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남성 배제 페미니즘 경계.. "꽃처럼 대접받길 원한다면 항상 여자는 장식일 수밖에"

이동준 2021. 6. 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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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배제적 페미 경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사람이 높은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여권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여성이라고 꽃처럼 대접받길 원한다면 항상 여자는 장식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추 전 장관은 그러면서 “남성 배제적 페미(니즘)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29일 페이스북에 남긴 ‘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 여성도 남성도 딸도 아들도 정공법의 나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 말을 맥락도 무시한 채 저를 반페미니스트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무엇일까?”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추 전 장관은 유튜브 방송 ‘시사타파TV’에서 “여성이 여성의 권리를 자꾸 보호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불편해하니 남녀 똑같이 하자고 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그래서 굳이 ‘페미’(니즘)가 필요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에 일부 페미니즘 성향의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추 전 장관은 “저는 단 한 번도 여성 우월주의를 페미니즘으로 이해한 바 없다. 제가 ‘여성이 꽃대접 받는 걸 페미니즘’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여성은 특혜가 아니라 차별 없이 공정한 기회를 주장’하는 것임을 설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의 부단한 노력은 여성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이었으며 여성판사와 여성정치인, 워킹맘으로 살아온 세월이니 저에게 그런 뒤집어씌우기나 왜곡은 통하지 않는다”며 “집권당 대표로서 미투피해를 야기한 공직자에 대해 무관용원칙을 실현하고, 법무부장관으로서 성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의제강간연령을 16세로 올리고 양성평등자문관을 장관직속으로 설치해 성차별적 법제도를 손질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선적이고 혐오적으로 오해받는 ’페미현상‘에 저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원래의 ‘페미니즘’이 이렇지는 않다”며 “일각의 우려스러운 ‘배타적(exclusive) 페미현상’은 함께 연대해 성평등을 실현할 사람들조차도 적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페미니즘이 독점화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여성들 안에서도 페미니즘을 두고 세대와 교육의 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오늘날은 성차별 이후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여성주의로 번역돼 있는 페미니즘은 적지 않은 오해를 가져오고 있는데 페미니즘은 여성 자체로 국한되지 않는다”며 “이 점을 오해해서 남성에 대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저는 여기에 찬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걸로 뭔가 무익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 그럴 까닭도 없으니 저는 여기서 이 논쟁을 더 이어나가지 않겠다. 경제적 불평등, 교육의 몰락, 한반도 전쟁상태의 지속, 생태환경의 파괴와도 같은 보다 압도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면 지금 페미니즘이 고민하고 있는 여러 숙제들도 해결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며 “진정한 페미니즘도 젠더와 경제적 불평등, 생태주의가 하나로 묶여 진보정치와 만날 때 비로소 그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전 장관 페이스북.
 
다음은 추미애 전 장관 페이스북 글 전문.
 
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 여성도, 남성도, 딸도 아들도 정공법의 나라입니다.  
 
1. 제 말의 맥락도 무시한 채 저를 반페미니스트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저는 단 한번도 여성 우월주의를 페미니즘으로 이해한 바 없습니다. 제가 '여성이 꽃대접 받는 걸 페미니즘'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여성은 특혜가  아니라 차별없이 공정한 기회를 주장'하는 것임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런 저의 부단한 노력은 여성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이었으며 여성판사와 여성정치인, 워킹맘으로 살아온 세월이니 저에게 그런 뒤집어씌우기나 왜곡은  통하지 않습니다. 집권당 대표로서 미투피해를 야기한 공직자에 대해 무관용원칙을 실현하고, 법무부장관으로서 성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의제강간연령을 16세로 올리는  과감한 결단을 하고 양성평등자문관을 장관직속으로 설치해 성차별적 법제도를 손질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 제가 문제삼은 것은 남성 배제적 "페미의 극단화"를 경계하는 것 입니다. 독선적이고 혐오적으로 오해받는 "페미현상"에 저는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원래의 "페미니즘"이 이렇지는 않습니다. 일각의 우려스러운 “배타적(exclusive) 페미현상”은 함께 연대하여 성평등을 실현할 사람들조차도 적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페미니즘은 누군가의 독점물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점화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여성들 안에서도 페미니즘을 두고 세대와 교육의 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3. 페미니즘은 출발부터 기본적으로 “포용적(inclusive) 인 가치와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어떤 존재도 배타적 상대로 삼아 적대화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삼는 것은 성차별적, 성분열적 가치와 태도, 관습과 제도입니다. 이를 허물기 위한 노력은 여성만의 임무가 아닙니다. 모두의 책임입니다. 그것이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기본가치입니다. 
 
4. 게다가 오늘날은 성차별 이후의 시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여성주의로 번역되어 있는 페미니즘은 적지 않은 오해를 가져오고 있는데 페미니즘은 여성 자체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오해해서 남성에 대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찬동할 수 없습니다.
 
5. 모든 세대는 각자의 역사, 사회, 교육, 문화, 가정배경의 차이에 따른 페미니즘 이해의 다양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이전 세대의 가치를 넘어서야 마땅하나 그렇다고 그 전 세대가 어렵게 극복해온 과정을 폄하하거나 무조건 낡은 것으로 비난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의 가치를 존중하고 배워나갈 것입니다. 그러면 됩니다
6. 이걸로 뭔가 무익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 그럴 까닭도 없으니 저는 여기서 이 논쟁을 더 이어나가지 않겠습니다. 경제적 불평등, 교육의 몰락, 한반도 전쟁상태의 지속, 생태환경의 파괴와도 같은 보다 압도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면 지금 페미니즘이 고민하고 있는 여러 숙제들도 해결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봅니다.
 
7. “진보정치”의 본령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논의로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진정한 페미니즘도 젠더와 경제적 불평등, 생태주의가 하나로 묶여 진보정치와 만날 때 비로소 그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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