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조희연 직권남용죄 수사, 법적 근거 있나

박경신 2021. 6. 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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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누가 강요 당했는지 적시하지 못한 수사개시서, 정당성 상실

[박경신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공수처가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채용을 직권남용죄로 수사하기로 한 것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 중에서 공수처가 친정권 인사도 수사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표적을 정한 뒤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기 위해 애당초 감사원에서 지적하지도 않았던 직권남용죄 혐의를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참고로 또 다른 혐의인 국가공무원법 위반은 '시험이나 임용에 부당한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1년 이하의 형량을 가진 조항으로서 공수처의 위상에 맞지 않는 가벼운 범죄이다. 이런 추측에 대해 할 말은 없지만 공수처의 수사 결정이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직권남용죄 법리에 부합하는지 우려스럽다.

직권남용죄의 위험성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이 가진 직무상 권한을 남용하여서 타인에게 일종의 강요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에 대비한 범죄이다. 독일 형법 제240조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요를 하면 3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하되 공무원으로서의 권한 또는 지위를 남용하여 같은 행위를 하면 5년 이하로 가중처벌하도록 되어 있음을 보면 직권남용죄의 입법 취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이는 우리나라의 형법 제324조 강요죄와 형법 제123조의 관계에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위헌적인 행위로 행정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실제로는 없음에도 2016년 말 최순실 사태, 사법농단,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형사처벌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자 고육책으로 직권남용죄가 동원되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후 상급자의 지시에 불만을 품은 하급공무원들이 상급자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직권남용죄를 이용하면서 고소고발이 난무하게 되었다. 즉 정책적 행정적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지시를 전달받아 수행한 자신이 피해를 본 것으로 간주하여 사법적 보복을 하려 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정책 판단의 사법화 현상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다른 한편, '직권'의 편협한 해석 때문에 월권적 지시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거나, 상급자의 위헌적인 행위에 부화뇌동하여 적극가담한 하급공무원들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죄를 확대적용해야 한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대법원은 2018도2236 문화계 블랙리스트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한편으로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정책판단의 사법화를 통제하면서도, 직권남용죄가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하여 월권행위까지 법의 적용행위를 넓혔다.

참고로 이 판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시행하려 했던 백운규 산자부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죄 수사의 영장 기각 결정에도 인용되었다. 이 대법원 판결은 일부 불만에도 불구하고 직권남용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중한 노력의 결정체로 평가받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변호를 맡은 이재화 변호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 유성호
 
이와 같은 법리의 발전을 조희연 사건에 비추어보자면 공수처의 수사개시서에서 혐의사실이라고 적시한 것들이 모두 진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조 교육감이 유죄가 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선 교육공무원법에 교육감이 특별 채용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 비록 채용 담당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최종 인사권자는 조 교육감이니 이를 채용담당자들이 따라야 했다고 해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심지어 조 교육감은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며 이들 채용담당자들의 결재를 거치지 않도록 하였다. 이 때문인지 공수처는 수사개시서에서 누가 강요행위를 당했는지조차도 적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입증하겠다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수사를 개시한 것이 명백한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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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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