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과 '반도체 밀월'..80년대 영광 꿈꾸는 日

황시영 기자 2021. 6.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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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 "반도체는 국가 안보, 첨단 반도체 생산기반에 총력"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AFP

일본이 반도체 산업 기반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980년대 '반도체 세계 1위'의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미국·대만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사태로 미국과 일본, 대만이 손을 잡고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들 국가 간 '반도체 밀월'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정책 총동원해 타국에 필적할 체제 구축"
우선 일본 정부는 경제 안전보장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을 자국으로 유치할 정책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을 담은 성장전략 원안을 마련했다. 성장전략은 야당과의 합의를 거쳐 이달 말 각의(내각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반도체 기반시설이 일본을 입지로 선택하도록 확실한 체제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장전략 원안이 성장전략 회의에서 지난 2일 보고됐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유치에 나선 것은 미·중 대립이 심화하고 일본이 미국에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반도체 조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반도체의 약 64.2%를 수입하고 있으며 대만·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자료에 의하면 특히 회로 선의 폭이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만인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은 대만이 세계 시장의 약 90%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의 미국처럼 반도체를 '산업의 쌀'을 뛰어넘어 '국가 안보'의 문제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은 스가 요시히데 정부의 최우선 경제 정책 과제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해선 디지털 산업을 육성해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의료로봇 등 분야의 디지털 투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성장전략 원안에는 반도체 외에도 축전지, 차세대 데이터센터 등에 관한 투자 계획도 담겼다.

이와 별도로 일본 정부는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 1000억엔(약 1조3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신설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경제안전보장에 직결되는 중요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경제산업성은 '포스트 5G용' 반도체 칩 개발을 위해 키오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소시오넥스트에 총 100억엔(1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기로 했다.

미국과 공급망 협력…마이크론과 5세대 D램 공동개발
미국 마이크론 및 인텔 로고/사진=각 사 홈페이지
우선 일본은 미국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협력키로 했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일본에 대한 투자 및 기술 협력을 표면화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와 협력해 5세대 D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 2일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4세대 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이을 차세대 D램을 일본과 함께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SK는 3세대 D램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마이크론은 첨단 D램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2012년 인수한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메모리의 일본 내 생산·연구 시설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의 일본 투자는 최근 3년간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이른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인텔에도 유치를 제의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대만 TSMC 본사 건물 /사진=AFP
TSMC, 일본에 연구개발 거점…생산시설도 고려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등인 대만 기업 TSMC와도 성과를 내고 있다. 닛케이는 지난 11일 TSMC 거래업체 관계자들을 인용, TSMC가 일본 정부 요청에 따라 일본 내 첫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구마모토현에 300㎜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소니, 일본 자동차 업계가 주 고객이 될 수 있다.

또 산업 정책을 관장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31일 TSMC에 약 190억엔(약 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소재한 일본 국립연구개발법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에 TSMC의 새 연구개발(R&D) 거점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연구개발 거점 계획은 TSMC가 2월 밝힌 내용이다.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후공정 부분 등의 최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진 이 연구개발 시설 운영에는 반도체 제조장비 대기업인 히타치하이테크, 반도체 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갖춘 아사히카세이 등 일본 기업 20여 곳도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노하우 공유도 가능할 전망이다.

장비·소재 경쟁력+첨단 반도체 역량 강화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에 위치한 르네사스 공장. 르네사스는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칩 생산의 3분의 1가량을 담당하고 있다./사진=AFP
전성기인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가량을 차지했던 일본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 여전히 제조 장비 분야에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스마트폰·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첨단 반도체 생산 분야에선 뒤처져 있다.

도쿄일렉트론, 키옥시아, 신에츠, 소니 등이 일본의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기업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일본이 상대적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분야는 자동차용 로직 반도체, 카메라용 CMOS(상보성 금속산화물 반도체) 이미지 센서, 파워 반도체(전자기기에 공급되는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이다. 일본 르네사스의 경우 자동차 및 FA(공장자동화) 로직 반도체에서 전세계 18%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소니는 CMOS 이미지 센서 시장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반도체 분야다. 일본 정부가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을 국내에 구축하려고 지원에 나선 이유다.

"일본 반도체 마지막 기회"
히가시 데쓰로 도쿄일렉트론 명예회장 /사진=AFP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회사인 도쿄일렉트론의 히가시 데쓰로(71) 명예회장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되살릴 수 있다는 어떤 희망이라도 가지려 한다면, 올 회계연도에 최소 1조엔(약 10조26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그 이후에도 수조엔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히가시 회장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발전 관련 수석 고문도 맡고 있다.

그는 "반도체 공장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일본이 고성능 반도체에서 한국·대만에 얼마나 뒤처졌는지를 감안한다면 (1조엔) 이하 금액 투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이) 다시 (과거의 위상으로) 회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반도체 대란인)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다른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가시 회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산업을 만드는 데는 1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린다"며 국가가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갖고 반도체 산업을 꾸준하게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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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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