로 좁혀졌다. 강력한 경쟁국이던 러시아와 중국을 체코 의회와 정부가 배제한 결과다. 사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원전 시장에서 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신흥 원전 강국으로 떠오른 국가다. 기술력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체코는 왜 이들을 애초에 입찰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을까.

일단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는 체코 남동부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2040년까지 1000㎿급 원전 1~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60억 유로(약 8조원)에 달한다. 일찌감치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 러시아 로사톰, 중국 광핵집단공사(CGN) 등 세계 주요 원전기업들이 눈독을 들여온 사업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회의장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실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선물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7.9.20/뉴스1

애초에 체코 원전사업은 러시아나 중국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었다. 기존 두코바니 원전을 지었던 곳이 러시아의 로사톰이었고, 한동안 체코는 중국과 경제적 밀월관계도 이어갔다. 2018년 재선에 성공한 밀로시 제만 대통령 역시 친중, 친러인사로 꼽혔다.

그런데 최근 체코전력공사는 체코전력공사가 21일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사업을 위한 안보평가 안내 서한을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 3곳에 보냈다. 애초에 이들과 경쟁하던 러시아 로사톰, 중국 광핵집단공사(CGN)은 입찰 대상에서 빠졌다.

이유를 알려면 체코의 정치 지형과 현지 여론을 살펴봐야 한다. 체코는 의원내각제에 대통령제를 가미한 일종의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체코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나뉘는데 정부 내각을 하원의 다수당이 구성한다. 긍정당 당수인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다수당을 확보하지 못해 연립정부를 꾸린 상태다.

(프라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9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밀로시 제만 대통령의 친 러시아적 성향에 비난하며 대형 EU 깃발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러시아와 중국의 배제는 이러한 정치 구조에서 비롯됐다. 2018년 총선이후 긍정당 등 여당이 야당에 상하원에서 숫적 열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하원은 사회민주당과의 연정을 통해 여당이 장악했지만 상원은 야당이 다수당이다. 이들 야당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반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파벨 피셰르 체코 상원 외교안보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적극의 입찰 신청을 미리 배제해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여기서 적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뜻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체코 보안정보국(BIS)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체코에서 정보활동을 진행하며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분열시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주체코러시아대사관이 연루된 스파이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반러시아 감정이 커진 상태다.

반중 감정도 크다. 지난해 체코 정부는 밀로스 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을 단장으로 한 정부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국가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을 정도다.

결국 올해 초 최근 체코 정부와 야당 대표들은 두코바니 원전 건설 입찰계획을 협의한 끝에 러시아와 중국 기업을 제외키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보안평가에서 러시아와 중국기업이 빠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원전시장 확장을 견제하고 있는 것도 이들을 입찰 배제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데 이는 미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원자력 시설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원전동맹을 제안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세계정세를 감안하면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진 게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기술경쟁이다. 관련업계에선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이 EDF에 비해 기술적으로 앞서있다고 본다. 일단 체코가 추진하는 두코바니 원전의 제원은 1000MW와트 규모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000MW 규모의 원전을 짓고 운영한 경험은 웨스팅하우스가 유일하다.

이에 맞서는 게 한국형 원전 APR1000이다. 2019년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최종 설계인증을 받은 모델이다. 현재 NRC 설계인증을 취득한 노형은 미국이 개발한 'AP1000', 'ESBWR' 뿐이다.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APR1400의 유럽수출형 원전인 EU-APR 노형이 EUR인증을 받은 바 있어, APR1000의 인증도 무리없이 따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보다 유리한 지점은 또 있다. 두코바이 원전 사업 모델이 한수원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2월 체코정부에 UAE 사업 및 국내 사업의 성공적 사례를 기반으로, EPC(설계, 구매, 시공) 턴키모델에 구매, 하도급사 선정 등의 분야에 발주처 참여를 포함하는 사업모델을 제안했다. 체코 정부는 이를 두코바니 원전 사업모델로 확정했다.

체코 정부는 오는 11월 말까지 각 잠재공급사로부터 안보평가 답변서를 접수해 올해 말까지 평가를 완료하고 본 입찰 참여 공급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후, 2022년 공식입찰절차를 시작해 2023년까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과 한수원은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체코를 방문해 체코 총리 예방 및 산업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 원전의 우수한 기술력을 설명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국내외에서 축적한 우리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가 요구하는 안보 요건 충족은 물론, 체코가 중요시 하는 현지화, 안전성, 경제성, 공기 준수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어 체코 신규원전사업을 반드시 수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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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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