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외교관 "타임지, 文 고강도 비판..靑 이걸 자랑이라 올리나"

고석현 2021. 6. 26. 11: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타임(TIME)지 화상 인터뷰 및 표지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타임지 표지와 인터넷판 기사. [사진 타임지]

외교관 출신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의 표지를 장식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게다가 국내 다른 정책들마저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내용"이라며 "타임지 기준으로 이런 기사는 사실상 고강도의 비판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15년간 외교관을 지냈며,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미국 랜드(RAND) 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친 국제관계 전문가다.

그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주 타임지 표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표지 인물로 나왔다. 청와대에서 이 표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자랑스러운가 보다"라며 "정말 놀랍다"고 했다.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이어 타임지 기사 주요 내용을 옮긴 뒤 "여러분 어떠시냐"며 "이것이 칭찬이냐? 비판이냐?"고 물었다. 이어 "타임지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시사 주간지 중 하나"라며 "역사도 오래되었을 뿐더러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많이 읽히는 중후한 품격을 갖는 잡지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랫동안 타임지를 읽어 왔지만, 독재자들에 대한 비판을 제외하고, 민주 국가의 지도자, 게다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자 동맹국 중 하나인 나라의 지도자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매우 놀랍다"고 덧붙였다.


"G7서 사진찍었다 좋아하던 분들 떠올라"
장 교수는 "제가 서훈 국가안보실장이었거나 정의용 외교장관이었다고 한다면 정말 이 기사를 읽고 고개를 들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걸 또 자랑이랍시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떡 하니 올려놓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은 또 타임지라는 유명한 미국 잡지에 문재인 대통령 얼굴이 올라왔다고 자긍심에 가득하다"고 했다.

이어 "바로 몇 주 전 G7 정상회의에 가서 막상 정상회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기여도 하지 못한 채, 그저 G7들과 같이 사진 찍고 왔다고 좋아하던 분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미지 조작으로 분칠하는 것 한계 있다"
장 교수는 "정말 이래도 되는 거냐"며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고,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주의 국가면 뭐 하느냐. 얼굴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는데도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잡지가 던진 진흙이야 하면서 자부심에 쩔어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제 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며 "사진이, 상징이, 그 어떤 기호가 우리를 위대한 나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내용이 있고,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제 문재인 정부의 대북 협상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미지 조작으로 내용의 공허함을 분칠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더 이상 실패하지 않으려면, 성공을 위한 반전을 이루어 내려면 이제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그래야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 페이스북 캡처]


한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타임지에 실린 문 대통령에 대해 "청와대가 자랑하길래 내용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홍보전략으로 이 인터뷰를 추진한 청와대가 얼마나 현실감이 없나 싶다"고 혹평한 바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