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산업심장] "친환경 바람 타고..해저케이블 술술 풀린다"

김흥순 2021. 6.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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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현장을 가다<7>LS전선
동해사업장 생산라인 가보니
3교대 24시간 가동률 90% 이상
LS전선 동해사업장 직원들이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 선적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제공=LS전선]

[동해=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LS전선은 강원 동해항과 인접한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22만㎡(약 6만5000평) 규모의 부지에 공장 3개 동을 갖추고 해저케이블과 산업용 특수케이블 등을 만든다. 최근 방문한 동해사업장에는 지름 30㎝ 굵기의 해저케이블이 최대 1만t 규모의 턴테이블에 똬리를 틀고 웅장한 크기를 뽐내고 있었다. 이곳에는 무게 500~1만t까지 해저케이블을 보관할 수 있는 턴테이블이 30개가량 있는데 빈 공간이 드물 정도로 물량이 넘친다. 대부분 해외로 나갈 제품들이다.

김원배 LS전선 에너지사업본부 해저생산부문장(이사)은 "현재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데 가동률이 90%를 넘는다"며 "2023년까지 수주 잔량을 확보하고 있어 주 52시간 근무규정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직원들이 모두 매달려야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욱 해저생산팀 차장도 "매년 8월 초를 즈음해 공장 가동을 멈추고 1주일가량 시설보수와 예방정비를 하는 집중 휴가기간을 운영했다"며 "올해는 일감이 밀려 절반가량은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생산하는 해저케이블이 갱웨이를 따라 턴테이블에 자리잡고 있다.[사진제공=LS전선]

"95% 해외수주"…기술력 입증 결과물

해저케이블은 부피가 크고 보관이 까다로워 생산과 운반, 설치까지 정해진 공기(工期)를 맞춰야 한다. 무한정 공장에 재고를 둘 수 없는 사업이다. 현재 턴테이블에 보관 중인 제품들도 다음 달 중순께 대만 창화현으로 나갈 물량이다. 지난달부터 8월까지 3개월에 걸쳐 총 150㎞ 구간에 설치할 해저케이블을 공급할 계획이다.

LS전선은 대만 정부가 2025년까지 창화현에 구축하는 1차 해상풍력 사업의 초고압 해저 전력케이블 공급권을 모두 따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의 일이다.

해저 전력케이블은 심해에서 조류와 수압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구리로 된 도체에 절연층과 철심으로 된 외피를 입히고 고무·플라스틱 등으로 바깥을 감싼다. 지름이 30㎝에 달하는 이유다. 이를 100㎞ 안팎까지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LS전선은 동해사업장을 해저케이블이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갱웨이'로 구성했다. 턴테이블에서 풀고 감는 케이블이 완성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정해진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장치다. 갱웨이는 사업장에서 동해항으로도 연결돼 배에 선적하는 작업도 수월하게 해준다. 이렇게 배에 실은 케이블은 목적지에 다다라 수심 1.6㎞에 달하는 심해에 설치한다.

개펄은 배에 장착된 기구로 땅을 파면서 곧바로 매설하고, 암벽 등이 있는 구간은 케이블을 먼저 내린 뒤 자갈을 덮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김 이사는 "완제품만 수출하는 경우도 있고, 시공까지 턴키(공사의 마무리까지 모두 책임지는 방식)로 계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수주 비중이 전체 실적의 95%를 차지한다.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직원이 해저케이블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LS전선]

지난해에만 미국·바레인·네덜란드 등서 3000억원 넘는 수주
해상풍력 발전 확산…"지중케이블서 해저케이블로 주력 전환될 듯"

LS전선은 2009년 진도~제주 간 총 3281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사업을 최초로 수주한 뒤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로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덴마크 오스테드사와 5년간 초고압 해저 케이블 우선공급권 계약을 체결했고 바레인과 네덜란드, 미국 등 해외에서 총 3000억원이 넘는 대형 수주에 성공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저케이블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1조원이다. 이탈리아 프리스미안, 프랑스 넥상스, 스웨덴 ABB, 일본 JPS 등이 선점한 시장에서 LS전선은 빠르게 경쟁력을 키워 세계 5위권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은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LS전선이 2007년 해저케이블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단하면서 공장을 세울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성과였다. LS전선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시장지배 업체들의 견제로 입찰 참여는 물론 기술력도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해외 업체의 지도 한 장을 가지고 동해사업장을 완공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세계 네 번째 규모이자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공장이 탄생했다.

전 세계가 친환경을 내세우며 해상풍력 발전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이를 육지와 연결해 줄 해저케이블 산업의 미래도 한층 밝아진 상황이다. 2019년 기준 전 세계에서 설치·운영 중인 해상풍력 발전 규모는 29.1GW로 10년간 연평균 28.7%씩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5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으로 86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8000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해저케이블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검증된 기술과 노하우가 핵심이어서 후발주자들이 진입하기 어렵다. LS전선과 같은 선도 기업이 경쟁 우위를 지속할 수 있는 분야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수주 물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생산설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차장은 "그동안 LS전선 매출 규모에서 지중케이블 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해저케이블과의 '골든크로스'가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동해=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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