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동자의 죽음, 타살과 다름없다"

이혜리 기자 2021. 6. 2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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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망 사건 보고서 내고 재발 방지 촉구

[경향신문]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이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원 사망 사건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성남 | 연합뉴스
고인의 동료 심층 인터뷰 등 통해 극단적 선택 원인 분석
과도한 업무·불분명한 지시·임원의 모욕적 언행으로 고통
“업무상 재해 명백…최인혁 COO 전 계열사에서 물러나야”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 ‘어려운 일이 있어도 묵묵히 해내는 사람’.

네이버 본사에 근무하다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A씨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다. 어려움을 주변에 털어놓지 않고 홀로 감내하던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네이버 지도의 내비게이션 부분을 담당한 20년 경력의 전문가였다.

28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 사망 사건에 대한 최종보고서와 재발방지 대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고, 메일·메신저 등 자료를 확보해 이 사건을 분석했다.

노조는 A씨의 사망 원인으로 야간·휴일·휴가 중에도 일해야 할 만큼 과도했던 업무량과 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한 상급자의 인력 통제, 불분명한 업무지시를 짚었다. 노조는 “2019년부터 네이버 내비게이션 1위라는 목표는 A씨에게 가장 강하게 부여된 것으로 이에 따라 책임과 업무량이 증대됐다”며 “평일에는 가장 일찍 업무를 시작해 밤 10~11시까지 업무를 진행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인력 충원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는 또 임원의 모욕적인 언행이 반복돼 A씨가 고통을 받아왔고, 다른 구성원들도 임원의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했다. 직원이 초과근무를 할 때 ‘돈이 없어서 주말근무를 신청하는 것이냐’고 말하거나, 초과근무에 관한 결재를 승인하지 않는 등 노동인권을 무시한 정황도 파악됐다. 2019년엔 직원들이 경영진 참여 간담회나 경영진 면담을 통해 해당 임원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으나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갖은 어려움을 혼자 묵묵히 참아온 고인이 고통받는 동안, 고인과 동료들이 가능한 모든 사내 채널을 통해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회사는 이를 묵살했다”며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했다.

네이버는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들에 대해 직무 정지 및 징계 조치를 했으며,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 재단 대표 등 계열사 경영진의 자리는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 노조는 최 COO를 모든 계열사 임원 및 대표직에서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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