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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독도는 한국땅, 미발굴 서양 고지도 6점 첫공개

윤호우 논설위원 입력 2021. 06. 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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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양경계선이 그어져 있고, 독도가 한국영토에 속하는 19세기 후반의 서양지도 6점이 발굴됐다. 이돈수 한국해연구소 소장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19세기 후반의 지도 6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면서 “19세기 말 서양에서 만들어진 지도에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양경계선이 그어져 있고, 독도가 일본의 경계선 밖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지도제작자인 카를 디르케가 1896년 집필한 교육용 지리부도에 ‘아시아지도’가 들어가 있다. /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제공


이 소장이 공개한 6점의 지도 중 1896년 독일에서 만든 교육용 지리부도의 ‘아시아지도’에는 독도의 위치가 명백하게 표시돼 있다. 울릉도를 뜻하는 ‘Matsu(마츠시마 松島를 의미함)’ 표기가 있으며, 바로 옆에 표기가 없이 2개의 섬이 그려져 있다. 독도를 그린 이 두 섬은 일본의 해양경계선 바깥에 있다. 독일의 유명한 지도제작자인 카를 디르케가 이 교육용 지리부도를 편집했다. 디르케의 지리부도인 아틀라스가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지도에 그려진 독도의 한국땅 표시는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1891년 일본 문부성 검정을 마친 <신찬소학지리서> 권3에 삽입돼 있는 지도와 <신찬소학지리서>의 표지 /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제공


1871년 제작된 영국의 또 다른 ‘아시아지도’에는 해양경계선의 한국 쪽에 울릉도를 뜻하는 마츠시마라는 표기가 있다. 독도는 표기돼 있지 않지만 독도의 좌표가 해양경계선의 바깥쪽에 위치해 한국에 속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도는 영국 출신 지도제작자인 바돌로매가 런던과 에든버러에서 출판했다. 1886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아시아지도’에서는 해양경계선이 1871년 지도보다 더 일본 쪽으로 향해 있다. 대충 위도와 경도만 봐도 독도가 경계선 밖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땅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 지도는 프랑스 파리에서 드리우와 르로위가 아시아의 정치적 상황과 육지·해양 국경, 뱃길과 기차길 등을 묘사하기 위해 재제작한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 출신 지도제작자인 바돌로매가 1871년 런던과 에든버러에서 출판한 ‘아시아지도’


■독도영유권의 명백한 증거

영국과 프랑스에서 제작된 두 지도는 일본이 1890년과 1891년에 만든 문부성 검정판 소학교용 교과서인 ‘소학지리서’의 지도와 비슷하다. 소학지리서에 등장하는 지도에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양경계선이 그려져 있다. 독도가 표기돼 있지는 않지만 경계선의 위치로 보면 독도가 한국에 포함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19세기 말 일본의 학생들은 일본 정부가 검정한 교과서에서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이 지도에서 일본 열도 동쪽의 바다에는 해양경계선이 그려져 있지 않다. 일본의 서쪽, 즉 한국의 동쪽에만 경계선이 그려진 것이다. 2017년에 한철호 동국대 교수가 처음 공개한 1886년 편찬 ‘신찬지지’의 아시아지도에서도 이런 해양경계선이 나타난다.

1894년 9월 발간된 프랑스 주간 화보신문인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에 실린 ‘한국, 일본 및 동중국 지도’
1903년 야마가미 만지로가 집필한 문부성 검정 ‘중학교과용 지도’에 삽입돼 있는 ‘아시아지도’

이돈수 소장은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그린 1871년 영국지도와 1886년 프랑스지도가 19세기 말 일본 교과서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해양경계를 선으로 나눠 독도를 한국영토에 포함시킨 서양의 지도가 언제부터 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추론에 의하면 1870년부터 아시아의 정치적 상황을 나타내는 지도를 중심으로 해양경계선이 나타났다. 이때 독도는 한국의 영해에 포함돼 나타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이런 형식의 해양경계선이 그려진 것으로 공개된 서양지도는 1894년 프랑스 화보신문인 ‘르 프티 주르날’에 삽입된 지도가 유일했다. 이 지도에는 일본의 해양경계선이 일본 근해 쪽에 그어져 있다. 경계선은 울릉도와 독도와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르 프티 주르날’의 지도보다 더 자세하게 그려진 1896년 카를 디르케의 지도, 1871년 영국지도, 1886년 프랑스지도를 볼 때 독도를 한국땅에 포함시킨 이런 형태의 해양경계선이 당시 일반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서 독도에 대한 인식 확인

3점의 지도와 다른 형태의 해양경계선이 그려진 서양지도도 3점 발굴됐다. 이 해양경계선은 동해와 일본 열도 동쪽의 해양 영토가 타원형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이 소장이 이번에 공개한 독일 베르크하우스의 지도가 대표적이다. 이 지도에서는 일본의 해양경계선이 타원으로 그려져 있고, 독도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즉 한국땅이라는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이다. 베르크하우스는 독일의 지도제작자로 19세기 말 유럽의 교과용 지도제작과 지리 교육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베르크하우스의 지리부도는 1888년 이탈리아어로 번역돼 교육용 부도로 제작됐다. 이 아시아지도에서도 독도 위치는 일본의 해양경계선 밖에 있다. 1895년경 프랑스에서 제작된 지도(지도제작자 미상)에서도 베르크하우스의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역시 일본을 둘러싼 해양경계선이 보이고, 독도는 경계선 밖에서 한국땅에 속함을 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서양지도의 이런 타원형 해양경계선은 일본의 교과서 지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추된다. 1903년 야마가미 만지로가 집필한 일본 문부성 검정교과서에 이런 형태의 해양경계선이 나타난다. 야마가미 만지로는 ‘중학교과용 지도’와 ‘여자교과용 지도 외국지부 상’을 집필했다. 여기에는 독도가 타원형의 일본 해양경계선 밖에 있어 한국의 영토로 간주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소장은 “이번에 공개하는 19세기 후반의 서양지도를 보면 두가지 형태의 해양경계선이 존재했고, 이들 지도가 일본 교과서 지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어떤 해양경계선이든 독도가 한국땅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 이전까지는 독도가 한국의 영해에 포함된 해양경계선 지도를 교과서에 사용했다.


■해양경계선 그려진 지도는 중요한 자료

해양경계선이 표시된 서양지도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계선이 없는 지도에서는 영토의 색상으로 독도의 영역을 근거로 삼는다. 게다가 일본의 주요 지도에서는 독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런 지도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이 소장은 “해양경계선이 그려진 지도자료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에 명백한 자료로, 어떤 지도 자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가 표기돼 비판이 들끓었다. 얼마 전 스페인을 국빈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스페인 상원 도서관은 독도가 명확히 표시돼 있는 ‘조선왕국전도’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조선왕국전도뿐만 아니라 독도를 한국 영해에 포함시킨 서양지도 6점이 최초로 공개되면서 19세기 서양에서의 독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소장은 “19세기 후반 세계의 지리정보와 지도정보를 바탕으로 제작된 지도를 볼 때 당시 지도제작자에게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이 상식으로 통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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